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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
  • 시(詩)
  • 양자강에서 창수하다【서문을 붙이다】(楊子江唱酬【幷序】)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 / 시(詩)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1.0002.TXT.0134
양자강주 217)에서 창수하다【서문을 붙이다】
능주(綾州)의 부춘(富春)은 경치가 훌륭한 것으로 호좌(湖左)에 이름났다. 산으로는 금오산(金鰲山), 예성산(禮星山)이 있고, 강으로는 양호(楊湖), 음강(陰江)이 있고, 누대로는 부춘정(富春亭)주 218), 현학정(玄鶴亭)주 219), 침수정(枕漱亭)주 220)이 있다. 문장과 학문이 뛰어나며 노숙한 인물을 다 기록할 수 없으니, 고인이 "강산(江山)의 기운이 도움을 준다[江山助發]"라고 한 말이 어찌 허언이겠는가. 나의 거처가 근래 군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어 사사를 받은 사람이 몇이었으며, 형으로 섬긴 사람이 몇이었던가. 가난하게 살며 오래 칩거하다가 산과 강을 찾고 싶은 생각이 나면 갔고, 벗들과 헤어져서 혼자 외로이 살며 강습할 생각이 있으면 갔다. 비록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세월 속에서 속진의 번뇌를 씻고 비루한 마음을 없애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지금 군자들의 거처가 가까이로는 담장을 잇대고 있고 멀어도 이웃 동리인데, 오히려 부족하다고 여겨 재숙(齋塾)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서로 모였으며, 또 부족하다고 여겨 남은 힘으로 산과 강을 찾아 바람을 쐬고 시를 읊조리는 흥취를 다했다.
아, 같이 자고 먹고 마시며, 드나들고 산보하고, 대화를 나누고 읊조리며, 시를 짓고 학문을 익히는 곳에서 서로 헤어지지 않고 서로 관찰하고 서로 터득함이 이와 같으니, 쉽게 성취하는 것이 나와 같은 자에 견준다면 어찌 백 배는 되지 않겠는가. 또 천지간에는 만나는 사람이 매우 적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는 고금의 뜻 있는 선비들이 무릎을 치며 탄식했던 부분이다. 지금 군자들은 서로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을 만났을 뿐만 아니라 또한 좋은 장소를 만났다고 할 수 있다. 하나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하물며 사람과 장소 둘 다를 만나는 것이겠는가. 만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지만 만남을 저버리지 않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다. 나는 비록 못났지만 군자들을 위해 삼가 어리석은 의견을 말한다. 이 모임에서 시를 주고받고 유람하는 것은 문을 닫고 학문을 탐구하는 여가에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규(講規)와 향음례(鄕飮禮)를 행하는 절차와 같은 것은 또한 이 모임으로 인하여 선후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성리(性理)를 강구하고 예용(禮容)을 보고 느낀다면 그 유익함이 아마 얕지 않을 듯하다. 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부춘의 경치는 호동에서 으뜸이니 (富春水石擅湖東)
그 속에서 현자들 옛 풍도를 강론하네 (中有群賢講古風)
침수정 앞 강에 비친 달은 밝고 (枕漱亭前江月白)
금오산 북쪽 들에 핀 꽃은 붉네 (金鰲山北野花紅)
석대에서 약속하여 와서 학을 찾고 (石臺有約來尋鶴)
하늘가에 무심히 앉아서 기러기를 전송하네 (天畔無心坐送鴻)
이 모임 그대들에게 묻노니 어느 때 시작하였는가 (此會問君何日始)
미천한 몸 함께하지 못한 것 많이 부끄럽네 (鰕生多愧未曾同)
주석 217)양자강(楊子江)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능주천을 이른다. 지석천 또는 능주천으로 불리지만 이양면 강서리 예성산 아래 송석정에서는 양자강(楊子江) 또는 용강(龍江)으로, 이십리를 흘러서 능주 잠정리에 이르러서는 충신강, 다시 1.5km쯤 흘러 관영리 영벽정가에 이르러서는 영벽강으로 불린다.
주석 218)부춘정(富春亭)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부곡리 부춘마을에 있는 정자이다.
주석 219)현학정(玄鶴亭)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용두리에 있는 정자이다.
주석 220)침수정(枕漱亭)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우보리에 있는 정자이다.
楊子江唱酬【幷序】
綾之富春。以泉石之勝。名於湖左。金鰲禮星其山也。楊湖陰江其水也。富春玄鶴枕漱其亭榭也。文章學問耆舊人物。不可殫記。古人所謂江山助發。豈虛語哉。余居。近爲諸君子辱知。師事之者幾人。兄事之者幾人。窮居久蟄。有登臨之思則往焉。離群索居。有講習之思則往焉。雖不種種。而所以滌塵累消鄙吝於歲月之間者。爲力大矣。今諸君子之居。近則連墻。遠則比里。猶以爲未足。結構齋塾朝夕相聚。又以爲未足。餘力登臨。盡其風咏之趣。鳴乎。於興寢喫着。出入步趨。言笑吟哦。咳唾遊衍之地。不離不分。相觀相得如此。其成就之易。視如義林者。豈不百倍乎。且天地之間。相遇者至少。不相遇者至多。此古今志士咸慨節拍處也。今諸君子。可謂相遇矣。不惟遇其人。亦可謂遇其地矣。一遇不易。況兩遇乎。遇不遇在天。其不負所遇在人。義雖無似。爲諸君子。謹貢一愚。此會之唱酬遊賞。在杜門攻苦之餘。所不可已者也。然如講規飮禮之節。亦可因此會而先後之耶。講究性理。觀感禮容。其益恐不淺淺。未知諸君子以爲何如。
富春水石擅湖東。中有群賢講古風。枕漱亭前江月白。金鰲山北野花紅。石臺有約來尋鶴。天畔無心坐送鴻。此會問君何日始。鰕生多愧未曾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