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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박인여【준각】에게 답함(答朴仁汝【準珏】)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41
박인여주 91)【준각】에게 답함
흰머리 늙은이로 쓸쓸하게 지내자니 매양 심 은후(沈隱候)의 '그대와 함께 늙어간다는'주 92) 탄식이 절실합니다. 하물며 이렇게 세서(歲序)가 바뀌는 때 그리운 마음이 더욱 어떠하겠습니까. 형의 서신은 나의 마음을 먼저 이해했다고 이를 만하며 또한 지금껏 먼저 새해 안부를 갖추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노경(老境)의 보양(保養)과 모든 건강이 새해와 더불어 더욱 새로우신지 모르겠습니다. 형을 향한 그리움이 끊이지 않아 실로 내 마음은 애가 탑니다. 아우는 겨우 목숨만 붙어 있는 병약한 육신으로 풍상에 시달리면서 유유히 지나온 것이 이제 벌써 60년입니다. 죽을 날이 문득 임박하려 하건만 평생에 걸친 지업(志業)은 이룬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장성한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는 새벽이 거듭되기 어렵다."주 93)라는 구절을 읊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되뇌면서 탄식을 합니다. 다만 손자를 가르치는 것이 만년에 심사를 기탁하는 일이지만 이것 역시 지금껏 뜻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포(令抱 상대방의 손자)는 근래 학업의 성취가 과연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 날마다 뛰어난 경지로 나아가 내옹(乃翁 그의 아버지)이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에 위안을 주리라고 생각됩니다. 대체로 학문을 좋아하는 인가(人家)의 어린아이가 매우 드문 것은 왕왕 모두 온갖 세상 경험에 이끌리기 때문이니 애석합니다.
주석 91)박인여(朴仁汝)
인여는 박준각(朴準珏, 1846∼1908)의 자이다. 본관은 밀양, 호는 정재(靜齋)이다.
주석 92)심 은후(沈隱侯)
은후는 남조(南朝) 양(梁)나라 심약(沈約)의 시호이다. 그의 〈별범안성(別范安成)〉 시는 "우리네 인생살이 젊을 적에는, 헤어져도 만날 기약 하기 쉽더니. 그대와 함께 늙은 지금 이 시절, 더 이상 헤어질 때가 아니라네. 한 잔 술이 별거냐고 말하지 마시오, 내일 다시 이 술잔 잡기 어렵다오. 꿈속에 찾아갈 길 알지 못하니, 무슨 수로 그리움을 달래리오.【生平少年日, 分手易前期. 及爾同衰暮, 非復別離時. 勿言一尊酒, 明日難重持. 夢中不識路, 何以慰相思.】"이다. 《古今詩刪 卷9 梁詩》
주석 93)장성한……어렵다
도잠(陶潛)이 지은 〈잡시(雜詩)〉 12수(首) 가운데 첫 번째 시 말구(末句)의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있기는 어려워라. 제 때에 미쳐 마땅히 힘써야 하나니, 세월은 사람 기다려 주지 않는다.【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이다. 《古文眞寶前集 卷2》 이 〈잡시〉 12수는 도잠이 50세 때 지은 작품이다.
答朴仁汝【準珏】
白首落落。每切沈隱候同衰之歎。而況此歲序改易之際。其爲懷想。尤爲何如哉。兄書可謂先獲我心。而亦未嘗不以未能先修歲問之禮爲愧愧也未審老境頤養百度節宣。與歲益新。憧憧懸往。實勞我心。弟殘喘病骨。悠悠捱過於風霜侵凌之餘者。今已六十光陰矣。桑楡之日。奄奄將迫。而平生志業。所就者何事。每誦盛年不重來。一日難再晨之句。不覺三復慨然。只有敎誨兒孫。是爲晩年寓懷之一事。而亦未見其有可意處。未知令抱近來造業果何如。想日趨佳境。而有以慰乃翁期望之意者矣。大抵人家少年有嗜學之意者。甚鮮。往往皆爲世味所引將去。可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