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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임사범【권현】에게 답함(答任士範【德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7
임사범【권현】에게 답함
병으로 궁벽한 움집에 칩거하고 세상에 버림받아 오랜 옛 친구가 안부를 묻는 길만 있을 뿐입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세상의 정취이니 감사하는 마음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 편지를 받고 여름날 부모님을 모시는 것을 신명이 애처롭게 여겨 기거(起居)가 평안하시다는 것을 알았으니 실로 축원하는 바에 합치합니다. 둘째 영랑(令郞)은 몸가짐이 조심스럽고 지각이 열려서 성취한 바가 사리에 어그러지지 않고 온당하니 덕문(德門)이 아직 누리지 못한 복록과 남은 희망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제가 의탁하는 마음도 소소하지 않습니다. 아우는 지난 몇 해 동안 병에 잘 걸려서 기혈(氣血)이 날로 손상되었으니 배우지 않으면 곧 쇠하는 것이 이치상 참으로 당연합니다. 무후(武侯)가 궁벽한 집에 살면서 탄식한 것주 100)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도 없건만 어찌 남의 스승이 되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이것은 참으로 병입니다. 그러나 병이 스승이 되기를 좋아하는 데 있는 것이지 스승이 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후생 소자(後生小子)가 어디에서 도를 듣겠습니까. 형의 염려가 지나치다고 이를 만합니다. 일부(一副)의 좋은 약제(藥劑)는, 세간에는 본래 창공(倉公)이나 편작(扁鵲) 같은 명의(名醫)가 있으니 아우처럼 천석고황(泉石膏肓 산수에 빠져 헤어나지 못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을 위해서 계책을 내겠습니까. 듣자니 저도 모르게 이마에 흐르는 땀이 발바닥까지 적십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100)무후(武侯)가……것
무후는 중국 삼국 시대 촉(蜀)나라 제갈량(諸葛亮)의 시호이다. 그가 지은 〈계자서(戒子書)〉에 "나이는 시시각각으로 들어가고 뜻은 해가 갈수록 사라져 버려 마침내 고락하여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다면, 초라한 오두막에서 슬퍼하며 탄식한들 장차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여기서는 젊은 시절에 부지런히 자신의 본업에 힘쓰지 못하여 마침내 이런 신세가 된 것이 한스럽다는 뜻으로 쓰였다.
答任士範【德鉉】
病蟄窮竇。見漏於世。只有知舊存訊一路。此爲陽界意況。感佩曷任。仍審維夏省歡神勞。起居珍勝。實協祈祝。二郞謹勅開悟。所就穩藉。德門不食。餘望可量。區區寄意。亦爲不淺。弟年來善病。氣血日敗。不學便衰。理固宜然。武侯窮廬之歎。不能以自遣耳。奈何好爲人師。此固病也。然病在於好爲。而不在於爲師。不然後生小子。何從而聞道乎。兄可謂過慮矣。一副良劑。世間自有倉扁大手。如弟之方困於膏肓者。安能爲人謀也。聞之不覺頂汗流跖。諒恕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