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박인여에게 답함(答朴仁汝)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2
박인여에게 답함
고인은 함께 노쇠해가는 나이주 94)를 이별할 때가 아니라고 했건만, 우리 두 사람의 쓸쓸함은 어찌하여 이리도 심하단 말입니까. 서쪽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자면 매번 서운함이 절실하였는데, 한 통의 서신은 참으로 뜻밖이었습니다. 봉투를 열고 여러 번 읽었더니 자리를 함께하여 정담을 나누는 것을 대신하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어떠한 위안이 이와 같겠습니까. 인하여 정양(靜養)하는 형의 체후는 시절에 맞게 원기가 왕성하심을 알았으니 더욱 제가 듣기를 바라던 바에 부합하였습니다. 다만 슬하(膝下)가 요절했다니 듣고 놀라웠습니다.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으니 마음을 너그럽게 갖기만 바랍니다. 영포(令抱)는 어린 나이에 학문을 하니 크게 발전하여 만년의 애틋한 정과 회포를 기탁하기에 충분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아우는 정력이 쇠약해지고 먹는 것도 줄었으며 일상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종종 견딜 수 없어 그저 스스로 딱하고 가엽게 여길 따름입니다. 사람이 벗들의 도움이 없을 수 없는 것은 젊었던 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육신이 쇠약해지고 정신이 혼미해진 시절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습니까. 댁의 족숙(族叔)인 우인옹(愚忍翁)주 95)께서 세상을 떠난 뒤로는 외롭고 쓸쓸한 처지가 되어 의지할 상대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늙어서 이루는 학문의 공과 뒤늦게라도 수습하는 효과를 1만 분의 1이나마 기대했던 것도 모두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인옹(忍翁)의 가문에 또 우리 노형 같은 현자(賢者)가 있어서 저를 버리지도 않고 비루하게 여기지도 않으면서 특별히 아껴주고 가엽게 여기면서 이처럼 지극하게 여러 가지로 일깨워 주리라고 누가 알았겠습니까. 하늘의 뜻이 과연 저에게 몇 년의 수명을 빌려주어 끝까지 두터운 은혜를 받을 수 있게 해 줄지 모르겠습니다. 감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주석 94)함께 노쇠해가는 나이
주 65) 참조.
주석 95)우인옹(愚忍翁)
우인은 박인진(朴麟鎭, 1846∼1895)의 호이다. 본관은 밀양(密陽)이고 자는 학중(學中)이다. 문집으로 ≪우인당유고≫가 있다.
答朴仁汝
古人以同衰之年。謂非別離時。而吾兩人落落。何若是其甚耶。瞻望西雲。每切悵然。一書眞望外也。披玩三復。足以代一席之款洽。何慰如之。因審兄靜養體節對時衛重尤協願聞但膝下夭戚聞之驚愕。然已屬過境。幸爲之寬心也。令抱少年爲學。想長進。而足以寄晩年情懷否。弟精力衰脫。飮啖減損。日用撞着。往往有不能堪耐處。只自悶憐而已。人不可無朋友之助。在少時猶然。況衰頹昏忘之日乎。自尊族叔愚忍翁逝去後。踽踽凉凉。無所聊賴久矣。昞燭之功。收桑之效。所以期希於萬分之一者。亦不免都歸於先天。誰知忍翁一門之內。又有賢如我老兄者。不棄不鄙。而特加愛矜。種種提警之若是其至乎。未知天意果爲之假我數年。以能終受厚惠否也。感感罔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