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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기회일에게 보냄(與奇會一)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14
기회일에게 보냄
따듯한 봄날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삼가 생각건대 일상의 평안하고 화락하며 절기가 매우 좋아 거처를 옮긴 이후로 점차 안정을 찾아 괴로운 상황에 이르지는 않으시는지요? 석역(石役 무덤에 석물을 세우는 일)은 곤궁한 형편에 어떻게 처리하셨는지요? 성과는 이루셨는지요? 일찍 사람을 보내 묻고 싶었지만, 정월(正月) 이래 병도 많고 일도 많아 줄곧 이에 골몰하느라 매양 탄식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는 이번 강회(講會)에 직접 가서 안부를 여쭈려고 했으나 계획이 또 어긋나서 그저 2, 3명의 우생(友生)이 가는 것으로 대략이나마 이렇게 대신 안부를 여쭙습니다. 강론할 때 돌아가신 선생의 자리를 마련하고 일변일두(一籩一豆)로 제사를 올려서 간략하게나마 우러러 사모하는 정성을 펼치자는 것이 영남의 여러 벗이 주창한 논의이고 이미 충분히 의논한 사항입니다만, 이번 회합에서는 과연 이대로 거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담헌(澹軒 담대헌(澹對軒))은 당시에 전영(尊楹)주 44)을 하신 장소이고 관복(冠服)과 장리(杖履 지팡이와 신발)를 살아계실 때처럼 진설해 놓았으니 마음이 끌려 사모하는 절실함이 어찌 다른 선성(先聖)이나 선사(先師)가 백세(百世) 뒤 천년(千年)을 지난 것에 견주겠습니까. 의절(儀節)을 자세히 정하여 지금부터 거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석 44)전영(奠楹)
훌륭한 인물의 죽음을 가리킨다. 《예기주소(禮記註疏)》 권7에 "은나라 사람은 두 기둥 사이에 빈소를 마련하였다.……나는 은나라 사람이다. 내가 어젯밤 꿈에 두 기둥 사이에 앉아서 전헌을 받았다.……명왕이 나오지 않으니 천하에 누가 나를 높이겠는가. 내가 장차 죽을 것이다.【殷人殯於兩楹之間.……丘也殷人也. 予疇昔之夜, 夢坐奠於兩楹之間.……夫明王不興, 而天下其孰能宗予? 予殆將死也.】"라고 하였는데, 7일 뒤에 과연 공자가 운명하였다.
與奇會一
春令方深。伏惟燕閒怡養。節候崇適。搬寓餘僓。漸次妥帖。不至貽惱否。石役。窮節事力。何以經紀。有以垂就否。早欲遣人相問。開歲以來。多病多故。一味淟汨。每庸歎恨。初以今番講會。爲躬造承穩計。計又差池。只因二三友生之去。畧此替候耳。講時設先先生位。以一邊一豆。畧伸瞻慕之誠者。此是嶺中諸友所倡之論。而已有爛商者。則未知今番之會。果能依此行之耶。澹軒是當日奠楹之地。而冠服杖履象設如在。則其感慕之切。豈他先聖先師曠百世越千年之比而已哉。詳定儀節。從今行之如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