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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김내선【우종】에게 보냄(與金乃善【佑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21
김내선【우종】에게 보냄
예는 생략합니다. 며칠 전 제 종자(從者)가 와서 말하기를, 존가(尊駕)의 행렬이 제가 사는 부근 점사(店舍)에 이르렀으나 비에 막혀서 잠시 머물러 있다가 곧 처소로 돌아가셨다고 하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고 나아가 뵙고 정담을 나누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또 노형(老兄)께서 근래 이사를 하실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반드시 자세히 헤아리고 정밀하게 살펴보셨을 터이니 주변 사람이 간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천박한 저의 견해로는 반드시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무릇 이사하는 도리는 마을이 어진 곳을 택하거나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을 택하거나 이 두 가지를 벗어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정(事情)이 크게 다르거나 아주 부득이한 까닭이 아니고 그저 백 보와 오십 보 사이에 불과하다면 어찌 선조의 유물이 있는 땅을 가볍게 버릴 수 있겠습니까. 오늘의 일은 어진 마을을 택하든 살아가는 환경을 택하든 과연 지금 있는 곳보다 손실이 없을 수 있을지 저는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물며 이렇게 험난한 세월에 당장 살아갈 방도가 더욱 힘들고 고생스럽건만, 오가는 비용과 토목(土木)의 역사(役事)를 어떻게 충당하고 어떻게 마치겠습니까. 훗날의 화복은 본래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눈앞의 이해(利害)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어찌하여 이리도 잘못 헤아리십니까. 생각건대 노형(老兄)께서 가난과 곤궁함에 마음이 흔들려 계획을 세우고 마음속으로 계산해 온 날들이 오래되었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좋은 뜻으로 하는 말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진심이 담긴 계책도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상태가 되셨을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민간 속담에서 말하는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은 알지 못한다."라는 것이 어쩌면 여기에 가까울 듯합니다. 무릇 중요한 일은 한번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천 번 만 번 잘 헤아려 살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與金乃善【佑鐘】
省禮。日昨。鄙從來道。尊駕行至鄙邊店舍。爲雨所滯。滯留少頃。旋爲返次云。追念耿耿。恨未得晉拜穩晤也。且道老兄近爲搬移計云。想必有詳量精察。非傍人所可與者。然以淺見。切不能無疑。夫搬移之道。或擇里仁。或取生理。不出二者而已。然非大端懸絶及甚不得已之故。而只是百步五十步之間。則豈可輕棄舊物之地哉。今日之事。以擇以取。吾不知其果能無損於見在之地。而况此險歲。目前計活。尤爲艱辛。其來往之費。土木之役。何以支了耶。日後禍福。固所不知。而目前利害。明若觀火。何其錯料若是也。想老兄爲貧窮所動。經營思算。爲日久矣。是以良言不入忠謀難售。吾恐里諺所謂知得不知失者。或近之矣。夫機事一失。後悔莫追。惟千萬諒之何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