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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 김경범【석귀】에게 보냄(與金景範【錫龜】)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3 / 서(2)(書(2))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3.0001.TXT.0001
김경범주 1)【석귀】에게 보냄
겨울철이 이미 저물어 가는 가운데 모친을 모시고 강녕(康寧)하시며, 험난한 시대에 어떤 능력으로 자신을 지탱해가십니까. 저는 상중에 첩거하면서 힘이 닿는 대로 책을 펼치는 것을 감히 스스로 그만둘 수 없습니다. 다만 곁에 든든한 벗이 없으니 어찌 끝내 퇴보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겠습니까. 지금부터 20일이 지나면 40세가 됩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니, 고인이 두려워하지 않은 바입니다.주 2) 설령 이로부터 계속하더라도 과연 얼마나 진보가 있겠습니까. 다만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다는 말로 만년을 보전할 계책으로 삼지만 선인과 선사의 뜻에 만분의 일이나마 보답하는 것이 구구한 이의 지극한 소원입니다. 노형께서는 저를 애처롭고 가련하게 여겨 끝까지 깨우쳐 주십시오. 저는 이전에 공부한 것은 조장(助長)하는 곳에서 몹시 그르쳤기에 마음이 늘 수고로웠으니, 도리어 잊어버리고 아무 일 없는 것만 못할 것입니다.주 3) 근래 이러한 병통을 깨달았으니 힘 쓸 곳이 있을 듯합니다. 대저 심(心)은 활발발(活潑潑)주 4)한 것인지라 자연스러운 주재(主宰)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사로운 뜻으로 부질없이 더 집착하여 억지로 별도의 주재(主宰)를 만들었으니, 천기(天機)를 빼앗고 주인의 자리를 침탈하는 것이 너무 수고롭지 않겠습니까. 주자(朱子)가 임택지(林擇之)에게 보낸 편지에 "몸에 가득한 것이 측은지심이라면 몸 밖에는 무엇이 있는가?[滿腔子是惻隱之心 腔子外是甚底]"라고 한 구절을 근래 보고서 저는 스스로 '몸 밖에는 천지의 측은지심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회일(會一)은 이사한 나머지에 모든 일이 무사한지요? 후윤(厚允)에게서 근래 서신을 받았습니까? 멀리 떨어져 있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느 때에 기약하겠습니까. 동오(東塢)와 운람(雲藍)은 종종 서로 모입니까? 경산(經山)이 세상을 떠난 뒤로 우리들이 뿔뿔이 흩어졌으니, 끝까지 서로 교유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 백언(伯彦)에게 보내는 편지는 삼가 이미 전하였습니다.
주석 1)김경범(金景範)
김석귀(金錫龜, 1835~1885)로, 본관은 김해(金海), 자는 경범, 호는 대곡(大谷), 전라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맹자(孟子)》에 통달하여 '김맹자(金孟子)'로 불렸다. 학문에 전념하기 위해 담양군 대전면 대곡리로 이사하였고, 27년간 기정진의 문하를 왕래하였다.
주석 2)고인이……바입니다
《논어》〈자한(子罕)〉에 "40세나 50세가 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라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라고 했다.
주석 3)조장(助長)하는……것입니다
맹자가 사람이 의리를 쌓는 데 있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쌓아 가라는 뜻에서 "반드시 하는 일이 있어야 하되 결과를 미리 기약하지 말아서, 마음에 잊지도 말고 빨리 자라도록 돕지도 말라.[必有事焉而勿正, 心勿忘勿助長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孟子 公孫丑上》
주석 4)활발발(活潑潑)
천리(天理)가 한곳에 응체되어 있지 않고 활발하게 운행하고 있는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중용장구》 제12장에서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논다.[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시경》의 시를 인용한 것에 대해, 정호(程顥)가 "자사가 긴요하게 사람을 위한 곳으로 매우 생동감이 있다.[子思喫緊爲人處, 活潑潑地.]"라고 하였다.
與金景範【錫龜】
冬候已暮。奉慈康寧。險歲事力。何以友吾。弟哀蟄之餘隨力開案。不敢自已。但傍無疆輔。安保其終不退轉也。此過二十日。便是四十歲。到此無聞。古人所不畏。設或從此接續。其所進果幾何哉。但以朝聞夕死爲桑楡之計。而少酬先人先師萬一之意者。是區區之至願也。願老兄爲之哀矜。終始警策也。弟前日工夫。於助長處。偏受其害。心下常常勞撓。反不如忘之之爲無事。近覺得此病痛。似有用力處。大抵心是活潑潑自然底主宰。人以私意謾加把持。彊作別樣主宰。其奪天機侵主位。不已勞乎。近閱朱子抵林擇之書。有曰。滿腔子。是惻隱之心。腔子外。是甚底。弟因自思以爲腔子外。是天地惻隱之心。未知得否。會一搬寓之餘。凡節無撓。厚允近有得信否。闊焉涯角。際晤那有期耶。東塢雲藍種種相聚否。自經山頹。吾儕渙散。未知有可以終始相從者。幾人也。向者所與伯彦書。謹已傳去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