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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박학중에게 보냄(與朴學仲)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23
박학중에게 보냄
여기에 온 지 며칠이 되었습니다. 덕재산(德才山)이 늘 눈앞에 있어 마치 우리 형과 아침저녁으로 무릎을 마주하고 정담을 나누는 것 같다는 점이 거처를 옮긴 소득입니다. 오직 이 일 하나로도 스스로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물며 영랑(令郞)이 때때로 저를 찾아와 제가 적막하게 지내는 괴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 주니 감사할 뿐입니다. 눈앞에 놓인 모든 일이 아직도 순조롭지 않아서 이따금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면 그 근심을 이기지 못하지만, 잊어버리면 또 전연 일이 없게 됩니다. 다만 앞으로 남아 있는 업보는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스스로 몸을 의탁할 여유가 있다면 응당 우리 형과 천태산(天台山)의 목석(木石) 사이에서 함께 늙어갈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인생에서 좋은 일이니 어찌 복이 없는 자가 기필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일전(日前)에 우연히 절구 하나를 지었습니다. "무슨 일로 산을 나섰다가 다시 산으로 돌아왔는가. 주변 사람들은 신선을 배우고자 돌아왔다고 잘못된 말을 하네. 재주도 없고 식견도 없으니 장차 어디에 쓰리오, 그저 문빗장 채우고 여기서 늙는 것이 합당하리라." 말이 되지 않아 우습습니다. 형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與朴學仲
來此有日。德才山常在眼前。怳然與吾兄朝夕促膝。移寓所得。只此一事可以自慰。況令郞時時左顧。使人不知有離索之苦。感感。眼前凡百。尙未妥帖。時時不能無餘撓思之則不勝其憂。忘之則又都無事矣。但未知前頭債業。又作何狀。而若有一頭地可以自容。則當與吾兄共老於天台木石之間也。然此亦人生好事。豈無福者所可必也。日前偶題一絶。何事出山還入山。傍人錯道學仙還。無才無識將焉用。只合杜門老此間。不成說可笑。願兄康之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