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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족형 백언【시림】에게 보냄(與族兄伯彦【時林】)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04
족형 백언주 7)【시림】에게 보냄
성묘하고 돌아오는 길에 소나기가 마침 내렸는데 편안하게 돌아가셨습니까. 우리들이 서로 교유한 지 오래되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금년에 만나도 다만 지난해의 공부 수준에서 진보가 없고 오늘 만나도 다만 전일에 했던 말을 반복하는 정도이니, 분발하여 힘쓰는 뜻은 도리어 이전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습니다. 대저 사람이 뜻을 세우는 초기에는 대체로 왕성한 기세가 일어 진보할 가망이 있을 듯하지만 오래되면 의지가 약해지고 마음이 해이해져 끝내 떨치지 못하고 마니, 이는 일반 사람들의 공통된 근심입니다. 우리들의 공부가 이 정도에서 그치고 말 뿐이라면 당일 서로 기약한 뜻에 부응하지 못한 것일 뿐만이 아니니, 천하의 도리가 또 어찌 진보하지도 않고 퇴보하지도 않는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산중에서 문을 닫은 채 외롭게 홀로 거처하느라 강습하지 않고 경계하는 것도 없으며, 보고 느끼는 것이 적고 다짐한 마음이 해이해져 허송세월을 보내며 진보는 없고 퇴보만 있으니 어찌합니까. 안으로는 부형을 속이고 밖으로는 사우를 속여 부형과 사우의 바람을 끝내 저버리게 하였으니, 이는 소생의 크나큰 죄입니다. 벗과 사우 가운데 만일 매우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누군들 가련하게 여겨 구제하기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더구나 족형께서는 가장 가까이에 살고 깊이 알고 있으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지금부터 왕래할 때에는 세상 사람들이 구구하게 허여하는 습속을 절대 본받지 말고 모름지기 맹렬하게 충고하고 통렬하게 꾸짖어, 두려운 마음으로 성찰하여 뜻이 어지럽고 마음이 해이해져 명성을 떨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근심이 없게 해 주신다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사상의 행차가 보름 뒤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시는지요? 그때 만나자는 약속 아직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주석 7)백언(栢彦)
정시림(鄭時林, 1839∼1912)으로, 자는 백언(伯彦), 호는 월파(月波)이다. 보성 출생으로, 기정진의 문인이며, 정의림의 사촌 형이다. 문집으로 《월파집(月波集)》이 있다.
與族兄伯彦【時林】
省楸返程。驟雨時至。未審駕旋安穩否。吾輩相從。不爲不久矣。今年相逢。只是去年工夫。今日相逢。只是前日說話。而其奮勵勉作之意。則反有不及於前。夫人於立志之初。多爲銳氣所使。似有進及之望。而及其久也。則意爛心解。終於不振者。此常情通患也。吾輩工業。止於此而已。則不惟不能副當日相期之意。而天下道理。又豈有不進不退者哉。弟杜門峽庄。孑然獨居。講習廢而規警絶。觀感疎而繩約弛。日邁月征。未見其進。而只見其退。奈何。內欺父兄外欺師友。而使父兄師友之望。竟歸差池。則此生罪戾。大矣。知舊士友。苟有相愛之深者。孰不爲之矜然。而思有以救之。况族兄居之最近。服之最深者乎。自今而有往復。切勿效世人區區推與之習。須猛告痛責。使之畏懼修省。俾無意爛心解終於不振之患。幸甚。沙行。望後爲料否。伊時聯鞭之約。倘記念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