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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서원석【복기】에게 답함(答徐元陽【復基】)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8
서원석【복기】에게 답함
세시(歲時)의 왕래로 인하여 가까이 사는 벗들은 모두 소식을 들었지만, 영평(永平)의 고인(高人 수신인을 말함)께서는 어떤 상황인지 미처 모르고 있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정감이 담긴 편지를 받으니 궁벽한 음지에서 햇빛을 보는 것 같을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가 곤궁한 재력(財力)으로 천애지각(天涯地角)에 살고 있으니 몸소 나아가 얼굴을 마주하고 정담을 나누기가 어찌 쉽겠습니까. 곧 서신만이 서로 따르며 가깝게 지내는 방도입니다. 하물며 안부를 묻는 외에 또 강론과 사색에 관한 이러저러한 말들이 끊임없이 종이 폭을 채우니,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계발하도록 하는 방도로 볼 때 편지가 대면하는 것에 못미친다고 할 이가 누구이겠습니까. 여러 조항 운운한 것은 노형(老兄)의 말씀이 이치에 맞습니다. 그러나 천지가 만물을 생(生)함과 사람의 마음이 인(仁)한 것은 본래 두 개의 일이 아닙니다. 대체로 현상은 만 가지로 달라도 근본은 하나【萬殊一本】이므로 본래 고정된 모습이 없습니다. '성(誠)' 자를 가지고 본다면 성(誠)이 하나의 근본【一本】이고 '경(敬)' 자를 가지고 본다면 경(敬)이 하나의 근본입니다. '인(仁)', '의(義)', '중(中)', '정(正)' 자도 모두 그렇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주로 삼아서 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뿐입니다. 또 모든 현상에는 각각 갖추고 있는 하나의 근본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효(孝)' 자나 '혜(惠)' 자 같은 부류가 그렇습니다. 나갈 때는 아뢰고 돌아와서는 고하며,주 101)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드리는주 102) 등 시봉하는 모든 방법이 '효(孝)' 한 글자에서 나옵니다. 조존(操存)주 103)과 격물(格物)의 설에 대한 대답도 훌륭합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는 것주 104)은 분명히 미발의 때이고 사려(思慮)만 막 싹터 나오는 때입니다. 그러나 대체로 모두가 어둡고 은미하여 남은 모르고 자신만 아는 것입니다. 계신공구(戒愼恐懼) 또한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엄숙하게 하며주 105), 생각하는 듯 엄숙한 자세를 가지고주 106) 감히 태만하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하문하신 것은, 저처럼 과문한 소견으로는 일반적인 사례(士禮)에도 어두운데 하물며 제후의 예에 대해서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후사로 나간 아들은 친생부(親生父)에 대해 살아계실 때는 감히 아버지로 여기지 못하고 돌아가셔도 감히 예(禰 아버지의 사당))에 받들지 못하며 상복은 감히 3년을 입지 못합니다. 하물며 공자(公子)의 아들로서 입계(入繼)하여 왕통을 이은 경우야 말한 나위가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공조례(公朝禮)가 있고 가인례(家人禮)가 있습니다. 공조례는 공의(公議)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이고 가인례는 사적인 은의(恩誼)를 펴고자 하는 것입니다. 조형(曺兄)이 말한 창업을 이룬 군주와 입계한 군주는 그 예가 다르다고 한 것은 옳습니다만, 입계한 군주도 가인으로서의 예가 없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다시 살펴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101)나갈……고하며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자식은 집을 나갈 때 반드시 어버이에게 가는 곳을 아뢰고 돌아와서는 반드시 얼굴을 보인다."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02)겨울에는……해드리는
《예기》 〈곡례 상(曲禮上)〉에 "무릇 자식이 된 예는 겨울에는 따뜻하게 해 드리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해 드리는 것이다."라고 보인다.
주석 103)조존(操存)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마음이라는 것은 잡아 두면 있고 놓아 버리면 없어지는 것으로, 나가고 들어오는 것이 일정한 때가 없으며, 어디로 향할지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라는 구절에서 나온 말이다.
주석 104)보이지……것
《중용장구》 제 1 장에 "도라는 것은 잠시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다. 떠날 수가 있다면 그것은 도가 아니다. 그런 까닭에 군자는 보이지 않을 때에도 경계하고 근신하는 것이며, 들리지 않을 때에도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보인다.
주석 105)의관을……하며
공자가 자장(子張)에게 '다섯 가지 미덕〔五美〕'을 가르쳐 주면서 "군자는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존엄하게 하는 법이다. 그러면 그 모습이 엄숙해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외경심을 갖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은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한 대목이 보인다. 《論語 堯曰》
주석 106)생각하는……가지고
《예기》 〈곡례〉에 보인다.
答徐元陽【復基】
因歲時往來。居近朋友。皆得聞信。而但未知永平高人作何狀。謂外情緘。不啻若窮陰之見陽也。吾儕俱以窮約事力。居在涯角。躬駕面穩。豈易事也。只是書尺一路。便是相從。況寒暄之外。又以講討思索多少語。娓娓盈幅。其所以令人資發。誰謂書不如面也。諸條云云。老兄之言得矣。然天地之生。人心之仁。本非兩項物事。大抵萬殊一本。本無定體。以誠字看之。誠爲一本。以敬字看之。敬爲一本。仁義中正字之類。莫不皆然。惟觀其所主而言者。如何耳。且事事物物上。有各具之一本。如孝字惠字之類。是也。出告反面。冬溫夏凊。凡百侍奉。皆是一箇孝字出來。操存格物說。所答亦善。不覩不聞。固是未發之時。獨是念慮初萌處。然凡幽暗隱微。人所不知而己所獨知者。皆是也。戒愼恐懼。亦非着意爲之。只是正衣冠。尊瞻視。儼若思。不敢慢之謂。俯詢云云。以若謏見寡聞。尋常士禮。猶且茫昧。況於諸侯之禮乎。然夫出後子之於所生。生不敢父。死不敢禰。服不敢三年。況以公子之子。而入承大統乎。是以有公朝禮。有家人禮。公朝禮者。所以正公義也。家人禮者。所以伸私恩也。曺兄所謂創業之君。入繼之君。其禮不同者。得之而但不知入繼之君。亦不無家人禮耳。更詳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