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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 노사 선생께 올림(上蘆沙先生)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 / 서(1)(書(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2.0001.TXT.0006
노사 선생께 올림
지난번에 보내 주신 편지를 받고서 삼가 기후가 편치 못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삼가 너무나 놀랍고 염려되었습니다. 근래 청명하고 화창한 때 한가하고 편안히 쉬며 안정된 가운데 점차 편안히 일상을 회복하셨습니까. 소생은 깊은 산속에서 칩거하며 가난한 생활은 예전 그대로입니다. 이렇게 새해를 맞이하였지만 나아가 문후를 여쭈지 못하고 편지는 심부름꾼이 없어서 인편이 있는 대로 전달하느라 이처럼 구차하고 소홀하니 매양 너무나 죄송합니다. 지난번에 가문을 위한 계책을 가르쳐 주셨으니 소생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이 될 뿐만이 아니라, 참으로 뭇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며 바꿀 수 없는 지극한 의론입니다. 소생은 비록 민첩하지 못하지만 감히 여기에 종사하여 평생 몸에 절실한 계책으로 삼겠지 않겠습니까.
성리서(性理書)는 근래 겨우 다 읽었지만 조금도 효과를 보지 못하였기에 읽지 않았을 때와 다른 점이 없었으니,주 17) 참으로 고인의 책을 잘못 읽은 것입니다. 다시 한 책을 많이 읽어 주된 근본을 확고히 세울 계책으로 삼고자 하는데, 「시경」, 「서경」, 「예기」 가운데 어느 것을 위주로 해야 합니까? 김석귀(金錫龜) 어느 곳으로 이사했습니까? 동문 가운데 믿을 곳은 이 사람뿐인데 그는 너무나 가난하여 생계를 꾸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끝내 완전하게 성취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시림(鄭時林)은 이 사람과 흡사하니 또한 염려할 만한 일입니다. 여기에 김생 우종(金生佑鍾)이 있는데, 소생이 향리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며 교유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자품이 순실(純實)하고 화락하여 종친들은 효성스럽다고 하며 향당에서는 우애가 있다고 하니, 선비 가운데 만나기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가난한 것이 김석귀, 정시림과 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름에 상을 당해 여러 해 동안 파묻혀 지내다가 지금에서야 문하에 나아왔습니다. 대저 세간에 이러한 사람은 곤궁함이 매양 이와 같으니, 이 또한 일종의 기수(氣數)의 변고입니까? 정재규(鄭載圭)는 근래 왕래합니까? 다시 바라건대 도를 위해 더욱 건강하십시오.
정자(程子)가 말하기를 "하(夏)나라는 고대(古代)와 가까워 충성(忠誠)한 사람이 많았으므로 충(忠)을 숭상하였으나 충폐(忠弊)가 생겼기 때문에 질(質)로 구제하였고, 질폐(質弊)가 생겼으므로 문(文)으로 구제했다."라고 하였습니다. 문(文)과 질(質)은 서로 반대가 되니 질에 폐단이 생기면 마땅히 문으로 구제해야겠지만 충과 질은 서로 비슷하니 충에 폐단이 생긴 것은 또 어떻게 질로 구제하겠습니까.
