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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정주윤에게 답함(答鄭周允)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2
정주윤에게 답함
10년이 지나도록 서로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활별(濶別 오랫동안 만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활별이 이와 같다면 거의 서로를 잊었으련만 잊지 못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하루라도 형 옆에 있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이것은 인정이 본래 그러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늘그막에 남겨진 시간이 거의 없건마는 앞으로의 활별은 더 심할 듯합니다. 우리 둘이 다시는 살아 있는 세상에서는 서로 볼 수 없겠지요. 형이 말씀하시는 "흙이 아니고 나무가 아니니 어떻게 마음을 가누겠는가."라는 것은 애초에 아우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지난가을에 송사(松沙 기우만(奇宇萬)의 호)가 형의 편지를 보내주어 인하여 형이 근래 머리 아픈 일 없이 지내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험난한 세상에 어찌 이것보다 좋은 소식이 있겠습니까. 다만 그 당시에 앓았던 병환은 과연 일찌감치 일상을 회복하여 줄곧 평안하신지요? 형제가 책상을 마주하고 노년에 덕을 닦아나가는 것이 더욱 정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우는 노쇠한 징후가 갑자기 이르고 기침이 잦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날이 갈수록 심해져 베개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으니 단지 아직 식지 않은 시체일 뿐입니다. 보내신 편지에 자세하게 의리(義理)를 죄다 말씀하셨는데 아주 명명백백하여 덕으로 사람을 아끼는 군자의 지극한 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유종(儒宗)의 말에 관해서는 이보다 앞서 참으로 이미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이 옳은 듯하지만 그릇된 것입니다. 옳은 듯하기 때문에 사람을 미혹하기가 쉽습니다. 하물며 한 시대의 명망을 짊어진 입장에서 옳은 듯한 말을 하여 이익을 좋아하는 마음에 호응해준다면 어느 누가 그를 흠모하면서 기꺼이 따르지 않겠습니까? 혀를 찰 괴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答鄭周允
十年不相見。此非濶別耶。濶別如此。幾乎相忘。而心心念念。無一日不在於兄邊。此人情之所固然耶。葉楡殘景。所餘無幾。而前頭之濶似復甚焉。吾兩人。其不得復以陽界相見耶。兄所謂非土非木。何以爲心者。未始非弟之語也。前秋松沙送兄書。因審兄近來經過無撓。險世好消息。何踰於此。但其是有所愼之節。果能趁早復常。一味泰平否。聯棣對床。老年進德。想益邃密也。弟衰徵驟至。咳嗽喘促。日甚一日。伏枕叫囈。特一未冷尸耳示喩縷縷。說盡義理。十分明白。可見君子愛人以德之至意也。所謂儒宗之言。前此固己聞之矣。天下最可畏者。似是之非。似是故惑人易。況以一時負望之地。而持似是之說。以中其嗜利之心。則孰不欣慕而樂從之哉。可謂咄咄怪事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