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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문덕경【달환】에게 답함(答文德卿【達煥】)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3
문덕경【달환】에게 답함
세상에 얽매였던 곳을 떠나 고요한 곳으로 나아가니 새로 마련한 집터가 한가롭고 자유스럽습니다. 더구나 가을을 틈타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 사귄 친구의 얼굴을 함께 대하였으니 위안이 되고 마음이 놓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돌아온 이래 벌써 두 달이 지났습니다. 형의 체후는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 또한 평온하신지요? 매양 소식을 듣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아우는 병세가 날로 심해져 바로 서산(西山)에 지는 해와 같으니 가련합니다. 아, 남은 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참으로 마땅히 부지런히 노력하여 죽기 전에 좁은 소견이라도 얻기를 바라는 것이 어찌 지극한 소원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처지와 형편이 이와 같은 데다가 또다시 쓸쓸하고 적막하여 답답하고 의지할 곳도 없으니 어떠하겠습니까. 매양 세상일은 전부 쓸어버리고 형처럼 학식이 뛰어나고 견문이 넓은 또래들과 차분하게 서로 보고자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조물주가 평생에 걸쳐 곤궁했던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특별히 만년에 여지를 갖게 해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습습니다. 악(惡) 역시 이(理)가 주재(主宰)합니다. 이것이 저의 본의는 아니지만 자세히 말하자면 역시 얘기할만한 곡절(曲折)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발(發)하여 곧게 이루어진 것은 분명히 이(理)가 주재한 것이고 곧게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기(氣)가 이겼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위선(爲善)과 위악(爲惡)'의 분명한 경계입니다. 참으로 용납할 수 있는 다른 평설(評說)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理)라는 것은 본래 사물을 주재하되 그렇지 않은 때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위쪽의 반은 이가 주재하고 아래쪽의 반은 기가 주재한다면 그렇지 않은 때가 없다는 것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겠습니까. 비유하자면,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분명 이의 본연(本然)이지만 튀겨서 이마 위로 올라가게 하고 힘을 가하여 산에 있도록 하는 것을 본연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또한 사리와 형세가 그렇게 되도록 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맹자(孟子)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에게 부림을 받고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부림을 받는 것을 모두 하늘의 이치라고 보았고,주 5) 주자(朱子)는 기화의 성쇠와 인사의 치란을 상리(常理)라고 하였으니주 6) 이를 통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선을 따르면 길하고 악을 따르면 흉하며,주 7) 천리를 따르면 여유가 있고 인욕을 따르면 위태로우니주 8) 이(理)가 주재하지 않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것은 이(理)에 나아가 깊이 탐구하여 말한 것입니다. 위의 한 조목과 각각 하나의 의미가 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주석 5)맹자(孟子)는……보았고
《맹자》 〈이루 상〉에 "천하에 도가 있을 때에는 소덕(小德)이 대덕(大德)에게 부림을 당하고 소현(小賢)이 대현(大賢)에게 부림을 당하며, 천하에 도가 없을 때에는 나라가 작은 자가 나라가 큰 자에게 부림을 당하고 약자가 강자에게 부림을 당한다. 이 두 가지는 하늘(이치와 형세)이니, 하늘을 순종하는 자는 보존되고 하늘을 거스르는 자는 망한다."라고 하였다.
주석 6)주자(朱子)는……하였으니
《맹자집주》 〈등문공 하(滕文公下)〉 제9장의 "천하에 사람이 살아온 지가 오래되었는데, 한 번 다스려지고 한 번 어지러웠다.【天下之生久矣, 一治一亂.】"라는 구절에 대한 주희(朱熹)의 주에, "한 번 다스려지고 한 번 어지러웠다는 것은 기화의 성쇠와 인사의 득실이 반복하여 서로 찾아오는 것이니, 이치의 떳떳함이다.【一治一亂, 氣化盛衰ㆍ人事得失, 反覆相尋, 理之常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주석 7)선을……흉하며
《서경》 〈대우모(大禹謨)〉의 "선을 따르면 길하고 악을 따르면 흉하다."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주석 8)천리를……위태로우니
정이(程頤)가 지은 〈사물잠(四勿箴)〉 가운데 동잠(動箴)에 '철인은 기미를 알아 생각할 때에 성실히 하고, 지사는 행실을 힘써 행함에 지조를 지킨다. 천리를 따르면 여유가 있고 인욕을 따르면 위험하니, 창졸간에도 능히 생각해서 전전긍긍하여 스스로 잡아 지키도록 하라. 습관이 성(性)과 더불어 이루어지면 성현과 함께 돌아가리라.【其動箴曰, 哲人知幾, 誠之於思, 志士勵行, 守之於爲. 順理則裕, 從欲惟危, 造次克念, 戰兢自持. 習與性成, 聖賢同歸.】"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
答文德卿【達煥】
謝繫就靜。新寓蕭散。矧且乘秋溯涼。共對知舊積年之面。其慰豁之情。爲何如哉。歸來。月已再弦矣。未審兄體何如。惟憂亦平和否。每切願聞。弟病情日深。正是下山之日。可憐。嗚呼餘日幾何。固宜汲汲勉力。企得一管之見於未死之前。豈非至願。而身事如此。又復落落離索。無聊無賴。奈何。每欲掃却外事。與如兄年輩老宿之人。爲從容相觀計。而不可得。未知造物矜其平生蹇滯。而特許其晩年一副餘地耶。可呵。惡亦理爲之主宰。此非鄙之本意。而究言之。亦不無曲折可言處。發而直遂。固理之爲主。而其不直遂者。爲氣所勝故也。此是爲善爲惡八字界至也。固無他說之可容更評。然理者。是合下主宰物事而無時不然者也。今以上一半。理爲之主。下一半。氣爲之主。則烏在其無時不然者乎。比之水潤下。固理之本然。而其搏之以過顙。激之以在山。謂之本然則不可。而亦不可謂非理勢之使然也。孟子以小役大弱役强。同謂之天。朱子以氣化盛衰。人事治亂。謂理之常。此可考也。況惠迪吉。從逆凶。順理則裕。從欲惟危無非理爲之主也。此是就理上深探而究言之者也。與上一條自不妨各爲一義。如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