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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권순경【운환】에게 보냄(與權舜卿【雲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16
권순경【운환】에게 보냄
헤어진 뒤 벌써 석 달이 지났습니다. 부모를 모시고 지내는 체후는 강녕하신지요. 콩죽을 먹고 물을 마시며주 20) 부모를 모시는 하루를 삼공(三公)의 자리와 바꾸지 않으시는 것주 21)을 멀리서 앙모(仰慕) 하려니 간절한 마음을 어찌 견디겠습니까. 접때 제가 변론한 형들의 《답문(答問)》 1책(冊)에 관한 말들은 생각하기에 잘못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모름지기 계남(溪南)과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의 호) 두 어른과 다시 토론하여 확정한 뒤 하나하나 알려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편지에서 언급하신 심의설(深衣說)은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꼼꼼하고 막힌 곳이 없음은 아마도 금일의 절충한 논의가 될 듯합니다. 지난번 산천재(山天齋)에서 올린 말씀은 우리 형께서 이미 소릉(昭陵)을 보듯 했으리라는 것주 22)을 모르지는 않지만 제가 경애하고 추앙하여 올린 말씀 또한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삼가 보건대 형께서는 학문은 넓지만 정밀함이 부족하고 실천은 올바르지만 돈독함이 부족하십니다. 이것이 분명하지 못하고 유유범범하여 갖가지 병통이 말미암는 곳입니다. 만약 하나의 큰 문제를 잡고 공격해서 깨트리지 않는다면주 23) 무슨 방도로 순조롭게 마무리되는 경계를 보겠습니까. 이에 미진한 생각을 함부로 추가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석 20)콩죽을……마시며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어버이를 극진히 봉양하는 자식의 기쁨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집안이 가난해서 효도를 제대로 못 한다고 탄식하자, 공자가 "콩죽을 끓여 먹고 물을 마시더라도 기쁘게 해 드리는 일을 극진히 행한다면, 그것이 바로 효이다."라고 위로했던 고사가 전한다. 《禮記 檀弓下》
주석 21)부모를……않으시는 것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의 시 〈송교집중수재귀고우(送喬執中秀才歸高郵)〉에 "옛사람은 하루 동안 부모 봉양하는 기회를 삼공의 자리와도 바꾸지 않았네.【古人一日養, 不以三公換.】"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臨川文集 卷9》
주석 22)소릉(昭陵)을……것
수많은 학설을 모두 애모하는 마음으로 모두 독파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소릉은 당 태종(唐太宗)의 황후인 문덕황후(文德皇后)의 능이다. 태종이 황후를 장사 지낸 뒤 후원(後苑)에 망대(望臺)를 만들어 놓고 늘 올라가 바라보다가 한번은 위징(魏徵)과 함께 올라갔었는데, 위징은 당 태종이 소릉을 가리키는데도 눈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고 시치미를 뗐다. 위징의 본의도 모르고 당 태종이 저것이 아니냐고 답답한 듯이 말하자 위징이 비로소 "신은 폐하께서 헌릉(獻陵)을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소릉은 신이 진작부터 보았습니다."라고 하였다. 헌릉은 태종 어머니의 능이니, 이것은 태종이 어머니는 생각하지 않고, 부인만 생각한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리하여 태종은 울면서 그 망대를 헐어 버린 고사가 전한다. 《唐書 魏徵列傳》
주석 23)하나의……않는다면
《주자어류(朱子語類)》 권8 학(學)2 총론위학지방(總論爲學之方)에 "하나의 큰 문제를 잡고 공격해서 깨뜨릴 수만 있으면, 잡다한 다른 문제들도 단지 이 하나의 도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가슴속이 바야흐로 시원해질 것이다.【能於一處大處攻得破, 見那許多零碎只是這一箇道理, 方是快活.】"라고 하였다.
與權舜卿【雲煥】
別來月已三弦。省衛康寧。啜菽飮水。一日三公。遙遙馳仰。曷在懇情。向者鄙所辨論兄輩答問一冊語。想多件誤。與溪艾兩丈。更須商確。一一示及如何。所惠深衣說。姑未卒業。然其精詳博洽。恐爲今日折衷之論。向於山天齋所奉贈一語。非不知爲吾兄已見之昭陵。而區區愛仰。亦不爲全然無意。竊覸兄學問博矣。而欠精密。踐履正矣。而欠敦篤。此漫渙悠泛種種病痛所由出也。若不於一處大處攻得破。何由見得妥帖境界也。玆以未盡之意。漫加及之。以爲何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