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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중암 김 어른【평묵】에게 올림(上重菴金丈【平黙】)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12
중암주 27) 김 어른【평묵】에게 올림
《아언(雅言)》은 일찍이 어떤 사우의 집에서 겨우 한두 편을 보는 데 그쳤다가 근래 저의 고향에서 인쇄한 것이 있어 삼가 다 읽어 보았습니다. 아, 도가 밝아지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훈고(訓誥)를 억지로 찾고 구이지학(口耳之學 천박한 학문)을 가져다 분변하기에 궁구한 것이 정밀하지 않아 의론이 더욱 번다하고 견해가 이미 치우쳐 논쟁이 더욱 많으니, 갈릴 대로 갈려 이렇게 극도에 이른 것입니다. 게다가 이단과 사설(邪說)은 양주(楊朱)와 묵적(墨翟), 도교와 불교에 견줄 정도가 아니어서, 백성들을 금수로 만들려고 하는 자가 천하에 가득하여 놀랍고 기괴한 일이 갖가지로 나옵니다. 실로 대단한 심력(心力)과 대단한 안목(眼目)으로 지혜가 만물에 두루 미치고 도가 일세에 으뜸인 자가 아니면 어찌 전복될 위기를 만회하여 한 잔의 물로 수레에 가득한 땔나무의 불을 끄는 것과 같은 근심을 면하게 하겠습니까. 노선생의 이 글은 오늘날 한 번 다스려질 운수를 감당할 수 있으니, 선생께서 수습하고 편집한 힘이 아니면 어찌 이에 미칠 수 있었겠습니까. 오늘날 선비들이 왕도(王道)를 귀히 여기고 패도(覇道)를 천하게 여기며 중화를 높이고 오랑캐를 물리칠 줄을 알아서 갑자기 혼란에 빠져드는 지경에 이르지 않은 것이 또 어느 것인들 그 은택이 아니겠습니까. 제 선생님의 「답문편(答問編)」은 도를 밝혀 세도를 지킨 공이 「아언」과 더불어 조목이 같고 맥락이 같으니, 또한 근세의 한 경전입니다. 의림(義林)은 선생님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벗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게다가 시상(時象)과 풍속이 하루하루 갈수록 퇴폐해지니, 보잘것없는 사람이 누구에게 달려가며 누구에게 의지하겠습니까. 오직 이 두 책을 받들고 산속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서 자정(自靖)하는 구경(究竟)의 계책으로 삼을 따름입니다. 인사드리고 가르침을 받을 길이 없어 북쪽을 바라보며 슬퍼합니다.
혹자가 "주기설(主氣說)은 실로 성선(性善)에 해가 된다. 그러나 일체 주리(主理)가 가령 기(氣)와는 간여하는 바가 없다면 악이 귀속될 곳이 없어 성선설(性善說)에 도리어 방해가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기에, 대답하기를 "악은 이치상 없을 수 없는 것이지만 다만 본연(本然)이 아닐 따름이다. 이미 본연이 아닌데 기에 그 허물을 돌리니, 이것이 성현이 바로 여기에 나아가 분개설(分開說)주 28)을 주장하여 성이 본래 선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위의 한 조목은 소생이 어떤 사람과 이처럼 문답한 것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우러러 질정하고 싶은 것이 하나가 아니지만 삼가 조섭하지 못하는 가운데 번거롭게 해 드릴 듯하므로 여기에서 그치니,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주석 27)중암(重菴)
김평묵(金平默, 1819~1891)으로, 본관은 청풍(淸風), 자는 치장(稚章), 호는 중암(重菴), 시호는 문의(文懿)이다.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의 문인으로 홍직필에게서도 수학하였다. 1880년(고종17) 선공감 감역(監役)에 제수되었으나 이를 사양하고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주석 28)분개설(分開說)
각기 다르다는 입장에서 부분적으로 분석하여 해석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를 한 덩어리로 보고 통틀어 이해하는 혼륜(渾淪)과 상대되는 말이다.
上重菴金丈【平黙】
雅言。曾於一士友家。僅見一二篇而止。近因鄙鄕有印來者。謹已卒篇矣。嗚呼。道之難明久矣。强探訓誥。取辨口耳。窮覈未精。而議論愈繁。見解旣偏。而辨爭愈多.分分裂裂。到此極矣。加以異端邪說。非楊墨老佛之比。而思以禽獸生靈者。瀰漫區宇。驚怪百出。苟非大心力大眼目。智周萬物。道冠一世者。安能挽廻幾覆之轍。而免於盃水車薪之憂哉。老先生此書。足以當今日一治之運。而非先生收拾編摩之力。何以及此。今日士類知有貴王賤伯。尊華攘夷而不至遽爾淪胥者。又孰非其賜哉。鄙師答問編。明道衛世之功。與雅言同條而共貫。亦近世之一經也。義林自師門逝後。朋知渙散。加以時象風色。日深一日。藐爾人斯。誰因誰極。惟有抱此二書。入山塞竇。以爲自靖究竟計耳。拜敎無階。北望馳悵。
或曰。主氣之說。固害於性善。然一切主理。使氣無所干豫。則惡無歸屬處。而於性善之說。反有碍否。曰。惡固理勢之所不能無。但非本然耳。旣非本然。氣執其咎。此聖賢正就此處分開設。以明性之本善。
右一條。小生與或人問答如此。未知何如。所欲仰質者。不一。而切恐欠攝之中。致有煩惱。故止此。悚仄悚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