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면암 최장에게 올림(上勉菴崔丈)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18
면암 최장에게 올림
박생(朴生)이 돌아오는 편에 삼가 보내 주신 답장을 받았습니다. 이윽고 절기가 바뀌어 추위의 위엄이 맹렬해지려는 때 삼가 일상의 기거는 충양(沖養)하시며 기체후는 더욱 만중하십니까. 중암(重庵)이 세상을 떠난 뒤에 홀로 쓸쓸히 지내는 마음은 더욱 형용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유 사문(柳斯文) 용계(龍溪)는 학문이 깊고 행실이 고아하며 거처가 매우 가까워 강습하는 즐거움은 오히려 의지할 곳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멀리서 사모하는 마음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생은 신세가 더욱 위축되고 궁박함이 더욱 심합니다. 동문수학한 벗 가운데 학식과 행실이 정후윤(鄭厚允) 애산(艾山)과 같은 자와는 또한 회합하지 못하니 외롭고 쓸쓸하며 따분하고 재미가 없습니다. 급급하게 만년을 수습할 계책이 매우 아니니, 어찌합니까. 성재(省齋) 어른의 심설(心說)은 다행히 보여 주신 은혜를 입어 삼가 대략적인 것을 알았습니다. 근세 이래로 변론한 것이 많으니,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의 동이주 35)를 주장하거나 본연(本然)과 기질(氣質)의 동이를 주장하거나 일본(日本)과 만수(萬殊)의 동이를 주장합니다. 대개 갑(甲) 쪽에서는 같은 것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못하며, 을(乙) 쪽에서는 다른 것만 보고 같은 것을 보지 못하니, 이것이 다툼의 단서를 야기하는 것입니다. '심(心)' 자와 같은 것으로 말하면 선덕(先德)이 기(氣)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 하나가 아니고, 이(理)의 측면에서 말한 것이 하나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어찌 유독 기가 되는 것만 보고 이가 되는 것을 보지 못한단 말입니까. 그러나 이렇게 간사한 무리들이 다투어 나와 오도(吾道)가 실낱같은 때 선비가 한 가지 선(善)이 있으면 바로 마땅히 돕고 인도하여 그 학업을 성취하게 해야 합니다. 더구나 한 마디 말이 어긋난 것은 실로 금이나 구슬의 작은 하자에 지나지 않는 데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오직 마땅히 조용히 강구하여 천천히 합치되도록 해야지 갑자기 내치고 문파를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근일에 과거(科擧)를 공부하는 선비 가운데 나아가 과거에서 합격할 길이 없으므로 물러나 자취를 학문에 의탁하는 자가 적지 않습니다. 구습에 젖어 혹 명예를 구하는 폐단이 없지 않으니, 이는 바로 근심스러워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군자가 남을 대하는 도량은 실로 찾아오는 것을 허여할 뿐 물러간 뒤의 일은 허여하지 않습니다. 저의 고향 유생으로 문하에 출입하는 자는 학업과 조예가 혹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천 리 멀리 가서 배우는 것은 정성이 가상하니, 부디 재주에 따라 가르쳐 주시어 각각 학업을 성취하게 하는 것이 실로 구구한 이의 바람입니다.
주석 35)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의 동이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을 같은 것으로 볼지 다른 것으로 볼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권상하(權尙夏) 문하의 이간(李柬)과 한원진(韓元震)이 벌인 논쟁이다.] 인물성이론(人物性異論)을 주장한 한원진(韓元震)의 견해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주로 호서(湖西) 지방, 즉 충청도 일대에 거주하고, 인물성동론(人物性同論)을 주장한 이간(李柬)의 견해에 동조하는 학자들은 주로 낙하(洛下) 지방, 즉 서울 일대에서 거주하였다.
上勉菴崔丈
朴生廻便。伏承下復。旣而時令改易。寒威將綮。伏未審燕處沖養。氣候增重。重庵逝後。離索之懷。想益難狀。聞柳斯文龍溪學邃行高。居且密邇。講聚之樂。尙有所聊。遠外馳想。不任下情。生身事益蹙。棲泊益深。同門知舊。學識行誼如鄭厚允艾山者。亦且不得相聚。踽踽涼涼。索然無味。甚非所以汲汲收桑之計也。奈何。省丈心說。幸蒙示及。謹悉梗槩矣。近世以來。辨論多端。或以人性物性之同異。或以本然氣質之同異。或以一本萬殊之同異。蓋印邊見其同而不見其異。乙邊見其異而不見其同。此所以惹起爭端也。至若心字。先德有以氣言者不一。有以理言者不一。今何獨見其爲氣而不見其爲理耶。然方此群邪競逐。吾道如綫之日。士有一善。卽當扶接導引。以就其業。況一言之差。固不過爲金玉之微瑖。惟宜從容講究。徐求其合。最不可遽加排擯。以立門庭也。近日功令之士。進無所售於科第。故退而托跡於學問者。不少。其舊習所狃。或不無干名要譽之獘。此正可憂者。然君子與人之量。固可與其進。而不可與其退也。鄙鄕儒生出入門墻者。其學業造詣。或有未及。而千里趨從。誠力可佳。須隨材授敎。各就其業。實區區之望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