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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위치주【계반】에게 답함(答魏玖周【啓泮】)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52
위치주【계반】에게 답함
생각지도 않았는데 영랑(令郞)이 환하게 문으로 들어오고 아울러 존함(尊緘 상대방의 편지)이 이르러 펼쳐 놓고 여러 차례 정성스럽게 읽었습니다. 구사한 말에 정이 깊고 말씀하신 뜻이 간곡하여 천박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감사함과 부끄러움이 교차합니다. 지금 존체(尊體)가 평안하고 존종(尊從 상대방의 사촌 형제)인 치검(致儉)은 거상(居喪) 기간이 이미 지났으며 따님을 출가시키고 며느리를 맞이하는 일을 차례대로 치렀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하고 한편으로 기쁘기도 합니다. 영랑(令郞)이 단정하고 점잖으며 언행에 예의가 바르니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서신에서 동래(東萊)주 57) 운운하신 것은 진실로 기질을 변화시키는 첫 번째 방법입니다. 우리 벗께서 바야흐로 여기에 마음을 다하고 계시건만 도리어 몸에 지닌 신방(神方)을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십니까. 또한 불치병에 시달리고 있으면서 치료할 방도를 모르는 자가 어찌 다른 사람에게 미칠 힘이 있겠습니까. 부끄럽고도 감사합니다. 세상 형편은 다시 논할 만한 점이 없습니다. 크게 한숨을 쉬는 것으로 부족하여 눈물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부족하여 통곡을 하지만 통곡도 부족하니 어찌하겠습니까. 응당 문을 걸어 닫고 책을 읽어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방책을 생각할 뿐입니다. 멀리서 서로를 바라보자니 그리움을 견딜 수 없습니다.
주석 57)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의 호이다. 《주자대전(朱子大全)》 권54 〈답노덕장(答路德章)〉에, "지난번에 여백공을 만났는데, 그가 말하길 '젊었을 적에 성품과 기질이 거칠고 포악해서 음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살림살이를 때려 부수곤 했는데, 후일에 오랫동안 병을 앓으면서 다만 《논어》 책 하나를 아침저녁으로 익숙히 보았다. 그러다가 홀연 마음이 화평해지는 것을 느껴 마침내 종신토록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없게 되었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기질을 변화시키는 법으로 삼을 만하다.【向見伯恭, 說少時性氣粗暴, 嫌飮食不如意, 便敢打破家事. 後因久病, 只將一冊論語, 早晩閑看, 忽然覺得意思一時平了 遂終身無暴怒. 此可爲變化氣質之法.】"라고 하였다.
答魏玖周【啓泮】
謂外。令郞憤然入門。兼玖尊緘。披玩三復。其遣辭之繾綣。命意之懇惻。有非淺淺者所可承當。感愧交至。卽惟辰下。尊體衛重。尊從玖儉喪期已過。而嫁。女娶婦次第徑行。聞之一悲一喜。令郞端詳雅飭。欽艶萬萬。示中東業云云。此眞變化氣質第一法。吾友方且從事於此。而乃別。求肘下神方乎人也。方亦困於膏盲。而不知所以爲醫者顧安有及人之力乎。愧愧謝謝。時象更無可論。太息而不足。流涕之。流涕而不足。痛哭之。痛哭不足。奈何奈何。惟宜杜門讀書。以思自靖之策而已。遙遙相望。不任依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