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문선일【재철】에게 보냄(與文善一【載轍】)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35
문선일【재철】에게 보냄
형과 아우가 정처 없이 떠돌다가 고요한 곳에서 고삐를 나란히 하고 수레를 가까이 대고 얘기를 나누니 《시경(詩經)》에서 말하는 '나에게 백붕(百朋)주 83)을 주니 마음으로 좋아하도다.'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인편을 통해 또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았으며 서폭(書幅)에 가득한 내용은 모두가 사람을 경계하고 성찰하게 하였습니다. 하신 말씀 마음에 새겨 잊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아, 서로 알게 된 것이 조금 늦어서 젊은 날에 서로를 바로잡아 주어 공효를 거두는 바가 있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끊임없이 이어 나간다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거나, 때를 놓치고 경계를 지나친 뒤라도 완전히 쇠하고 무너지기까지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또 어찌 알겠습니까? 형의 체후와 근래의 안부가 편안하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제가 듣고 싶었던 말에 더욱 부합합니다. 아우는 심란하기가 예전과 같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거사(蕖史)주 84)가 세상을 떠났으니 우리의 동당(同黨)이 더욱 외롭습니다. 일전에 영남의 벗 3인이 저를 찾아와 며칠 동안 정겨운 담화를 나누었는데 우리 형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삼파기(三坡記)」는 문사(文詞)가 매우 뛰어나 참으로 한마디 말도 거들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노형(老兄)께서 명을 하셨으니 어찌 감히 줄곧 휘겸(撝謙)주 85)만 하겠습니까. 이에 약간 점화(點化)주 86)를 하였으니 서자(西子 서시(西施))에게 환술(幻術)을 부려 모모(嫫母)주 87)가 되게 하지나 않았는지요? 애초에는 가까운 시일에 한 번 찾아뵙고 사례를 표하는 의례를 갖추려고 했으나 손님과 벗을 맞이하고 보내는 일, 마을 이웃을 조문하는 일이 간간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우선 미루어두었습니다. 크게 꾸짖지 말기 바랍니다. 쌓인 회포가 많을 뿐만이 아니라서 얼굴을 뵙지 못하면 다하기가 어렵겠습니다.
주석 83)백붕(百朋)
고대(古代)에 패각(貝殼)을 화폐로 사용할 때 오패(五貝)를 일관(一串), 양관(兩串)을 일붕(一朋)이라고 했던 데서, 전하여 극히 많은 보화에 비유된다. 《시경(詩經)》 〈소아(小雅) 청청자아(菁菁者莪)〉에 "무성하고 무성한 쑥이, 저 구릉 가운데 있도다. 이미 군자를 만나고 보니, 나에게 백붕을 준 것 같도다."라고 하였다.
주석 84)거사(蕖史)
정석(鄭{氵+奭}, 1821~?)의 호이다. 본관은 연일(延日), 자는 주백(周伯)이며 기정진의 문인으로 창평(昌平)에서 거주하였다.
주석 85)휘겸(撝謙)
《주역》 〈겸괘(謙卦) 육사(六四)〉에 "겸손을 베풂에 이롭지 않음이 없다.【無不利, 撝謙.】"라고 하였는데, 그 전(傳)에 "휘(撝)는 펴는 상(象)이니, 사람이 손으로 펴는 것과 같다. 동식(動息)하고 진퇴(進退)함에 반드시 겸손(謙巽)함을 펴야 한다.【撝, 施布之象, 如人手之撝也. 動息進退, 必施其謙.】"라고 하였다.
주석 86)점화(點化)
종래의 것을 새롭게 고친다는 뜻으로, 전인(前人)의 시문(詩文)의 격식을 본떠 더 참신하게 변용하여 시문을 짓는 것을 말한다.
주석 87)모모(嫫母)
황제(黃帝)의 넷째 비(妃)로서 매우 못생겼으나 어진 덕(德)으로 알려졌다 하며, 추녀(醜女)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與文善一【載轍】
伯兮叔兮。倂轡傾蓋於萍水涔寂之中。詩所謂錫我百朋。中心好之者。此也。便來又承心貺。滿幅張皇。無非警省人處。受言在心。誓不遺忘。嗚乎相知差晩。未得相規於少壯之日。而俾有所收也。然從此源源。又安知不有小小回光。不至全然頹却於失時過境之餘哉。仍審兄體近節安適。尤協願聞。弟憒憒如昨。無可奉道。蕖史云亡。吾黨益孤。日前嶺友三人來過。作數日之款。恨未與吾兄共之也。三坡記文詞甚偉。固不可贊一語。然老兄有命。豈敢一於撝謙而已哉。玆以略加點化。不其歸於幻西子爲嫫母耶。初欲從近一造。以修回謝之儀。賓朋送迎。鄕隣吊唁。間間沓至。故姑爲停之。幸勿厚嗔如何。積懷不啻多矣。而非面難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