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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애일당 김 어른【치희】에게 답함(答愛日堂金丈【致熙】)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11
애일당주 25) 김 어른【치희】에게 답함
특별하게 찾아와 주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위문 편지를 또 보냈기에 돌보아 주시는 마음을 알았으니, 감사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환후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놀라고 염려스러웠습니다. 철에 따라 몸을 잘 조리하여 오직 빨리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주자(朱子)가 말하기를 "중년 이후로 눈이 어두워 힘을 붙여 글을 읽지 못하고 한가한 가운데 고요히 앉아 몸과 마음을 수렴하니 자못 득력하는 곳이 있음을 깨달았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문장(文丈)께서 눈이 어두운 나이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병든 몸을 요양하는 여가에 이 말을 체득하여 묵묵히 깨닫는 것이 있으십니까? 소생은 성현의 책을 읽은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지만 부침을 거듭하여 배우지 않은 사람과 조금도 차이가 없으니, 책망을 받을 일이라는 것을 또한 어찌 모르겠습니까. 처음에 《소학(小學)》에서 말하는 존양(存養)에 힘쓰지 않고 다만 애매모호하고 분잡한 사이에 생각을 두고 모색하여 이렇게 무한한 병통을 초래하여 졸지에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후회한들 어찌 미치겠습니까. 맹자가 말하기를 "학문하는 방도는 다른 것이 없다. 잃어버린 마음을 구할 따름이다."라고 하였고, 주자가 홍경(洪慶)에게 고하기를 "우선 모름지기 단정하고 장엄하게 존양할 것이요, 정력을 허비하여 종이 위의 말만 뚫어지게 쳐다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주 26)라고 하였으니, 이 몇 마디 말에서 공부의 선후를 대개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의 학자는 입만 열면 곧 성명(性命)을 말하지만 이러한 의체(義諦 사물의 근본 뜻)에 대해서는 그다지 힘을 기울이지 않으니, 들은 것을 기억하고 외고 말하거나 안배하고 조작하는 데로 귀결되지 않는 자가 거의 드뭅니다. 소생은 근래 대략 이러한 폐단을 궁구하며 매일 공부하고 있습니다. 비록 여기에 마음을 두고자 하지만 옛 것만 답습한 지 오래되어 깨달아 힘을 얻기가 매우 어려우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오직 문장(文丈)께서는 30년 동안 독서하였으니, 필시 고생하며 이미 징험한 방도가 있을 것입니다. 소생을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석 25)애일당(愛日堂)
김치희(金致煕, 1828~?)로, 본관은 광산(光山), 자는 장여(章汝), 호는 애일재이다. 기정진의 문인으로 낙안(樂安)에 거주하였다.
주석 26)주자가……것이다
제자 홍경(洪慶)이 돌아가려 할 때, 주희(朱熹)가 "지금 공부를 하려 한다면 우선 모름지기 단정하고 장엄하게 존양하고 밝고 드넓은 근원의 경지를 홀로 관찰할 것이요, 정력을 허비하여 종이 위의 말만 뚫어지게 쳐다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如今要下工夫, 且須端莊存養, 獨觀昭曠之原, 不須枉費工夫鑽紙上語.]"라고 하였다. 《朱子語類 卷115》
答愛日堂金丈【致熙】
寵顧未幾。委存踵至。仰認傾眷。感荷亡量。愆候之報。驚慮萬萬。節宣調護。惟望不遠復。朱子云。中年以後。目昏不能着力讀書。閒中靜坐。收斂身心。頗覺得力。今文丈雖不至目昏時節。養病之暇。體認此語。而有黙會者否。生讀聖賢書。已有年所。而浮浮沈沈。與不學人無毫髮差殊。其受病之端。亦豈不知哉。初無小學存養之力而但有以懸想模索於疑似紛雜之間。致此無限病痛。而至於猝不可收殺之地。悔之何及。孟子曰。學問之道。無他。求其放心而已。朱子告洪慶曰。且須端莊存養。不須枉費功夫鑽紙上語。於此數語。其用功先後。槩可知矣。世之學者。開口便說性命。而於此等義諦不甚着力其不爲記問誦說安排造作之歸者。幾希。生近來粗究此獘。每日下功。雖欲留心於此。而因循之久。得力甚難。奈何。惟文丈三十年讀書。必有幸苦已驗之方。幸爲小生告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