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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동지중추부사 박공【재원】에게 답함(答同樞朴公【在源】)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36
동지중추부사 박공【재원】에게 답함
책상 아래에서 인사드린 지 이미 한 해가 지난 듯하니, 늘 마음에 잊혀지지 않습니다. 뜻밖에 공의 손자께서 상중에 찾아와 주시고, 공의 편지를 또 소매에서 내어 전해 주었으니 너무나 감사하고 또 너무나 송구하였습니다. 많은 연세에 절선(節宣)하고 부지하는 모든 일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긋나고 형편없는 사람을 잊지 않고 굽어살펴 주심이 이처럼 정성스럽단 말입니까. 성대한 도량으로 감싸 주시는 것이 과연 상정으로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하여 수체(壽體)를 보양하여 신상(神相)이 편안하시다고 하니, 너무나 듣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가을부터 기침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심해지기만 하고 차도가 없으니, 죽을 날이 필시 멀지 않았을 것이기에 다만 조용히 기다릴 따름입니다. 아, 가슴에 가득 쌓인 회포를 하소연할 곳이 없었는데 하소연할 수 있는 대상이 어른이 아니면 누구이겠습니까. 그런데도 정신은 혼미하고 숨은 가빠 한 자를 적는 것이 바둑알을 아홉 개 쌓는 것보다 어려우니 어찌합니까. 우선 남겨 두었다가 후일을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또 남은 날이 다시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로 보나 저로 보나 정신이 손상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어른에 비해 나이가 비록 적지만 노년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마땅히 많이 드시고 잘 조섭하여 영위(營爲)함이 없이 행동을 살펴보아 길흉을 상고하는 터전으로 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궁극적으로는 또한 여기에 마음을 써야 하지만 박복한 천한 소생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答同樞朴公【在源】
拜違床下。洽已周歲。懷仰耿耿。昕宵無間。謂外賢抱棘人。委辱枉顧。尊函又自其袖中出。感感之至。旋切悚悚。大耋之年。節宣扶持。凡百爲難。而何以不忘醜差無狀之物。爲垂俯存。若是懇惻耶。盛度所包。果非常情可涯也。因審頤養壽體。神相康謐。尤協願聞之至。生自去秋。得咳喘之證。至于今日。有加無減。其爲溘然。必無多日。只當待之而已。嗚乎。滿腔積懷。無可告訴。而所可告訴者。非丈氏而誰耶。然而神昏氣促。作一字。艱於累九棊。奈何。姑且留之以待後日耶。又未知後日能復幾何。以彼以此。無非傷神處也。生之於丈氏。年紀雖不同。而其爲晩景則一也。只宜加餐善攝。無營無爲。以爲視履考祥之地。如何。生之究竟。亦未始不在於此。而賤生薄命。未知果爾否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