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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양문오【규환】에게 보냄(與梁文吾【奎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11
양문오【규환】에게 보냄
이장(李丈)에게 나아가 뵙고 부모를 모시고 지내는 안부가 강녕(康寧)하시다는 걸 들어 우러러 그립던 마음에 실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자신을 얽어맨 것을 벗어 버리고 문을 걸어 닫고 주변을 깨끗이 치우셨으니 참으로 우리 형께서 큰일을 하려는 뜻을 품으셨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 성대한 기세는 장차 막을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근래 《삼국지(三國志)》를 소중히 하신다고 하던데, 특별하고 괴이하며 꺼리는 바가 없는 술수에 탐닉하여 좋아하고 아끼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시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여력이 미쳐서 득실을 따져서 궁리(窮理)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으려고 하시기 때문입니까? 전에 말씀드린 대로라면 이것은 완물 상지(玩物喪志)주 14)이고 귀로 듣자마자 입으로 말하는 천박한 학문이며, 나중에 말씀드린 대로라면 또한 초학자의 역량이 미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모두가 우리 형에게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릇 독서에는 본래 순서가 있습니다. 공자(孔子), 맹자(孟子), 정자(程子), 주자(朱子)의 책과 같은 신심(身心)과 일용(日用)에 절실한 것을 우선 읽어서 명백하고 평이하며 더할 수 없이 가깝고 더할 수 없이 절실한 바탕에 근거하여 지키는 것이 있도록 한 다음에 세무(世務)를 처리하고 인물을 헤아려 바로잡을 수 있게 하더라도 늦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이것저것 너저분하게 손대어 귀착하는 곳이 없기보다는 책 하나에 정밀함을 다하여 한 치 한 자만큼이라도 진보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주자께서 "잡서를 보지 말라. 정신이 분산될까 두렵다."주 15)라는 말씀이 바로 이것을 이릅니다. 아우도 바로 이 병에 걸려 부질없이 일생을 허비하는 것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뒤미쳐 생각하더라도 걱정을 떨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보완할 계책이 없어 억지로 들은 얘기를 읊어 삼가 우리 형에게 아룁니다. 혹시 광망하다고 여겨 배척하지는 않으실까요.
주석 14)완물 상지(玩物喪志)
작은 기예에 탐닉한 나머지 원대한 뜻을 잃는 것을 말한다. 송유(宋儒) 사양좌(謝良佐)가 사서(史書)를 잘 외우며 박학다식한 것을 자부하자, 정명도(程明道)가 "잘 외우고 많이 알기만 하는 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본심을 잃는 것과 같다.【以記誦博識, 爲玩物喪志.】"고 경계한 말이 《정씨유서(程氏遺書)》 3권에 수록되어 있다.
주석 15)잡서를……두렵다
《회암집(晦庵集)》 권39 〈여위응중(與魏應仲)〉에 보인다.
與梁文吾【奎煥】
卽拜李丈。詢叩省候康寧。實慰瞻耿。今年擺脫絆已。杜門掃却。固知吾兄有大有爲之志。而其所沛然。將有不家禦者矣。但近所尊閣。在於三國志云。以其耽於奇偉縱橫之術。而愛玩不置耶。將以餘力及之。而商略得失以爲窮理之一助耶。如前所云。則是玩物喪志。口耳之學也。如後所云。則又非初學力量所可及處。皆非所望於吾兄者。夫讀書固有次第。先其切於身心日用如孔孟程朱之書。使明白平易至近至切之地。有所據守而後。可以經理世務。商訂人物爲未晩也。與其汎濫閒汨。而無所歸宿。曷若致精一書。得寸得尺之爲有進步處也。朱子曰。勿觀雜書。恐分精力。正謂此也。弟正坐此病。亦未免枉過一生。追念耿耿。塡補無計。聊誦所聞。謹爲吾兄陳之。或不爲狂妄而斥之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