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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최원칙에게 보냄(與崔元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03
최원칙에게 보냄
지난겨울에 장아(蔣雅) 편에 보낸 편지는 받아 보셨습니까?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또 이미 반년이 지났습니다. 덕성을 함양하는 체후는 만중하시며, 댁내 제절(諸節)은 만복하시며, 영남의 벗들은 험난한 세상에 모두 무사히 지내십니까? 눈앞에 보이는 형세가 사람으로 하여금 걱정이 앞서게 하니, 천리에서 서로 그리워함에 어찌 마음이 달려가지 않겠습니까. 우리들은 나이와 기력이 이미 노쇠하였으니 구구하게 강론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남았겠습니까. 모름지기 연배가 비슷한 사람끼리 중간에 편안한 곳을 정해 해마다 한번 모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는 대곡(大谷) 옹의 뜻이었는데 이루지 못한 것이니, 형께서 도모해 주십시오. 아, 얼음이 얼고 밤이 긴 때 온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비풍(匪風)》→〈비풍(匪風)〉의 시주 5)를 읊조리고 괄낭(括囊)의 경계주 6)를 생각하여 친한 벗과 강론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세상이 혼란하여 강론할 수 없다는 뜻인 듯합니다.) 노형(老兄)께서는 고요히 거처하며 홀로 생각하시는 중에 또한 어떤 감개를 일으키십니까. 《시경(詩經)》에 이른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 잠자서 널 낳으신 부모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라고 한 이 한 구절의 말이 우리들이 귀결처입니다. 봄 사이 송사(松沙)의 편지를 받고 한 달에 두 번 강회를 열었는데 100여 인이 모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는 흉년에 가난한 유자(儒者)가 감당할 만한 일이 아닌데 이 형이 어떻게 이것을 마련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듣건대, 이달 10일에 선비들이 선생의 묘소에서 석존제(釋奠祭)를 지내고 향음주례를 묘소 아래에서 행한다고 하였습니다.
주석 5)비풍(匪風)의 시
《시경》〈회풍(檜風)〉의 편명이다. 주(周)나라 왕실이 점점 쇠약해짐을 현인(賢人)이 개탄하는 내용이다. 여기서는 조선의 국력이 약해 일본에 유린당한 것을 안타까워한 것이다.
주석 6)괄낭(括囊)의 경계
자신의 재지(才智)를 감추고 침묵을 지켜야 하는 암울한 시대의 경계를 말한다. 괄낭은 주머니의 끈을 졸라맨다는 뜻으로, 곧 말을 조심한다는 의미이다. 《주역》 〈곤괘(坤卦) 육사(六四)〉의 "주머니 끈을 묶듯이 하면 허물도 없고 칭찬도 없을 것이다.[括囊无咎无譽]"라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與崔元則
前冬蔣雅便書。趁入照徹否。荏苒光陰。又已半年。未審養德衛重。諸節百福。嶺中知舊。險世經過。一一無事否。滿目風色。令人作惡。千里相向。安得不馳情。吾輩年力已邁。區區講聚之樂。能有幾何。須與年輩若而人。取中間穩便處。爲逐年一聚之計。如何。此是大谷翁之意而未就者。願兄圖之也。嗚乎。堅氷長夜。渾區滔滔。咏匪風之詩。念括囊之戒思欲與親知講之而不可得也。未知老兄靜居獨念。亦作如何感慨。詩所謂夙興夜寐。母忝爾所生。此一語是吾人歸宿處也。春間得松沙書。知一月兩次會講爲百餘人。此非荒年窮儒可堪之事。而未知此兄何以辨此耶。且聞今十日。多士釋奠于先生墓。因行鄕飮酒禮于墓下云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