문중자(文中子 왕통(王通))가 말하기를 "동(動)한 것은 둥글고, 정(靜)한 것은 모나다."라고 한 것에 대해 정자가 말하기를 "이는 바로 거꾸로 된 말이다. 정의 체(體)는 둥글고, 동의 체는 모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문중자의 말이 불가하지 않은 듯한데 정자가 거꾸로 된 말이라고 한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지난번에 다른 사람과 태묘(太廟)의 제도를 논하다가 인하여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제왕가(帝王家)는 진실로 할아버지와 손자 간에 서로 계승하는 경우가 있고, 형제간에 서로 계승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이의 대수가 혹 친진(親盡)주 18)하지 않았지만 이미 4대가 넘은 경우가 있고, 혹 이미 친진하였지만 아직 4대가 되지 않은 경우가 있으니, 마땅히 한결같이 통위(統位)의 순서를 위주로 하는 것입니까? 태자(太子)의 아들인 환왕(桓王) 임(林)과 그 조부 평왕(平王)은 함께 한 소(昭)가 되는 것입니까.주 19) 평왕이 소(昭)가 되면 환왕이 목(穆)이 됩니까? 차자 외병(外丙)은 그 동생 중임(仲壬)과 함께 한 목이 됩니까. 외병이 목이 되면 중임은 소가 됩니까?주 20)
사람이 외지에서 사망하였다면 그 집에서는 실로 마땅히 부음을 들은 날에 대상(大祥)과 소상(小祥)을 치러야 합니다. 만약 그 아버지가 집에서 사망하였는데 그 아들이 외지에서 부음을 들었다면, 한 사람이 부음을 늦게 들었다는 이유로 대상과 소상을 물려서 행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복을 벗는 것은 부음을 들은 달로 계산합니까?

답장을 덧붙임
두 통의 편지는 모두 뜻밖에 받았으니 계속 위로가 되네. 구차하고 소홀하다고 스스로 탓하는 것은 지나치네. 우리들이 서로 저버리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으니, 어찌 마땅히 달려와 문안하는 것을 공경으로 삼겠는가. 정월 이후에 감기가 들었는데 이제야 떨쳐 버렸지만 팔다리가 저리고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날로 더 심해진다는 것 외에는 말할 만한 것이 없네. 김생(金生 김우종)은 자질은 훌륭하지만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애석하네. 이 한 사람을 가지고 보더라도 세간에 훌륭한 자질을 헛되이 저버린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계방(季方)은 이미 이 사람과 서로 친하니 힘이 닿는 대로 충간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네.
충ㆍ질ㆍ문의 폐단을 구하는 것에 대하여 동자(董子 동중서(董仲舒))가 이미 이에 대해서 설명하였고 정자(程子)가 계승하여 사용한 것이네. 그러나 헤아려 볼 점이 있으니 그 실상은 점점 여는 것이지 폐단을 구한 것이 아니네. 대저 계방(季方)이 말한 것은 충ㆍ질ㆍ문 3자의 본래 뜻에 대해서 자세함이 부족한 듯하네. 동(動)은 각각 성명(性命)을 바로잡는 것이니 방(方)과 비슷하고, 정(靜)은 혼연히 한 이치이니 원(圓)과 비슷하네. 정자의 설은 이것을 가리켜 말한 것이 아니겠는가.
태묘(太廟)의 위차(位次)는 예부터 여러 사람이 논하였는데, 참으로 난처한 곳이 있어 갑자기 확정할 수 없고, 또 말하자면 그 설이 매우 장황하네.
대상(大祥)과 소상(小祥)은 본래 그달 내로 날을 잡아 행하지만 기일(忌日)을 정하는 것은 후세에 간편함을 따랐네. 부음을 들은 것은 조금 선후가 있으니, 날을 잡는 법도 변통할 수 있네. 혹 연월이 차이 나면 대상과 소상은 탈복(脫服)을 기다려서는 안 될 듯하네.
시와 서, 예를 지키는 것은 공자가 평소에 말한 것이니, 공자는 어째서 세 가지 가운데에서 하나를 골라 평소 말하지 않았겠는가. 계방의 이 질문은 온당한지 모르겠네.
주석 17)읽지……없었으니
원문은 "與不讀時相別處"이다. "別處"는 문맥이 통하지 않아 "似"의 의미로 번역하였다.
주석 18)친진(親盡)
제사 지내는 대(代)의 수가 다 된 것을 말한다. 보통 임금은 5대, 평민은 4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낸다.
주석 19)태자(太子)의……것입니까
환왕(桓王)은 평왕(平王)의 손자이다. 환왕의 부친인 설보(洩父)가 태자로 있다가 일찍 죽자, 평왕 사후에 그가 왕위를 계승하였다.
