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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기회일에게 답함(答奇會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15
기회일에게 답함
영남의 풍기(風氣)는 여러 도와 비교가 되지 않으니 비록 세도가 쇠미해지는 시기일지라도 석유(碩儒)와 명사(名士)가 간간이 서로 이어져 선행을 즐기고 학문을 좋아하는 풍속이 성대합니다. 아우는 10년 동안 벗들과 헤어져 홀로 지낸 터라 식견이 열리고 비루함을 씻어낸 것이 적지 않았지만, 다만 못나고 졸렬하여 영남의 벗들에게 비웃음을 받는 것 또한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됩니다. 《답문류편(答問類編)》주 45)은 애산(艾山 정재규(鄭載圭)) 형과 뇌룡정(雷龍亭)에 모여 2, 3일 동안 살펴보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을 접대하는 일에 분주하여 단지 5, 6권만 열독하고 그쳤습니다. 애산 형의 생각은 여러 해에 걸쳐 편집한 나머지 서둘러 일을 끝마치려고 했지만, 아우는 그와 같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평생 해야 하는 일입니다. 인하여 정자(程子)의 "《역전(易傳)》에 아직 주석을 붙이지 않은 것은 스스로 헤아려 보건대 근력이 아직 쇠하지 않았으니 행여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기를 바래서이다."주 46)라는 말을 들어 고하였더니 애산 형도 자못 그렇게 여겼습니다. 지난번에 형의 편지를 받드니 간행할 의향이 있다고 하였는데 근래에는 생각이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애산 형에게 고했던 것을 다시 알려드리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만둘 수 없다면 반드시 먼저 한자리에 모여서 충분히 상의하고 충분히 교감(校勘)을 한 뒤에야 착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형께서 혜량(惠諒)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주석 45)《답문류편(答問類編)》
조선 순조(純祖)~고종(高宗) 때의 학자인 기정진(奇正鎭)이 옛 지기 및 문인들과 서찰로 문답한 학문적 내용을 분류해 엮은 책으로 15권 6책으로 이루어졌다. 1902년 단성(丹城)에서 기양연(奇陽衍)ㆍ정재규(鄭載圭)ㆍ정의림(鄭義林) 등 문인들에 의해 편집, 간행되었다.
주석 46)《역전(易傳)》에……바래서이다
《근사록》 권3 〈치지(致知)〉에 보인다.
答奇會一
嶺中風氣。非諸路之比。雖在世衰道微之日。而碩儒名士。間間相望。樂善好學。蔚然成風。弟十年離索之餘。其所以開豁淘滌者。不爲不多。而但無狀醜劣。爲貽笑於嶺中。則想亦不少矣。答問類編與艾山兄聚於雷龍亭。奉閱二三日。而驚於應接。所閱只到五六卷而止耳。艾兄之意以積年編摩之餘。急欲斷手。弟以爲不必如此。此是吾儕平生事。因擧程子所謂易傳。未傳自量筋力未衰。尙覬有少進之語。而告之。艾兄頗然之。向承兄敎。有刊行之意。未知近意若何。敢以告於艾兄者。復以奉告。如何。無已則必先一席爛商。十分讎校然後。可以下手也。惟在兄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