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민 초토사【종렬】에게 올림(上閔招討使【種烈】)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22
민 초토사주 40)【종렬】에게 올림
삼가 아룁니다. 천하의 이치는 하나일 따름입니다. 성(性)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이고, 도(道)는 군신부자(君臣父子)이고, 인(人)은 요순공맹(堯舜孔孟)이고, 교(敎)는 시서예악(詩書禮樂)이니, 이 이치 외에는 더 이상 다른 이치는 없고, 이 도 외에는 더 이상 다른 도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이단이며 사교(邪敎)입니다. 선유(先儒)가 "육예(六藝)의 학문과 공자의 말씀이 아닌 것은 모두 없애 버려서 세상에 함께 나오지 못하게 한 다음에야 기강이 하나로 될 수 있고 법도가 밝아질 수 있다."주 41)라고 하였고, 또 "사람이 의리의 근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어긋남이 있다면 백성들에게 해가 되어 백만의 시체가 쌓이고 흐르는 피가 천 리에 이어지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이 때문에 성인이 시비와 사정(邪正)을 판가름할 때 분변함이 매우 밝고 막는 것이 매우 엄격하여 양주(楊朱)와 묵적(墨翟)을 막는 자는 성인의 무리라고 말하기까지 하였으며, 또 옳지 않은 방도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자는 죽여서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만고의 대방(大防)이며 역대의 지극한 경계입니다. 아, 근년에 이른바 동학(東學)이라는 것은 무슨 종교입니까. 예부터 이단이 많았지만 그 요사스럽고 허탄하며 비루하고 흉패한 것이 이처럼 심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근래 백성들 가운데 도적과 금수로 돌변한 자가 날마다 천이나 만으로 헤아릴 정도이지만 군신 상하가 인습에 젖어 편안하게 여기며 금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흉악한 계략이 낭자하여 화색(禍色)이 하늘을 찌른 이후에야 군대를 동원하여 토벌합니다. 앞서는 한마디 말로 금할 수 있었지만 뒤에는 수만 명을 동원하더라도 힘이 부족하며, 앞서는 한 사람을 처벌하면 징계할 수 있었지만 뒤에는 수만 명을 죽이더라도 재앙이 풀리지 않습니다. 가령 이 역적이 무기를 들고 윗사람을 범하는 일이 없고 다만 사교(邪敎)를 가지고 몰래 서로 전파하는 것이 전일과 같았으면 아마도 조정에서 필시 군대를 동원하여 토벌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는 윗사람을 범하는 것이 죄가 됨만 알고 사교가 윗사람을 범하는 근본이 되는 줄 모르는 것입니다. 나무의 뿌리를 배양하면서 가지를 잘라내며, 물의 근원을 탁하게 하면서 지류를 맑게 하는 것이 어찌 이치이겠습니까. 오늘날의 거조가 반란을 구제하고 폭도를 주벌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런 일은 있습니다. 그러나 척사위정(斥邪衛正)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추향할 바를 알게 하는 것으로 말하면 오히려 강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미 지난 진부한 자취를 뒤미처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전날의 잘못이 바로 오늘날의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위한 계책은 정학을 높이고 천리를 밝히며, 사설을 배척하고 인심을 바로잡아 백성들로 하여금 이것은 따를 만하고 저것은 피할 만하며, 이것은 지향할 만하고 저것은 배척할 만함을 환하게 알게 하는 것만 한 것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잘못을 계속해서 되풀이하여 전혀 깨우치지 못하는 자가 있다면 발각되는 대로 잡아서 무거운 형벌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교화된 자는 다 변화된 것이 아니고 태도를 바꾼 자는 결코 마음을 바꾼 것이 아니니, 후일의 화가 다시 오늘처럼 드러나지 않으리라고 어찌 장담하겠습니까. 삼가 생각건대, 합하(閤下)께서는 큰 의리에 밝고 큰 절개가 있어 성대하게 사방에서 추앙을 받으니, 사문(斯文)과 세도의 책임은 절로 사양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부디 집집마다 깨우쳐 주어 한 도(道)의 이목을 일신하고, 또 이 뜻으로 성상께 아뢰어 저지되지 또는 기각되지 않는다면 실로 종사와 생령들의 무궁한 복이 될 것입니다.
주석 40)민 초토사(閔招討使)
민종렬(閔種烈)이다. 나주 목사(羅州牧使)로 있을 때 동학군에 대항하여 성을 굳게 지킨 공으로 1894년(고종31) 10월 28일에 호남 초토사(湖南招討使)에 임명된 사실이 있다.《高宗實錄 31年 10月 28日》《承政院日記 高宗 31年 10月 28日》
주석 41)선유(先儒)가……있다
이 내용은 한 무제(漢武帝) 때 동중서가 올린 대책(對策)에 나오는 말이다.《漢書 董仲舒傳》
上閔招討使【種烈】
伏以天下之理一而已。性則仁義禮智。道則君臣父子。人則堯舜孔孟。敎則詩書禮樂。此理之外。更無他理。此道之外。更無他道。外於此則異端也。邪敎也先儒有言曰。諸不在六藝之科孔子之術者。皆絶其道。勿使倂進。然後統紀可一。法度可明。又曰。人於義理之原。毫釐有差。則其爲生民之害。至於積尸百萬。流血千里。是以聖人於是非邪正之除。辨之甚明。拒之甚嚴。至謂能言拒楊墨者。聖人之徒。又謂。執左道以惑衆者。殺無赦。此是萬古大防。歷代至戒也。嗚呼。近年所謂東學。是何敎也。自古異端。非不多矣。而其妖怪狂誕。鄙俚凶悖。未有若是之甚者也。目下赤子化爲盜賊禽獸者。日以千萬計。而上下因循。恬不爲禁。至於凶計狼藉。禍色滔天然後。乃始興兵討之。前以費一辭而可禁。後則擧數萬衆。而力猶不贍。前以笞一人而可懲。後則誅數萬人。而禍猶未解。若使此賊無弄兵犯上之事。而但以邪敎。潛相傅染如前日。則恐朝廷必無興師討伐之擧。是則徒知犯上之爲罪。而不知邪敎之爲犯上之本也。培其根而剪其枝濁其源而淸其流豈理也哉。今日之擧謂之捄亂誅暴則有之矣。至於斥邪衛正。使民知所趨向則尙未之講也。今非欲追咎已往之陳跡。正以前日之失。乃今日之戒。爲今之計。莫若崇正學。明天理。斥邪說。正人心。使群黎百姓。昭然知此之可趨。彼之可避。此之可向彼之可背。或有襲訛踵誤。漫不回悟者。則隨現隨捉。旋以重典。不然則目今梗化者。未盡歸化。革面者未必革心。安知後日之禍。不更發如今日乎。伏惟閤下明大義。秉大節。蔚然爲四方所宗仰。斯文世道之責。自有所不得辭焉。須家喩戶曉。以新一路之耳目。又以此意。奏達天聰。不至見寢。則實宗社生靈無疆之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