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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안순견에게 답함(答安舜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7
안순견에게 답함
월파(月波 정시림(鄭時林))가 저를 찾아와 하룻저녁의 평온함을 누렸는데 형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옛것에 싫증을 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것, 이것은 분명히 병통입니다. 하물며 학문에 들어가는 나침반으로 주서(朱書)에 앞서는 것이 없음에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퇴계 선생(退溪先生)께서 일찍이 말씀하시기를, "도가 넓고 넓으니 어디부터 손을 댈 것인가. 지극히 절실하고 지극히 긴요한 것에 나아가 근거를 세우고 맥락을 드러내는 것은 오로지 주서에 달려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노사 선생(蘆沙先生) 또한 말씀하시기를, "육경(六經) 이후로 시원스럽고 명백하기가 주서만한 것이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원하건대 형께서 이 책을 숙독(熟讀)하고 완미(玩味)하여 기초를 수립한 다음 군서(群書), 군경(群經)에 나아가 발휘(發揮)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날마다 정해진 과정(課程)이 있고 또 여력으로 다른 책 1~2편을 보는 것이 또한 무슨 해가 되겠습니까. 다만 형께서 오늘날 처지가 종일 진력하여 책을 볼 수 없는 형편이라면 어느 겨를에 이 책을 보고 또 다른 책을 보겠습니까. 존심 양성을 하면서 이치를 궁구할 줄 모르는 것, 이것은 분명 한쪽에 치우친 병통입니다. 주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뜻이 정밀하지 못한 것은 세심하게 생각하면 정밀해질 수 있다."라고 하셨습니다. 또 "학문의 도는 다시 다른 방법이 없다. 단지 숙독하여 자세히 음미하면 오랜 시일이 지나 저절로 자각하게 되고, 배운 것을 존중하고 아는 것을 실천하면 오랜 시일이 지나 저절로 이르는 곳이 있게 된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答安舜見
月波見過得一夕之穩。恨不如兄共之也。厭舊喜新。此固病痛。況入學指南。無有先於朱書耶。退溪先生嘗曰。道之浩浩。何處下手。就至切至要處。立脚。路脈只在朱書。蘆沙先生亦曰。六經以後。滂沛明白。無如朱書。願兄於此書。熟讀玩味。以立基本然後。進乎群書群經。以發揮之如何。旣有逐日課程。又以餘力及於他書一二篇。亦何害也。但兄之今日事力。勢不可終日專力省書。則何暇看此書。又看他書耶。存養而不知窮理。此固偏枯之病也。朱子曰。義不精細思可精。又曰學問之道。更無他法。但熟讀詳味。久久自有見處。尊所聞。行所知。久久自有至處。未知會見此語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