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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이봉서【병섭】에게 답함(答李鳳瑞【秉燮】)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17
이봉서【병섭】에게 답함
뜻하지 않게 안부 편지를 받아 펼쳐서 완미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벽산(碧山)에서 예를 익히고 송정(松亭)에서 시문(詩文)을 주고받고 침정(枕亭)에서 시가를 읊조리는 일이 덧없는 인생의 고상한 취미라는 것은 과연 형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러나 충분한 도리를 추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기수(沂水)와 무우(舞雩)의 즐거움주 24)은 설령 성급하게 논의하지 못하더라도 흥국(興國)주 25)과 아호(鵝湖)주 26)의 유람은 기풍과 자취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술 한잔 마시고 시 한 수를 읊으면서 한가로이 날을 보낼 뿐이라면 불행스럽게도 진(晉)나라 때의 청담(淸談)이 여기에 가까울 것입니다. 지난날 우리들의 행위가 후자에서 나왔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전자에 전일(專一)한 것을 보지 못했다면 역시 당연히 반성하여 뒷날의 감계(鑑戒)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대체로 우리는 오늘부터 결단코 한 번 출입하고 한 번 안부를 묻더라도 실질에 충분히 힘을 쏟아 약간의 효과를 거두어 헛된 명성에 귀착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찌 눈앞에 닥친 계책이 아니겠습니까. 《시경》에 이르기를, "비단옷에 홑옷을 덧입는다."주 27)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이 학자들이 마음을 세우는 근본적인 자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외물로 향하고 명예를 추구하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곧 거짓이 됩니다.
주석 24)기수(沂水)와 무우(舞雩)의 즐거움
기우(沂雩)는 기수(沂水)에 목욕하고 무우(舞雩)에서 바람을 쏘인다는 말로 산수간에 노는 즐거움을 뜻한다.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자신의 뜻을 말해 보라는 공자의 명에 따라 "모춘에 봄옷이 이루어지거든 관자 대여섯 사람과 동자 예닐곱 사람과 함께 기수에 목욕하고 무우에서 바람을 쐬고 시를 읊으면서 돌아오겠다."라고 대답하였다. 《論語 先進》
주석 25)흥국(興國)
중국 호북성(湖北省) 한양현(漢陽縣) 북쪽에 있는 절의 이름으로 본래 이름은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이다. 정호(程顥)가 장재(張載)와 함께 흥국사에서 종일 강론하고서 "옛날에도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서 이런 강론을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였다. 《近思錄 卷14》
주석 26)아호(鵝湖)
아호는 중국 강서성(江西省) 신주(信州) 연산현(鉛山縣)에 있는 산으로, 1175년 여조겸(呂祖謙)의 주선으로 주희와 육구령(陸九齡), 육구연(陸九淵) 형제가 이 산의 아호사(鵝湖寺)에 모여 논쟁을 펼친 바 있다.
주석 27)비단……덧입는다
《중용장구》 제 33장에 "《시경》에 '비단옷을 입고 겉에 홑옷을 걸친다.'고 하였으니, 이는 문채가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싫어해서이다."라는 말이 보인다. 《시경》은 위풍(衛風) 석인(碩人)과 정풍(鄭風) 봉(丰)을 말하며 모두 '의금경의(衣錦褧衣)'로 되어 있는데, 뜻은 동일하다.
答李鳳瑞【秉燮】
料外承訊。披玩感感。碧山禮遊。松亭唱酬。枕亭風詠。此是浮生勝致者。果如兄敎。然求其十分道理。則末矣。沂雩之樂。縱未遽議。而興國鵝湖之遊。風蹟可考。若以一觴一詠。優遊度日而已。則晉室淸曠.不幸近之矣。向日吾輩之爲。雖不可謂出於彼。而亦未見其專於此。則亦當反省。為。後日鑑戒處也。大抵吾輩斷自今日。雖一出入。一寒喧。十分務實。俾有多少效益。而不爲虛聲所歸。豈非目下計耶。傳曰衣錦尙褧。此是學者立心地本也。纔有向外近名底意。便是僞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