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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문집중【용환】에게 답함(答文集中【龍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21
문집중【용환】에게 답함
늘그막에 쓸쓸하게 홀로 지내자니 저의 그리운 마음은 오직 이전부터 오랫동안 가깝게 지낸 벗들에게 빠져있습니다. 그러나 형은 산으로 들어가고 아우는 병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묘연하여 서로 만날 기약이 없습니다. 멀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바라보자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립니다. 뜻밖으로 구생(具生) 편에 화함(華緘 상대방의 서신)을 받들었는데, 이것은 봄 여름 이래 첫 번째 소식이었습니다. 놀랍고 기쁘기가 어찌 푸른 하늘과 같은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편지를 통해서 형의 체후에 손상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실로 걱정이 가득했던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다만 며칠 전의 여행 끝에 일하지 않아도 땀이 흐르고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시다는데, 혹시 무더위에 시달렸기 때문이신가요? 그렇다면 이것은 여름철에 으레 나타나는 증상이니 모름지기 서둘러 잘 조섭하여 오래 끌지 말아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자기 몸 외에 별다른 것이 전혀 없습니다. 하물며 우리는 나이가 많고 기력이 쇠하였으니 어찌 더욱이 제 몸을 스스로 아끼지 않겠습니까. 아우는 슬픔과 근심이 뒤엉키고 쇠병(衰病)이 그 틈을 빌어 극성을 부립니다. 눈앞에 닥친 모든 일이 여덟 번 넘어지고 아홉 번을 엎어지는 꼴이라서 이번 생의 이 몸은 이미 가망이 없습니다. 죽어서 돌아가는 날 장차 무슨 낯으로 선인(先人)과 선사(先師)를 대할지 모르겠습니다. 두렵고 서글픕니다. 백운 주인(白雲主人)은 아직도 암자에 있는지요? 두 공(公)께서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 아래 서로 마주하고 계시니 활짝 열린 흉금과 고아한 포부가 저의 마음을 치닫게 합니다. 한 번 길 떠날 채비를 갖추어 말석에 조용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서늘한 기운이 생겨날 날이 장차 멀지 않았으니, 벗끼리 모여서 정담을 나누는 것은 이때를 기약하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答文集中【龍煥】
衰暮踽涼。區區覯降之思。惟在於平昔知舊之間。然兄入於山。以弟困於病。渺然無交會互合之期瞻望風際。不覺傷神。謂外具生便。拜承華緘。此是春夏以來初。消息。驚喜之至。奚啻空靑也。仍審兄體無損。實慰懸慮之情。但日者行役之餘。有不勞而汗。不食而飽者。或是爲暑熱所惱耶。然則是夏節例證。須早早善攝。勿爲久牽也。人於一身之外。都無他物。況吾輩年力衰晩。豈不尢加自愛也。弟悲憂纏綿。衰病闖肆。目前凡百。八顚九例。此生此身。已矣無望。未知歸化之日。將何顔而對先人先師乎。可懼可哀。白雲主人尙在庵上否。二公相對於光風霽月之中。其曠襟雅抱。令人馳想。恨未得一理中屐。從容於席末也。生涼行將不遠。未知盍簪對晤。以此證期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