주석 20)차자……됩니까
외병(外丙)과 중임(仲壬)은 모두 탕(湯)의 장자인 태정(太丁)의 아우이다. 태정이 태갑(太甲)을 낳고 왕위에 오르지 못한 채 죽었는데, 외병이 2년 동안 왕위에 있고 중임이 또 4년 동안 왕위에 있은 뒤에 태갑이 즉위했다는 것이 조기(趙岐)의 설이고, 탕이 붕어할 때에 외병은 나이가 2세이고 중임은 4세였으므로 나이가 조금 많은 태갑을 왕으로 세웠다는 것이 정이(程頤)의 설이다. 여기서는 조기의 설을 따라서 말한 것이다.
上蘆沙先生
向拜下復。謹伏審氣候有不安節。伏切驚慮。比日淸和。燕申休養。漸復安常。小生跧蟄窮峽。貧病因循。當此新年。而進不能供候。書不能專人。隨便轉達。苟簡如此。每切罪悚。向敎門戶之計。非但爲小生對症之藥。誠是衆人通法。不易之至論也。生雖不敏。敢不請事於斯。以爲平生切身家計也。性理書近纔卒篇。而無一毫見效與不讀時相別處。眞是枉讀了古人書也。更欲多讀一書以爲立定主本之計。則於詩書禮三者。以何爲主耶。金錫龜搬移於何地。同門所恃。乃有此人。而其窮甚。至於無以爲計。未知終當玉成否。鄭時林洽似此人。亦可悶。此去金生佑鍾。生之在鄕里間最所從遊者也。其資稟純實樂易。宗族稱孝焉。鄕黨稱弟焉。在翰墨間不易得之人也。但其窮與錫龜時林無異焉。且以憂患喪戚。積年汨沒。今纔進去門下矣。大抵世間此等人。其窮每每如是。此亦一種氣數之變耶。鄭載圭近有來往耶。更乞爲道增康。
程子曰夏近古。人多忠誠。故爲忠忠。獘故。捄之以質。質獘。故捄之以文。文與質。自是相反。則獘於質者。固當捄之以文也。若忠與質。自是相近。則獘於忠者。又何捄之以質耶。文中子曰。動者圓。靜者方。程子曰。此正倒說。靜體圓。動體方。以今思之。文中之說。似無不可。而程子謂之倒說何如。向與人論太廟之制。而因有所疑。帝王家固有祖孫相承處有兄弟相承處則其間代數或有親未盡而已過四代者。或有親已盡而未滿四代者。則當一以統位之序爲主耶。太子之子桓王林與其祖平王。同爲一昭耶。平王爲昭則桓王爲穆耶。次子外丙與其弟仲壬。同爲一穆耶。外丙爲穆則仲壬爲昭耶。
人有在外而亡。則其家固當以聞訃日。爲大小祥。若其父在家亡。而其子在外聞訃。則不可以一人聞計之在後。而退行其大小祥。但除服則計其聞訃月耶。


答附
再書皆出於意不到。續續披慰。苟簡自咎。過矣。吾輩不相負。別有所在。豈當以趨走問安爲敬耶。正歲後感冒。今始離却。痿痺昏忘。日甚一日。外無可言。金生可謂質美而未學者。可惜。以此一人觀之。世間虛負好姿質者。何限。季方旣與此人相熟。隨力納忠爲佳。
忠質文之救獘。董子己有此設。而程子承用。然有可商量者。其實漸開而非救獘也。大抵季方所言。似於忠質文三字本旨。欠消詳。動則各正性命。有似於方。靜則渾然一理。有似於圓。程子之說指。是而言耶。
太廟位次。自古論者不一。誠有難處。未可卒乍指定。又言之則其說甚長。
大小祥。本是此月內卜日行之。用忌日者。後世之從簡便也。聞訃小有先後。則卜日之法。可以通之。其或差以年月。則大小祥。似不當延待脫服也。
詩書執禮。子所雅言。孔子何不於三者中揀其一而雅言乎。季方此問。未知穩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