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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양순집에게 답함(答梁順集)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38
양순집에게 답함
한 통의 서한은 확실히 얼굴을 마주하는 것에 버금갑니다. 보내신 서한을 통해 조용히 지내면서 정양(靜養)을 하고 체후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더욱이 제가 기원하던 바에 부응합니다. 정자를 짓는 비용을 수습하지 못한 것은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하는 일이라고는 이것 하나뿐입니다. 선성(先聖)의 책을 읽고 선성의 도를 지켜서 사방(四方)에 있는 벗들과 함께하고 또 뒤를 잇는 자손들에게 전하여 사문(斯文)의 맥을 무궁토록 보존하니, 그 의리가 어떠하겠습니까. 이것을 제이의(第二義)로 간주하여 되는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아, 지금 상황에서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우리 벗께서는 그 책임을 사양할 수 없을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비간(比干)은 귀척(貴戚 군주의 친척)의 경(卿)이어서 나라와 화복을 함께하는 의리가 있었으니주 43) 참으로 다른 사람이 출처를 정하는 일상적인 격식으로 논할 수 없습니다. 천작(天爵)을 닦아 인작(人爵)이 이르는 것주 44)은 이치의 떳떳함이고, 천작을 닦았으나 인작이 이르지 않는 것은 이치의 변고(變故)입니다. 성인(聖人)은 상도(常道)를 말하였지 변고(變故)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勢)는 일시(一時)에 행해지지만 도(道)는 백세(百世)에 행해지니 또 이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저의 억견(臆見)이니 온당하지 않으면 다시 깨우쳐 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43)비간(比干)은……있으니
주(紂)의 서형(庶兄)인 미자(微子)와 숙부인 기자(箕子) 및 비간(比干)에 대해 공자는 세 사람의 어진 사람이라고 평가하였다. 미자는 주가 무도한 것을 보고 종사(宗祀)를 보존하기 위해 떠나갔고, 기자는 간언하다가 옥에 갇힌 뒤 이내 종이 되었으며, 비간은 끝까지 간언을 하다가 죽임을 당했다.공자(孔子)는 "은나라에 세 사람의 어진 이가 있었다.【殷有三仁焉.】"라고 하였다. 《論語 微子》
주석 44)천작(天爵)을……것
천작은 아름다운 덕행과 같은 자연스러운 존귀함을 말하고, 인작(人爵)은 사람이 만든 작위라는 뜻이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인의충신과 선을 좋아하여 게을리하지 않는 것은 천작이요, 공경대부는 인작이다. 옛날 사람은 천작을 닦아서 인작이 뒤따랐다.【仁義忠信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 古之人, 修其天爵, 而人爵從之.】"라고 하였다. 덕을 닦으면 벼슬이 절로 이른다는 말이다.
答梁順集
一書亦對面之亞也。因審齋居靜養。體候珍勝。尤副企祝。亭費未了。此非小事。吾輩旣不得有爲於世。而所爲者。只此一事耳。讀先聖之書。守先聖之道。以與四方朋舊共之。又以傳之於後嗣子孫。以存斯文一脈於無窮。其義顧何如耶。此不可看作第二義。而伈伈然。聽其自爾也。嗚呼。在今日而所恃者誰也。恐吾友不可辭其責。如何如何。比干是貴戚之卿。而有與國休戚之義。固不可以他人之出處常格論之也。修天職而人爵至。理之常也。修天爵而人爵不至。理之變也。聖人語常而不語變。然勢行一時。道行百世。則又不可謂無其理也。此是臆見。如有未穩。幸更示及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