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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 정주윤【황규】에게 보냄(與鄭周允[冕圭])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4 / 서(3)(書(3))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4.0001.TXT.0001
정주윤【황규】에게 보냄
봄철 무렵에 계남옹(溪南翁)주 1)의 아들과 조카가 찾아왔었지만 빨리 떠나는 바람에 문안 편지를 갖추지 못하였습니다. 뒤이어 소식을 모르는 채 1년이 지났습니다. 형의 체후는 동정이 어떠신지요? 곤괘(困卦)의 올바름주 2)과 비괘(否卦)의 형통함주 3)이 반드시 숨어 있다가 밝게 드러나) 스스로 위안을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멀리서 우러러 흠모하는 마음 간절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우는 쌓인 죄로 재앙이 남아 있어 이러한 불행을 만났으니 비통하고 부끄러워 차라리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만 아비 없는 어리고 연약한 두 손자가 눈앞에서 뛰놀고 재잘거리는 것으로 그럭저럭 근심을 잊고 있을 뿐입니다. 평소에 뜻했던 학업은 어물어물하다가 성취를 거두지 못하였고 조물주는 너그럽게 대하지 않아 늙을수록 더욱 기구하니 다시 어찌 여력(餘力)을 수습하여 보잘것없는 노년의 공효(功效)마저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동쪽으로 정운(停雲)주 4)을 바라보면 매번 형에게 달려가 하소연하고 싶지만 그러지를 못합니다. 세상은 상황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끝내 어디에 이르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모름지기 시의(時義)에 맞는 거취에 대해서 아끼지 말고 제게 대략이나마 알려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주석 1)계남옹(溪南翁)
최숙문(崔琡民, 1837∼1905)의 호이다.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원칙(元則), 치장(稺章)이다. 기정진에게 수학하였고 저서로는 《계남집》이 있다.
주석 2)곤괘(困卦)의 올바름
《주역(周易)》 곤괘(困卦) 괘사(卦辭)에, "곤괘는 형통하고 바르니 대인이기 때문에 길하고 허물이 없다."라고 하였다.
주석 3)비괘(否卦)의 형통함
《주역》 비괘(否卦) 육이(六二)의 효사(爻辭)에 "육이는 품고 있는 것이 순히 받드는 것이니, 소인은 길하고 대인은 비색하여야 형통한다."라고 하였다.
주석 4)정운(停雲)
도연명(陶淵明)이 친우를 생각하며 지은 〈정운(停雲)〉에 "뭉게뭉게 제자리에 서 있는 구름이요, 부슬부슬 제때에 내리는 비라.【靄靄停雲, 濛濛時雨.】"라는 말이 보인다. 《陶淵明集 卷1》
與鄭周允[冕圭]
春間。溪南翁子若姪之過。綠於速發。未修一字候儀。繼而漠然。寒暑改易。謹請兄體動止何若。困之貞。否之亨。想必有潛昭闇章。而可以自慰者。遠外馳仰。不任憧憧。弟積罪餘殃。遭此禍故悲霣慚作。寧欲溘然。只有藐孤兩孫。趨喏眼前。聊以自遣耳。平生志業。因循未就。而造物不貸。老益崎險。更安能策理餘力。以效葉楡萬一之收耶。東望停雲。每欲趨訴。而不可得也。時象風邑。日甚一日。畢竟稅泊有不可以預算。望須以時義去就。不惜槪及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