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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황국서【계】에게 답함(答黃國瑞【稽】)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5
황국서【계】에게 답함
이별한 뒤 언제 만났는지 아득하여 돌이켜 기억할 수도 없습니다. 돌아보건대 이렇게 천한 목숨이 지난 몇 년간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거나주 97) 후미진 구석을 떠돌거나 문을 닫고 병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을 겪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이곳은 사방의 벗들과 평소에 교유하던 곳과 비교하면 아득하기가 마치 세상 소식과 막혀있는 듯합니다. 뜻하지 않게 노형(老兄)께서 그래도 이렇게 저를 잊지 않고 버리지 않고 친필로 쓰신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장황하고 자세하여 매우 간절하였습니다. 편지를 펴놓고 여러 번 읽어보니 저도 모르게 고질병이 몸에서 떨어져 나가 다시 옛날에 모시고 뒤따르던 때의 기분이 완연합니다. 감격스럽기 그지없어 대할 방도를 모르겠습니다. 서신을 통하여 부모님을 모시고 새해를 맞아 모든 복이 모인 것을 알았습니다. 신명이 덕을 지닌 군자를 도와주는 것이 이치상 응당 이와 같아야 할 것입니다. 우러러 축하드리며 실로 저의 간절한 마음에 부합합니다. 아우는 죽을 지경에 이르러 숨쉬기도 벅차고 날이 갈수록 더욱 쇠약해져 애타는 심정을 달래면서 그저 빈궁한 집에서 비탄에 잠길 뿐입니다. 선대부장(先大夫丈)의 묘갈문(墓碣文)에 관한 일로 또 이미 중암 선생(重菴先生)주 98)을 찾아뵈었습니까? 어버이를 현창(顯彰)하는 정성이 사람을 감탄하여 우러러보게 합니다. 아우는 참으로 하찮은 존재이건만 선생께서 어떻게 아셨겠습니까. 이는 반드시 형들이 종유하는 사사로운 정 때문에 곡진하게 말씀드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듣자니 놀라워 얼굴이 붉어집니다.
주석 97)어려운……있거나
원문은 '운뢰수산(雲雷水山)'이다. '운(雲)'과 '뢰(雷)'로 이루어진 것이 둔괘(屯卦)이고 '수(水)'와 '산(山)'으로 이루어진 것이 건괘(蹇卦)로서 모두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나 곤고(困苦)한 처지에 놓인 것을 상징한다.
주석 98)중암 선생(重菴先生)
중암은 김평묵(金平默, 1819~1891)의 호이다. 자는 치장(稚章), 본관은 청풍(淸風)이다.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1792~1868)와 매산(梅山) 홍직필(洪直弼, 1776~1852)의 문인이다. 저서로는 《중암집》이 있다. 시호는 문의(文懿)이다.
答黃國瑞【稽】
一別會在何時。茫然不可追記矣。顧此賤命。年來經歷。無非雲雷水山。流離僻隅。杜門病廢。此於四方知舊平昔交遊之地。漠然若隔世消息。不謂老兄猶且不忘不遺。親賜手書。張皇覼縷。極其懇惻。披玩三復。不覺沈痾之祛身。而完然復是昔年陪從時氣味。感領萬萬。不知所以爲對。仍審侍省迓新。百福湊集。神相愷悌。理應如此。仰賀區區實副懇情。弟風樹殘喘。日益衰頹。撫念耿耿。只有窮廬悲歎而已。先大夫丈碣文。又已奉謁於重菴先生耶。顯親之誠。令人嘆仰。如弟何等蟻蝨。而先生何從而知之。此必兄輩。以從遊之私。而曲爲之說耶。聞之瞿然騂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