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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기봉여【동익】에게 답함(答奇鳳汝【東翼】)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56
기봉여【동익】에게 답함
형의 편지는 뜻밖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또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제가 다른 곳에 우거(寓居)하여 편지를 조금 늦게 받았고 이어서 먼 길을 가야 하는 일이 있어 지금까지 답장을 올리는 것이 늦어졌으니 부끄러움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무더운 여름이 깊어 가는데 안부가 편안하신지 모르겠습니다. 형을 향한 그리움을 견디지 못합니다. 아우가 오랜 세월 어려움을 겪은 것을 뒤미쳐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문을 걸어 닫고 칩거하자니 이따금 무익하기만 한 끝없이 이는 회포를 가누지 못할 뿐입니다. 아, "물고기 삶는 가마솥에 물을 부으려네."주 111) "집 없는 장초(萇楚) 처지를 즐긴다."주 112)는 구절을 마음속으로 반복해서 읊조리려니 아득한 옛날이 멀다는 것을 모르겠습니다. 회포가 산처럼 쌓여 바람에 임하여 서글퍼하면서 그저 옛사람이 말한 "언제나 한 동이 술을 놓고 다시 더불어 글을 자세히 논할까."주 113)라는 구절을 읊어 형에게 답장을 보냅니다.
주석 111)물고기……부으려네
《시경(詩經)》 〈회풍(檜風) 비풍(匪風)〉에 "그 누가 물고기를 쪄 먹을 건가. 가마솥에 물을 부으려네."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망해 가는 주(周) 나라를 일으키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를 돕겠다는 말이다.
주석 112)집……즐긴다
《시경》 〈습유장초(隰有萇楚)〉에 "진펄에 보리수나무가 있으니, 야들야들한 그 가지로다. 어리고 곱고 반들거리니 너의 집 없음을 즐거워하노라."라고 한 데서 온 말로, 흉년과 부역에 시달린 백성들이 차라리 장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집도 없는 것이 부럽다는 뜻이다.
주석 113)언제나………논할까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내가 있는 위수(渭水) 북쪽엔 봄날의 나무, 그대 있는 장강(長江) 동쪽엔 저녁의 구름. 어느 때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다시 한번 글을 함께 자세히 논해 볼까.【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라고 한 시구에 보인다. 《杜少陵詩集 卷1》
答奇鳳汝【東翼】
兄書可謂出於意外。而亦不可謂不出於意中也。但身寓他所。奉書差晩。繼而有春糧之行。一紙謝復。尙爾稽緩。愧可道耶。未審夏令屆深。體度崇適。馳溯不任。弟經艱閱劫不必追提。而杜門頹蟄。時不勝悠悠無益之懷耳。嗚乎漑釜鬵之烹魚。樂萇楚之無家。沈吟反復。不知千古之爲遠也。積懷如山。臨風悵然。只誦古人所謂何時一樽酒。重與細論文之句。而煩爲兄謝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