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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봉남 홍공【채문】에게 답함(答鳳南洪公【埰問】)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25
봉남 홍공【채문】에게 답함
지난번에 답장을 받고서 감격스러운 마음 그지없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때 삼가 한가롭게 지내시며 여가가 많으신 가운데 기거가 태평하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산은 태곳적처럼 고요하고, 해는 소년처럼 창창하네.[山靜似太古 日長如少年]"라는 구절은 당자서(唐子西)주 43)의 시이고, "일 없이 한가하게 앉았으니 하루가 이틀 같도다. 이처럼 70년을 산다면 문득 140년이 되리.[無事此靜坐 一日是兩日 若活七十年 便是百四十]"라는 구절은 소장공(蘇長公)주 44)의 말입니다. 이는 노년에 궁벽하고 적막한 가운데 문을 닫고 잡념을 떨쳐버리는 데 있어서 가장 요긴한 계책입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종종 체념(體念)하여 뜻에 맞는 것이 있는지요. 의림(義林)은 범절(凡節)에 대해서는 아뢸 만한 것이 없습니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힘쓰고자 하지 않음이 없지만 매양 우마(憂魔 근심)에 마음이 흔들려 끝내 공부를 하는 날보다 하지 않는 날이 더 많고 한 치를 진보하였다가 한 자를 퇴보함을 면하지 못합니다. 이와 같은 자가 과연 어찌 성취하는 바가 있겠습니까. 스스로 돌아보건대 부끄럽고 슬픈 마음을 형언할 수 없었는데 답장을 받고는 매우 위로가 되었습니다. 영포(令抱 손자)가 어여쁘고 어린이의 예절이 있어 조석으로 문안드리는 예절을 펼 것이니, 이른바 "젊은이들은 할 일이 있다."주 45)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더욱 의로운 쪽으로 가르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 주십시오.
주석 43)당자서(唐子西)
자서는 송나라 당경(唐庚, 1070~1120)의 자이다. 미주(眉州) 단릉(丹棱) 사람이다.
주석 44)소장공(蘇長公)
장공은 송나라 소식(蘇軾)의 경칭이다. 소식은 소순(蘇洵)의 장자인 데다 그 문장이 백대(百代)의 으뜸이라고 할 만했기 때문에, 그를 일컬어 장공(長公)이라고 하고 그의 아우 소철(蘇轍)은 소공(少公)이라고 하였다.
주석 45)젊은이들은……있다
《시경》 〈사제(思齊)〉에 "그러므로 성인(成人)들이 덕망을 지니고 젊은이들은 할 일이 있으니, 문왕께서 싫어함이 없이 명예로운 선비들을 길러 내셨도다.[肆成人有德 ,小子有造, 古之人無斁, 譽髦斯士.]"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는 앞으로 진보가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答鳳南洪公【埰問】
向拜下復。感戢無已。歲色垂暮。伏惟燕養多暇。起居崇適山靜似太古。日長如少年。唐子西詩也。無事此靜坐。一日是兩日。若活七十年。便是百四十。蘇長公語也。此在老年窮寂杜門消遣之地。最爲親帖計。未知種種體念而與之有會否。義林凡節無足奉聞。案頭一着。非不欲黽勉。而每爲憂魔所撓奪。竟未免一曝而十寒。寸進而尺退。若是者。果安能有所成就也。自顧慙怛。無以自喩。而尊書乃反慰藉之若是耶。令抱婉戀幼儀。能執定省之節。所謂小子有造者此也。益盡義方之敎。以開其前程步趨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