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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안낙현【재성】에게 답함(答安樂賢【載性】)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9
안낙현【재성】에게 답함
일전에 보내신 서신을 열어 본 이래로, 강습(講習)하는 즐거움이 이렇게 이루어지기를 바랐던 저의 정성에 위안이 될 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이 정명(精明)하고 세밀하여 사람을 발전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저에게 기쁘고 다행스럽기가 실로 어떻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하여 좁은 소견 한두 가지로 감히 다시 우러러 아뢰니 가르침을 주시기 바랍니다. 하학(下學) 운운한 것을, 노형(老兄)께서는 '상(上)', 하(下)' 2자를 도(道)와 기(器)로 인식하십니까, 아니면 도와 기의 경계를 이르는 것입니까? 만약 곧장 도와 기라고 말한다면 하(下)에는 정녕 형상(形象)과 방위(方位)가 있으며, 다만 도와 기의 경계라고만 한다면 상(上)에 이미 형상과 방위가 없는데 하(下)에만 형상과 방위가 있겠습니까. 성인은 이(理)와 기(氣)를 나눌 수 없는 곳에 대해서는 '형이(形而)'주 107) 두 자를 쓰고 이와 기가 뒤섞일 수 없는 곳에 대해서는 '상하(上下)' 두 자를 썼습니다. 이것은 《역(易)》에 처음 나타나고 《논어(論語)》에서 반복되었으니108)108) 《논어(論語)》에서 반복되었으니: 《논어》 〈헌문(憲問)〉의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사람을 탓하지 않고, 아래로 인간의 일을 배우면서 위로 천리(天理)를 통달하노니, 나를 알아주는 것은 하늘이실 것이다."라는 말을 가리킨다.
그 경계가 매우 정밀합니다. 학자들은 단지 일상적인 인사(人事)에 종사하면서 행해야 하는 의리를 다하는 데 힘써서 격물 궁리(格物窮理)의 깊은 뜻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이렇게 지극히 비근(卑近)한 곳으로 나가지만 지극히 고원(高遠)한 곳이 생생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어찌 현묘한 곳에 나아가는 것을 미리 근심하여 도와 기의 경계를 어지럽히겠습니까. 부디 잘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107)형이(形而)
《주역》 〈계사전 상(繫辭傳上)〉의 "형이상의 것을 도라고 하고 형이하의 것을 기라고 한다."라는 말을 가리킨다.
答安樂賢【載性】
日前手存。披閱以還。不惟講習之樂。有以慰此期仰之誠。其盛課之精明詳密。有以開發人處。區區喜幸。實難名喩。因以一二菅見。敢復仰溷。幸見敎也。下學云云。老兄以上下二字。認爲道器耶。抑謂道器之界至耶。若是直說道器。則下固有形象方位。只是說道器界至。則上旣無形象方所。下獨有形象方所乎。聖人於理氣之不可分開處。下形而二語。於理氣之不可混雜處。下上下二字。始著於大易。反復於論語。此其界至極爲精密矣。學者但當從事於日用人事之間。務盡其當行之義。而不失其窮格之蘊。則卽此至近至卑而至高至遠者。躍如矣。豈有預憂玄妙之馳而亂道器之界至哉。千萬諒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