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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면암 최 어른【익현】에게 올림(上勉菴崔丈【益鉉】)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15
면암주 33) 최 어른【익현】에게 올림
의림(義林)이 약관의 나이에 호중(湖中)을 유람하여 삼가 화서(華西) 선생이 경기(京畿)에서 창도(倡道)하자 원근의 학자가 흡연(翕然)히 따랐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고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 마땅히 물러나 더욱 힘써서 학문에 조금이라도 진보가 있은 뒤에 선생의 문하에서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몇 년 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부음이 꿈에서조차 생각하지 못한 데서 나왔으니, 개인적으로 놀라고 탄식하며 '나의 학문이 비록 진보하더라도 장차 어디에서 질정하겠는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뒤에 신미년(1871, 고종8)에 다시 호중을 유람하다가 삼가 문장(文丈)께서 선생의 고제자로 물러나 전원에서 직접 농사지어 부모님을 봉양하며 자신이 즐기던 바를 미루어 후배들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에 사사로이 삼가 기뻐하고 다행으로 여기며 '선생이 비록 돌아가셨지만 선생의 도는 오히려 사람들에게 남아 있으니, 내 장차 문장께 나아가 절하고 선생의 남은 의론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윽고 문장께서 나와 세도를 위한 계책을 세우셔서 훌륭한 말씀과 곧은 절개가 많은 사람의 입에 회자되고 있으니, 어질다는 명성이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 것이 또 어찌 구구한 제가 나아가 질정한 뒤에 있겠습니까. 상대가 어질다는 명성이 이미 자자하므로 제가 배우러 간 뒤에 그 명성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인 듯합니다.) 천 리에 큰 물결이 쳐도 동요됨이 없이 머물러 있은 지 몇 년 되었으니, 북두에 의지하고 달빛 아래 거닐고 싶은 생각을 무엇으로 위로하겠습니까. 의림은 궁벽한 고을의 미천한 종적입니다. 어버이는 늙고 집은 가난하여 구차하게 살아남아 생활하니, 10일 간의 여가를 내어 담장 밖에 나아가 오래된 소원을 이루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어 남쪽으로 영주(瀛洲)를 바라보며 슬픈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안생 진환(安生進煥)이 가는 편에 감히 이렇게 대신 정성을 펴니, 번거롭게 해 드려 너무나 송구합니다. 삼가 바라건대 더 아끼고 보중하여 나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시기 바랍니다.
주석 33)면암(勉庵)
최익현(崔益鉉, 1833~1906)으로,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찬겸(贊謙), 호는 면암, 경기도 포천 출신이다. 이항로(李恒老)의 문하에서 《격몽요결》,《대학장구》,《논어집주》 등을 통해 성리학의 기본을 습득하였다.
上勉菴崔丈【益鉉】
義林弱冠而遊湖中。伏聞華西先生倡道畿中。遠近學者。翕然從之。自以爲吾當退而加勉。使學有少進而後。有以從事於先生之門也。未幾年。易簀凶音。出於夢外私心驚歎。以爲吾學雖進。將何取正乎。後辛未之年。再遊湖中。伏聞文丈。以先生高弟。退歸田里。躬耕養親。推其所樂。以淑後徒。於是私竊喜幸。以爲先生雖殁。先生之道。猶在於人。則吾且晉拜文丈。得聞先生餘論也。旣而文丈出而爲世道之計。偉韻直節。膾炙萬口。其仁聲之入人也。又豈在於區區就正之下哉。鯨波千里。無撓利稅。而淹留有年。倚斗步月之思。何以自慰耶。義林窮鄕賤蹤也。親老家貧。苟存生活。願得一旬之力。進身棘外。以償宿昔之願。而不可得。南望瀛洲。不勝悵然。玆因安生進煥去。敢此替伸情悃。跡涉煩越。旋切悚仄。伏乞加愛保重。以副家國之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