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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조평여【병헌】에게 답함(答趙平汝【秉憲】)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36
조평여【병헌】에게 답함
서한을 받고 기억이 아득하여 누구인지 몰랐습니다. 연월이 적힌 행을 읽고 평여(平汝) 두 자를 보고서야 나도 모르게 병든 눈이 갑자기 떠졌습니다. 아, 평여(平汝)이십니까. 젊은 나이 혈기가 왕성하던 시절에 시문(詩文)과 술로 얼마나 가까이 어울렸건만 강호(江湖)에서 서로를 잊고 지낸 것이 몇 년이었습니까. 늙어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야 비로소 서한 한 장을 볼 수 있었으니 한편으로는 서글프고 한편으로는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이뿐이겠습니까. 취정(翠亭)에서 학문을 닦고 송사(松寺)에서 잔치를 벌이던 것이 옛날 언제였습니까. 백현(柏峴)과 호산(虎山)에서 함께 하던 노성한 유덕자들은 모두 이미 아득한 옛날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벗들도 모두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모두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온갖 고난과 세상의 두려움이 또 뒤따라 사람을 어지럽혀 생각할 때마다 마치 선천(先天)의 뜬구름같이 아득하여 떠올리지 못합니다. 이따금 남쪽을 바라보면 그저 멍하니 탄식만 나올 뿐입니다. 서한을 통해 형께서는 여전히 부모님을 모시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커다란 복입니다. 다만 그사이 공부는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 살아온 과정은 어떠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멀리서 형을 향해 치닫는 그리움이 끊이지 않아 마음을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아우의 처지는 서로 만났던 혈기 왕성한 젊은 나이와 판이(判異)합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떠돌아다니며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고 만년에 이르러서도 남은 재앙이 다하지 않았습니다. 또 이렇게 외롭고 의지할 데 없는 참혹한 상황을 만나니 차라리 잠들어 깨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탄식만 간절할 뿐입니다.
答趙平汝【秉憲】
得書茫然。不知爲誰。讀到年月。行見平汝二字。不覺病眼忽醒。嗚呼。乃平汝耶。少年盛時。文酒遊從。何等密勿。而江湖相忘爲幾年耶。至於老白首。而乃始得見其一紙心劃。一悲一喜。不知所以措辭也。豈惟是也。翠亭絃誦。松寺樽俎。昔何時矣。柏峴虎山諸芒長德。皆已千古。而其餘知舊。亦皆落落。都不知存沒與否。風霜世㥘。又從而撓攘。每念之。如先天浮雲。冥漠不可爲象也。有時南望。只有曠然發唏。因審兄尙在侍省之下。洪福拱福。但未知其間盛課造諸何如。調度經過何如。馳溯懸懸。不在遠情。弟狀與少壯相見時。辦若二人。風樹孤露。流離貪病。至於晩暮。餘殃未盡。又遭此窮獨之悿。只切尙寐之歎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