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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안익견【인환】에게 보냄(與安益見【仁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14
안익견【인환】에게 보냄
선친의 유고는 말씀을 거역하기 어려워 감히 서툰 솜씨를 부렸습니다만, 반드시 오류가 없으리라는 것을 어찌 보장하겠습니까. 송구스럽습니다. 유고(遺稿) 가운데 시편과 〈통문(通文)〉, 〈유북한록(遊漢北錄)〉 등의 작품은 모두 매우 거대하고 웅장하여 논평할 사항이 없습니다. 서한(書翰)과 서문(序文) 2~3편에 대해서는 감히 저의 생각으로 대략 몇 자를 고쳐서 새롭게 하였습니다. 마음이 매우 편치 못하지만 명을 하셨으니 어찌하겠습니까. 또 연보(年譜) 중에서 '호군곤유(狐群鵾遊)', '제부(薺浮)' 등의 말은 만약 실제 자취라면 밝혀두는 것이 참으로 좋겠지만,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분명하지 않은 구석이 있다면 이것은 효자가 부모를 현창(顯彰)하는 도리가 아닙니다. 무릇 얼음 속에서 잉어가 솟구쳐 나오고 눈 속에서 죽순이 돋아나는 일은 천만고(千萬古)에 걸쳐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 때문에 주부자(朱夫子)께서 《소학(小學)》에 적어주 17)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일을 권면하셨습니다. 하지만 어찌 근세 이래로 이를 모방하는 것이 풍속을 이루리라고 생각하였겠습니까. 이러한 효행에 대한 감응(感應)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보는 사람은 염증이 나고 듣는 사람은 번거롭게 여겨서 실제 행적까지 아울러 믿지 않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자질구레함은 진실로 말할 가치가 없습니다. 댁의 선조(先祖)께서 성취한 사업(事業)이 얼마나 높고도 컸습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위와 같은 내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찌 성덕(盛德)을 갖춘 분에게 작은 흠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은 비록 평소에 서로 친숙한 사이일지라도 또한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합니다. 다만 존공(尊公 상대방에 대한 존칭)에 대해서는 비록 평소에 일면식조차 없지만, 뜻이 구차하지 않다는 것을 순견(舜見 안국정(安國禎)의 자)에게 익히 들었습니다. 또 순견과 평생에 걸쳐 거스르지 못하는 의리를 지녀 실상을 감추고 말을 꾸미는 사이가 아니라서 감히 언급하였습니다. 혹시라도 저를 탓하지는 않으실까 모르겠습니다. 할고(割股)주 18), 여묘(廬墓)주 19) 같은 일이 만약 여리(閭里)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었다면 참으로 가상합니다. 하지만 댁의 선조께서 이런 일을 하셨다면 그것은 전해도 되고 전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찌 자질구레하고 구차하게 어려운 일을 하여 선조의 명예를 더하거나 덜 수 있겠습니까.
주석 17)주부자(朱夫子)께서………적어
얼음 속에서 잉어가 나왔다는 말은 진(晉)나라 왕상(王祥)이, 어머니가 산 물고기를 먹고 싶어 하자 차가운 겨울에 옷을 벗고 강의 얼음을 깨고 들어가 물고기를 잡으려 했는데, 얼음이 쪼개지면서 잉어 두 마리가 뛰어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것이다. 《小學 善行》 죽순이 돋아났다는 것은 삼국 시대 오(吳)나라 맹종(孟宗)이 어머니가 죽순을 좋아하는데 겨울이라 구할 수 없자 대숲에 가서 탄식하고 슬피 우니 죽순이 솟아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것이다. 《三國志 卷48 吳書 三嗣主傳》
주석 18)할고(割股)
효자(孝子)가 자신의 다리의 살을 베어, 부모의 병을 치료하는 것인데, 당(唐) 나라 진장기(陳藏器)의 《본초습유(本草拾遺)》에 "사람 고기는 파리한 병을 고칠 수 있다." 하였으므로, 후세의 효자들이 이 말에 근거하여 병든 부모에게 자기의 살을 베어 먹였다.
주석 19)여묘(廬墓)
상주(喪主)가 묘소 근처에 여막(廬幕)을 짓고 살면서 묘소를 지키는 일을 말한다.
與安益見【仁煥】
先稿重違尊敎。敢下拙手。安保其必無差謬。悚悚。遺稿中詩什通文。及遊漢北錄諸作。皆極宏偉。無容贊評。至於書序二三篇。敢以鄙意。略加點化。雖極未安。其於有命何。且年譜中。狐群鵾遊及薺浮等語。如其實跡。則著之固好。若或有涉於一毫含糊之地。此非孝子顯親之道也。夫氷鯉雪筍。此是千萬古曠絶之事。是以朱夫子著之於小學。以爲人子事親之勸。豈意近世以來。效嚬成風。此等孝感。不可勝計。觀者厭之。聽者煩之。竝與其實行。而不信之矣。他人區區。固不足言。惟尊先祖所就事業。何等磊落。而若不免小有如右之云。則豈非盛德之微疪耶。此等說。雖平日相熟之地。亦不敢吐口。但於尊公。雖無一面之雅。而其志尙不苟。於舜見聞之已稔且與舜見有平生莫逆之義。而非隱情餙辭之地。故敢及之。倘不以爲罪否。割股廬墓。此事若在於閭里尋常之人。則固爲可尙。若尊先祖而有是焉。則傳之可也。不傳可也。豈以區區苟難之行。有加損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