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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김백견【장석】에게 보냄(與金伯見【章錫】)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9
김백견【장석】에게 보냄
헤어지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부모를 모시는 즐거움은 더욱 복되고 밝은 창가에서 학업에 몰두하는 일과 심성을 수양하며 이치를 익히시는 의취(意趣)가 날로 새로우신지 모르겠습니다. 종족은 효성스럽다 칭찬하고 향당은 공경스럽다 칭찬하며 조행(操行)이 고상하고 우아함에 이르렀으니, 모든 거취가 본분(本分)과 실지(實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세간(世間)의 갖가지 병통이 없는 사람으로 백견(伯見) 만한 이가 누구이겠습니까. 그렇지만 아우가 형에게 기대하는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형 또한 반드시 이 정도로 자족(自足)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리(義理)는 한계가 없으며 사업(事業)은 끝이 없습니다. 7푼 어치 공부를 하면 7푼짜리 사람이 되고 10푼 어치 공부를 하면 10푼짜리 사람이 됩니다. 자신의 지위가 높고 낮음은 노력을 얼마나 기울이는지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공문(孔門)의 제자를 보자면 자유(子游), 자하(子夏)가 안연(顏淵), 민자건(閔子騫)에 이르지 못한 것이 애석하고 안연, 민자건이 공자(孔子)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애석합니다. 천고(千古)의 후세에 살면서 천고의 옛날을 얘기하하는 것도 애석하여 성에 차지 않는 마음이 오히려 이와 같은데 하물며 자기를 위해서 꾀하는 것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우리는 나이가 중년을 지났으니 앞으로의 세월은 남은 날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전번에 형께서 서숙(書塾)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단정한 자세로 서안(書案)을 마주하여 의난(疑難)과 차기(箚記)가 장황하게 종이를 채운 것을 보고 저의 마음이 기쁘기 그지없었습니다. 대체로 우리 형께서는 평소에 과문(科文)을 익힌 것으로 말미암아 책을 읽을 때 깊은 이해를 추구하지 않으십니다. 이 때문에 소견이 모호하여 명백하고 시원스러운 부분이 없습니다. 만약 한바탕 시원스럽게 이해하여 지난날의 의견을 벗어버리지 않는다면 심한 생경(生硬)함을 어찌하겠습니까. 여러 가지로 염려스러웠는데 지금 곧바로 돌이켜 깊이 반성하는 것이 이와 같음을 보게 되었으니 어찌 축하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대략이나마 마음을 털어놓고 삼가 형을 면려하는 뜻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차기(箚記)에 조목마다 답을 올린 것은 단지 지난번 직접 뵙고 토론했던 말을 다시 읊었을 뿐입니다.
與金伯見【章錫】
離違月已。未審省歡益福。明窓業几。涵養溫理。意趣日新否。宗族稱孝。鄕黨稱悌。以至操履文雅。凡百去就。不越乎本分實地之中。而無世間種種病痛者。孰有伯見哉。雖然弟之所以希望於兄者。不止於此。兄亦必不以此爲自足也。義理無限。事業無窮。做得七分工夫。則爲七分人。做得十分工夫。則爲十分人。自家地位高低。在其用功多寡之如何耳。今見孔門諸子。惜游夏之未至於顔閔。惜顔閔之未至於孔子。在千古之下。語千古之上。而其慨惜未滿之意。猶尙如此。況自爲謀乎。吾儕年過中身。前頭歲月。所餘無幾。向見兄淨掃書塾。端然對案。疑難箚記。張皇滿紙。不勝區區愛悅之情。大抵吾兄素因功令之習。讀書不求甚解。是以所見含糊無明白爽快處。若不有一場痛理會。脫却舊日意見。則甚生奈何。種種爲慮。今見有亟反而猛省之者如此。豈不爲賀。此所以略攄寸心。謹付相勉之意。以爲如何。箚記逐條奉答。只是再誦向日面討之語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