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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노사 선생께 올림(上蘆沙先生)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07
노사 선생께 올림
삼가 생각건대, 봄추위에 기체(氣體)가 강녕하시며, 작은사랑의 병환은 근래 회복되었으며, 우거하시는 나머지에 온갖 일은 괴로움을 끼치는 데 이르지 않았겠지요? 삼가 그리워하는 마음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소생은 겨울 초에 사상(沙上)에서 돌아왔는데, 양친께서 연달아 건강이 좋지 못하였다가 세모가 되어서 겨우 위급한 상황을 넘겼습니다. 이어서 신고(身故)로 또 달포 정도 괴로움을 겪었으니, 이른바 글공부하는 일은 묶어서 시렁 위에 올려놓은 채 겨울을 넘길 따름입니다. 접때 선생님을 모시고 가르침을 받을 때 김석귀(金錫龜), 정재규(鄭載圭)가 전후로 때마침 이르러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나머지에 서로 강마(講磨)하여 천년 뒤에 수사(洙泗)의 위의(威儀)주 21)를 보는 듯하였습니다. 소생처럼 혼미하고 어리석은 이도 비록 눈으로 보고서 마음으로 느끼는 유익함이 없지 않았지만 또 어떻게 하면 강마한 것을 깨달아 밝히는 바가 있어서 이 모임을 저버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종전에 힘쓰지 못하였다는 탄식이 여기에서 배로 간절하였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도 이로부터 더 보태졌습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해를 넘기면서 예전처럼 그대로 답습하며 그 뜻이 희미하게 사라졌습니다. 또 이러한 모임이 또 어느 때 있을지 모르니, 구구한 소생의 마음에 어찌 서운함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선생님께서 이사하여 해가 바뀐 때 몸을 빼 문후하지 못하니, 죄송합니다. 삼가 절서에 따라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답장을 덧붙임
해가 바뀌어 그리워하는 마음 간절하던 차에 방금 편지를 보았네. 매우 자세히 적었기에 귀중함이 어찌 보배로운 구슬에 견주겠는가. 다만 책을 보는 한 가지 일은 자못 근심스러운 일로 방해를 받았으니, 세월이 자못 애석할 따름이네. 병든 사람의 노쇠함은 금년 들어 다시 더할 것이 없네. 기력은 기어서 계단을 내려갈 정도이고 정신은 거의 숙맥을 분별하지 못할 정도이네. 젊어서 부지런히 배우지 않아 이러한 업보를 받는 것이라 부끄럽고 부끄럽네. 여러 가지 사연은 붓을 들 마음이 없어 우선 그만두고, 예만 갖출 따름이네. 이만 줄이고 삼가 사례하네.
주석 21)수사(洙泗)의 위의(威儀)
수사는 중국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를 지나는 두 개의 강인 수수(洙水)와 사수(泗水)이다. 이곳이 공자의 고향에 가깝고 또 그 사이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공자의 학문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上蘆沙先生
伏惟春寒。氣體康寧。小舍廊患節。近見天和。僑寓之餘。凡百不至貽惱否。伏慕不任。小生冬初自沙上還。兩庭連有欠和之節。至於歲未。纔免危津。繼以身故。又經旬月之苦。所謂佔畢之業。束閣過冬而已。曩於侍敎之日。錫龜載圭前後適至。坐春立雪之餘。互相講磨。使千載之下。如見洙泗之儀。昏愚如小生。雖不無觀感之益。而又安能有所發明以不負此會哉。從前不力之歎。倍切於此。而追後圖勉之心。又自此而不能無有加矣。然歸家踰年因循如古。而落落分散。又未知此會之復在何時。則區區下情。曷勝悵然。當此杖屨移寓歲次翻易之際。而未得抽身承候。罪悚。伏乞循序康衛。


答附
歲翻。懷人切矣。卽見手字極覼縷。寶重奚啻拱璧。第佔畢一事。頗爲憂故所魔。歲月殊可惜。病人衰敗。至于今年。無以復加矣。氣力則匍匐而下階。精神幾乎菽麥不以辨。少不勤學。其果報如此。可愧可愧。諸般說。無心戀筆墨。只得且休。備禮而已。不宣謹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