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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김풍오【현옥】에게 답함(答金豐五【顯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27
김풍오【현옥】에게 답함
《답문편(答問編)》주 70)은 이미 일을 마쳤다고 들었습니다. 그 애를 쓴 마음과 진심 어린 정성이 사람으로 하여금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형과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아마도 여러 무덤이나 책 상자에 들어있는 자질구레한 시문(詩文)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발문(跋文)을 지으라는 부탁은 아우가 적절한 사람이 아니니 어찌 감히 그렇게 하겠습니까. 대곡(大谷)주 71)이 죽은 뒤 이미 해가 세 번 바뀌었지만, 체백(體魄)이 여전히 낮은 땅속에 있으니 이것 또한 우리의 책임입니다. 어쩌면 좋겠습니까. 형께서 천 리 밖에서까지 글을 거두어들인다고 들었습니다. 풍도(風度)와 의용(儀容)이 가상(可尙)하여 구름 속의 방장산(方丈山)이 한 층 더 높아졌습니다. 유문(遺文)은 몇 권이나 편집하셨습니까? 보고 싶은 마음이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른 정도일 뿐만이 아닙니다. 보내주신 정사시(精舍詩)와 서문(序文)을 여러 번 읊조리니 완연하기가 마치 이 몸이 방장산 위에 있자니 산의 기상(氣象)이 천만 가지로 변하여 빽빽하게 주변을 두르고 있는 듯합니다. 방장산은 평소에 선옹(仙翁)의 굴혈(窟穴)로 세상에 이름이 났지만, 하루아침에 문교(文敎)가 밝아지고 도리를 강설하는 지역이 되어 천고에 황당한 이야기를 깨트리게 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조정에 나가지 못하는 선비는 산림(山林)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산림의 즐거움을 어찌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겠습니까. 노형(老兄)께서는 어떤 마음과 어떤 능력을 지녔기에 근실하게 고인을 따르는 것이 매사에 이처럼 우뚝한 기상을 보이십니까? 내년에 가려는 계획을 따르게 된다면 방장산의 뛰어난 천석(泉石)이 혹여 저속하고 비루하다고 저를 가로막지나 않을까요? 애초에 형의 경률(瓊律 상대방의 시)에 화답하는 시를 지어 올리고 싶었지만, 인편의 재촉을 받아 우선 그만두었습니다.
주석 70)답문편(答問編)
《답문유편(答問類編)》을 가리킨다. 기정진(奇正鎭)이 옛 지기 및 문인들과 서찰로 문답한 학문적 내용을 분류해 엮은 책으로 목판본이며 15권 6책으로 이루어졌다. 1902년 단성(丹城)에서 기양연(奇陽衍), 정재규(鄭載圭), 정의림(鄭義林) 등 문인들에 의해 편집, 간행되었다.
주석 71)대곡(大谷)
김석귀(金錫龜, 1835~1885)의 호이다. 본관은 김해(金海),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맹자(孟子)》에 통달하여 '김맹자(金孟子)'로 불렸다. 학문에 전념하기 위해 담양군 대전면 대곡리(大谷里)로 이사하였고, 27년간 기정진의 문하를 왕래하였다.
答金豐五【顯玉】
答問編聞已了緖。其苦心血誠。令人斂衽。非兄與艾山。此書幾不爲諸冢巾衍中散墨耶。跋語之託。弟非其人。豈敢爾也。大谷之沒。三燧已改。而體魄尙在淺土。此亦吾儕之責也。奈何奈何。聞兄千里收文。風義可尙。雲裏方丈。更高一層矣。遺文編得幾卷耶。願見之心不啻飢渴。俯示精舍詩若序。諷詠數回。完然若身在方丈山上。氣像萬千。森羅左右也。方丈素以仙翁窟穴。有名於天下。豈知一朝爲文明講道之區。而破其千古荒唐之說耶。士之不得於朝者。山林。然山林之樂。豈人人所可得。老兄以何心力每事勤遵古人若是磊落耶。來歲行。若如所料。則方丈泉石之勝或不以俗累見拒耶。瓊律初欲賡呈爲便人所促姑爲中止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