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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기회일에게 답함(答奇會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16
기회일에게 답함
종이 한 장의 조령(詔令)으로 억만 명의 백성이 다시 살아나는 날이 되었으니 옛날에 이르던 "광패한 장수와 억센 병졸들이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가 없는 일"을 오늘 다시 보았습니다. 노형(老兄)께서 먼 골짜기의 벗이 괴롭고 울적한 상황을 염려하여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기쁜 소식을 전해주시니 감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다만 팔도 각처에서 의(義)를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건만 오직 이 호남만 공허합니다. 시세(時勢)와 역량이 같지 않기 때문일까요? 안위(安危)의 향배가 일찍이 이번 거조(擧措)에 달려 있으니, 이를 격려하고 징계하는 것이 중흥의 기본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노형께서 이러한 때 소장(疏章)을 올려 한 도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었으니 또한 천하에 할 말이 있게 되었습니다. 근래 사대부들이 안락함에 빠져서 구차스럽게 눈앞의 계책만 바라고 천년이 지나도록 전에 없던 변고에 길들여진 것은 모두 개화(開化) 때문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세워야 하는 계책은 두발(頭髮)과 의복이 옛 제도를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삭(正朔), 명호(名號), 관작(官爵), 격식(格式)이 하나하나 정상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부자(夫子)께 말씀하신 정명(正名)의 뜻입니다. 이에 밝게 조서(詔書)를 내려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고 죽음만 있고 삶은 없다는 뜻을 유시(諭示)하고 팔도에 널리 고하여 만백성의 눈과 귀를 일깨워 순역(順逆), 사정(邪正), 취사(取舍), 향배(向背)의 분별을 알게 하고, 위망(威望)을 지니고 책략을 갖춘 충정(忠正)한 자를 택하여 각 도의 방백(方伯) 및 병사를 모집하는 임무를 맡기셨습니다. 또 열읍(列邑)에서도 각각 1인을 택하여 군비(軍備)를 크게 일으켜 날마다 훈련하고 연변(沿邊)의 지형을 잘 살펴서 모든 요해처(要害處)에 방수(防守)와 요격(邀擊)의 계책을 세우는 것은, 오늘날 결코 그만둘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노형의 상소가 이미 발단이 되었으니 또 이러한 뜻으로 두 번 상소하고 세 번 상소하는 것 또한 어찌하여 하지 못하겠습니까? 이미 올린 상소가 시기를 놓쳤다고 생각하여 마음속으로 스스로 책망해서는 안 될 듯합니다. 스스로 생각건대 보잘것없는 제가 지위를 벗어나고 말에 분수가 없어 죄송스럽습니다. 그저 노형과 어울려 친하게 지낸다는 것만 믿고 감히 어리석은 생각을 늘어놓았습니다. 보시고 태워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答奇會一
一紙溫綸。是億萬生靈再造之日。古所謂狂將悍卒。無不感泣者。又見於今日矣。老兄爲念遐峽友朋苦鬱之狀。不留晷刻。而示且喜報。感謝萬萬。但八路諸處。義聲崢嶸。而惟此湖南。及寥寥焉。是其時勢事力有不同者耶。安危向背。未嘗不在今番一擧措之間。激勵懲創。安知不爲中興基本也。老兄此時進章。可以塞一路之望。而亦足有辭於天下也。近來士大夫。狃於宴安。苟冀目前之計。而馴致一千年無前之變者。皆是開化之爲也。今者之計。不但頭髮衣服之復古。如正朔名號。官爵格式。一一反正。此夫子所謂正名之義也。於是明降詔旨。諭以不共戴天。有死無生之意。洞告八域。以醒萬民之耳目。俾知順逆邪正取舍向背之分。擇忠正有威望有謀畧者。以充諸路方伯及召募之任。又自列邑。各擇一人大作武備。日日練習。審察沿邊地形。凡於要害處。爲據守邀擊之計。此在今日而爲決不可已者也。然則老兄之疏。旣爲發端。又以此意再疏三疏。亦何不可之有哉。恐不可以已進之疏。爲過時而自咎於心也。自惟無狀。出位而言高。罪也罪也。只信和愛。敢布狂瞽。幸覽而火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