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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안순견【국정】에게 답함(答安舜見【國禎】)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6
안순견주 10)【국정】에게 답함
며칠 전 귀성(貴星 상대방의 심부름꾼)이 왔을 때 바쁘다 보니 답장을 보내지 못하였습니다. 요사이 날이 맑고 따뜻한데 상중(喪中)의 체후는 편안하시며, 일마다 성찰하고 이르는 곳마다 스스로 살피고 궁구하는 일로 눈앞에 닥친 응수(酬應)와 일상의 공부가 서로 배치되는 일은 없으십니까. 학자(學者)의 병통은 바로 이치와 일을 각각 둘로 구분하는 데 있으니, 이것은 자신을 채찍질하여 자신과 아주 가깝게 할 수 없는 병통입니다.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존심양성(存心養性)을 하지 못한다면 단지 말일 뿐이다."주 11)라고 하였으니, 이 말을 깊이 유념해야 합니다. 아우는 평소 남보다 모자란 자질에 꾸물대다가 때를 놓치는 일이 더해져 나이는 많아지고 기력은 쇠퇴한 채 온갖 일에 바빴습니다. 시인(詩人)이 말한 "내가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 것을."주 12)라는 것이 시로 내 마음을 먼저 포착한 말입니다. 강생(姜生)의 문목(問目)에서 주해(註解) 운운한 조목의 말은 주서(朱書)에 보이는지요? 아우는 참으로 전날의 제 주장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곧 "참되고 고요하다는 것은 이(理)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고 미발(未發)은 심(心)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다."라고 다시 바로잡았습니다. 지금 형의 말씀을 보니 더욱 의혹이 사라져 크게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마음입니다. 혼백 운운한 것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음양(陰陽)은 서로 그 속에 내재하여 본래 칼로 자르듯 음이 되고 양이 되는 이치가 없습니다. 혼(魂)은 양의 영(靈)이고 백(魄)은 음의 영이며, 혼은 발용(發用)을 위주로 하고 백은 수장(收藏)을 위주로 합니다. 이것은 큰 구분입니다. 그러나 수장처(收藏處)에 발용함이 있고 발용처에 수장함이 있습니다. 이것이 서로 내재하는 것입니다. 입이 맛을 알고 코가 냄새를 아는 것은 본래 백(魄)이지만 혼(魂)도 그 안에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거울의 바탕이 본래 밝고 물의 표면이 본래 맑은 것은 백이지만 광채가 밝게 드러나고 사물을 만나면 반드시 비추는 것은 혼인 것과 같습니다. 어찌 칼로 자른 듯이 혼이 되고 백이 되는 이치가 있겠습니까. 다시 세세히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주석 10)안순견
순견(舜見)은 안국정(安國禎, 1854∼1898)의 자이다. 본관은 죽산(竹山), 호는 송하(松下)이다. 기우만(奇宇萬)의 《송사집(松沙集)》 권38에 〈송하거사안공묘갈명(松下居士安公墓碣銘)〉이 실려 있다.
주석 11)만약……뿐이다
정호(程顥)의 말로, 《이정유서(二程遺書)》 권1에 보이며, 《근사록(近思錄)》 권4 〈존양(存養)〉에도 채록되었다.
주석 12)내가……것을
《시경(詩經)》 〈초지화(苕之華)〉에 보인다.
答安舜見【國禎】
日者貴星之來。緣忙稽謝。卽日晴暄。孝候支迪。隨事省察。隨處體究。有以見眼前酬應與日用工夫。不相背馳否。學者之病。正在於理事各成兩截處。此是不能鞭辟切近之病。程子曰。若不能存養。只是說詁。此言當深念也。弟素以不逮之質。加以因循失時。年力衰替。百故鞅掌。詩人所謂知我如此。不如無生。實是先獲我心者也。姜生問目一條語註解云云見於朱書耶弟固知前日鄙說之有未盡處。旋復改之曰。眞而靜是理上說。未發是心上說。今見俯示。尢覺釋然。其感幸大矣。魂魄云云。夫陰陽互藏其宅。本無截然爲陰爲陽之理。魂者陽之靈。魄者陰之靈。魂主發用。魄主收藏此則大分也。然收藏處有發用。發用處有收藏。此則互藏也。口之知味。鼻之知臭。固魄也。而魂亦在其中。如鑑之地本明。水之面本淸者。魄也。而其光彩著見。遇物必照者。是魂也。豈有截然爲魂爲魄之理也。更望細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