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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민자술에게 보냄【각】(興閔子述【㙾】)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31
민자술주 46)에게 보냄【각】
노쇠한 나이에 왕래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애써 찾아주시어 저를 위로하고 저를 살펴 줌이 전후로 계속 이어지니, 스스로 생각건대, 형편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러한 은혜를 입는단 말입니까. 감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봄이 찾아왔으니 편안히 지내시는 중에 신의 가호로 기체후는 편안하십니까. 문을 닫고 세상일을 물리쳐 안정되고 편안함은 입정(入定)한 승려와 같으니, 이는 노년의 훌륭한 계책입니다. 더구나 물이 정지하면 맑고 시초(蓍草)가 오래되면 신묘해지는 법이니, 만년의 진덕(進德)이 이로 말미암아 전보다 더 나아지지 않는다고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평상시 사모하는 마음 자못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화고(禍故)가 그치지 않아 남은 재앙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고, 몸이 병마에 시달린 지 지금 벌써 네 달이 되었습니다. 병세가 수시로 달라져 나았다 심해졌다 하니, 조물주가 나를 희롱하는 것이 한결같이 이러한 지경에 이른단 말입니까.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별다른 대책이 없습니다. 부탁하신 글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통스러워 아직 착수하지 못했으니, 다만 병이 조금 낫기를 기다릴 따름입니다. 인사의 쇠락함이 이와 같고 시상의 헤아리기 어려움이 또 이와 같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앞으로 상종할 날이 또 얼마나 되겠습니까. 바람을 맞으며 그리워하니, 비록 슬퍼하지 않고자 하지만 그렇게 되겠습니까.
주석 46)민자술(閔子述)
민각(閔㙾, 1836-1914)으로, 자는 자술, 호는 토암(土庵)이다.
興閔子述【㙾】
隆耋衰境。不吝杖屨之勞。艱關相尋。慰我存我。前後源源自惟無狀。何以得此。感與愧倂。不知爲喩。春令方申。未審燕晦有相。氣候萬適。杜門謝事。安靜妥帖。如入定之僧。此是老年勝算。況水止則淸。蓍久則神。安知晩年進德。不由此而爲勝似於前乎。尋常馳仰。殊不勝情。弟年歲以來。禍故震疊。而餘殃猶且未艾。身爲二竪所苦。今且四朔矣。進退非一。歇劇無常。造物之戲我。一至是乎。任他之外。更無別策。所托文字。見苦如右。尙未下手。第俟病情稍間耳。人事之衰落如此。時衆之叵測又如此。吾兩人前頭相從。爲復幾許也。臨風相望。雖欲不悲得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