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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노우언【창석】에게 보냄(與盧禹言【昌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48
노우언【창석】에게 보냄
가을을 알리는 바람 소리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으니 그리운 생각이 배나 지극합니다. 정양(靜養)하며 잘 지내시고 건강도 다복하신지 모르겠습니다. 형문(衡門 은자의 거처)은 조용하고 한가하며 바람과 달빛은 끝없이 펼쳐졌을 터이니 옷자락 나부끼며 한가롭게 소요하는 즐거움이 어떠신지요? 성현의 경전이 서안(書案)에 가득하고 부자(夫子)께서 자리에 앉아 계시니, 학문을 하는 여가에 1~2편의 글을 펼쳐 읽고 1~2편의 시를 음미하여 마음에 꼭 들어맞고 몸에 절실하게 하십시오. 하루하루가 이와 같아 계속되는 과정(課程)이 있다면 그 심장(深長)한 의미는 형언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나이와 기력이 이미 젊고 건장하던 시절이 아니니 독서를 하더라도 어찌 문인 재자(文人才子)가 되려고 하겠습니까. 어찌 작록(爵祿)을 구하고 과거에 급제하려고 하겠습니까. 그저 한 자(字)를 읽으면 한 자만큼의 유익함이 있고 하루 동안 책을 읽으면 하루 몫의 식견이 생기니 세상에서 헛된 사람이 되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복잡한 세상일을 어찌 마음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득실과 우열은 하늘에 달려있을 뿐입니다. 은거하면서 의를 행하는 우리 벗은 운치가 뛰어나십니다. 추앙하는 제 마음이 다른 사람 보다 뒤지지 않기에 다시 독서에 관한 의견을 아룁니다. 이는 대체로 현자에게 더 잘되기를 기대하고 완벽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與盧禹言【昌錫】
秋聲在樹。懷想倍至。未審靜養有相。體節百福。衡門靜閴。風月無邊。婆娑徜徉。其樂何如。遺經滿案。夫子在座。遊息之餘。披閱一二編。咀嚼一二時。使之貼心切已。日日如此。續有程曆。則其意味深長。非言語可喩。吾輩年力已非少壯時節。讀書豈欲爲文人才子耶。豈欲爲干祿決科耶。只是讀一字有一字之益。讀一日有一日之職。庶不爲虛作一世人也。悠悠萬事。何足掛念。得喪軒輊。在諸蒼蒼而已。吾友隱居行義。風韻偉然。區區愛仰。不在人後。而復以讀書之說。進焉。盖爲責備於賢。而欲全其美也。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