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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이봉서에게 답함(答李鳳瑞)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18
이봉서에게 답함
《대학혹문(大學或問)》은 근래 이미 공부를 마치셨는지요? 거경(居敬)과 치지(致知)는 학문의 본령으로, 이 책보다 자세하게 갖추어진 책은 없습니다. 형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 책을 읽고 효과를 본 것이 읽지 않았을 때와 어떠하십니까? 이 또한 통렬히 성찰해야 하는 부분이니 모호하거나 간단하게 처리하고 그쳐서는 안 됩니다. 아우 같은 사람이야 더욱이 말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매번 쇠잔한 기력을 수습하여 조금이나마 보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근년 이래 매우 쇠미해져서 시야는 흐릿하고 귀는 어두우며 정신은 소모되었습니다. 어제 어떤 사람을 보았더라도 오늘이면 이미 누구인지 분별하지 못하고 아침에 책 한 권을 보았더라도 해질녘이면 이미 무슨 말인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처지인데, 앞으로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면 망령되지 않겠습니까. 아, 무슨 사업(事業)으로 세월을 보내느라 이처럼 때를 놓치고 낭패를 당하게 되었을까요. 하늘을 쳐다보고 땅을 굽어보면서 크게 탄식할 뿐입니다.
答李鳳瑞
大學或問近已卒業否。居敬致知。爲學本領。而其詳莫備於此書。兄自念讀此見效。與不讀時何如。此亦痛加省察處。不可含糊苟簡而已也。如弟者。尤何足道也。每欲收拾殘力。得補萬一。而比年以來。衰徵大至。視昏聽瑩。精耗神短。昨見一人。今已不辨爲阿誰。朝看一書。暮已不記爲何語。如此而望有所造者。其非妄乎。嗚呼。何事業送歲月。而至於失時狼狽如是也。俯仰浩歎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