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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詩)
  • 시국을 상심하여 우연히 적다【7수】(傷時偶題【七首】)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 / 시(詩)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01.0002.TXT.0102
시국을 상심하여 우연히 적다【7수】
재앙의 단서는 외부에 있지 않으니 (厲階不在蕭墻外)
오직 날로 부지런히 패망을 자초하네 (速敗招亡惟日勤)
어찌하여 대대로 벼슬한 집안의 자제가 (如何喬木世家子)
오랑캐가 되어 개국의 공훈을 세우고자 하는가 (甘作仇戎開國勳)

입 다물면 누가 시집 안 간 처녀라고 하겠나 (緘口誰稱未嫁女)
글을 보내면 혹 원수와 같은 사람이라 배척하네 (發文或斥同仇人)
유문의 의리 이미 이와 같으니 (儒門義理已如此)
다시 누가 있어 어버이를 저버리지 않으랴 (復有阿誰不後親)

노사 선생의 병인년 상소주 174)는 (蘆沙夫子丙寅疏)
대의가 삼엄하여 일월처럼 밝네 (大義森嚴日月明)
당시 두세 가지 대책을 썼더라면 (當時若用二三策)
어찌 오늘날 사직이 기울어졌겠는가 (安有今朝社稷傾)

앞에는 긴 뱀이 있고 뒤에는 사나운 범이 있으니 (前有長蛇後猛虎)
부모 잃은 어린 아이는 응응 우네 (孩兒失母泣呱呱)
믿을 것이라곤 다만 위에 있는 하늘인데 (所恃只惟天在上)
누가 원통하고 애통함을 청도 호소할까 (誰將哀怨訴淸都)

아, 오늘이 어떤 날인가 (鳴乎今日是何日)
만백성이 절명할 때라네 (萬萬生靈絶命辰)
천 리 망망한 해내에 (環海茫茫千里地)
어찌 한 대장부가 없는가 (胡無一箇丈夫人)

마루 위의 서생은 이미 백발이 되었으니주 175) (堂上書生已白頭)
어찌 이 때문에 이부 칠실의 근심주 176)을 지으랴 (何須爲此漆嫠憂)
애석하구나, 요순 삼대의 문물이 (可惜唐虞三代物)
도도히 흐르는 큰 물결에 다 쓸려가네 (盡歸洪水滔滔流)

예부터 나라를 잃음이 어찌 오늘과 같았으랴 (自古喪邦孰若今)
천지가 뒤집히고 해와 별이 어두워졌네 (天翻地覆日星沈)
다만 문을 닫고 자정할 계책을 세울 뿐 (惟有杜門自靖計)
서산이나 동해로 찾아갈 필요 없네주 177) (西山東海不須尋)
주석 174)병인년 상소
기정진이 1866년(고종3)에 이른바 병인양요(丙寅洋擾) 즉 프랑스가 흥선대원군의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조선의 문호를 개방시키고자 한강 연안과 강화도를 침범하는 사건을 일으켰을 때 올린 소(疏)를 이른다.
주석 175)마루……되었으니
두보(杜甫)의 시에 "마루 위의 서생은 공연히 머리만 세었을 뿐, 바람결에 몇 번이나 향내 맡으며 우노매라.[堂上書生空白頭, 臨風三嗅馨香泣.]"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卷3 芻虞歎』
주석 176)이부(嫠婦) 칠실(漆室)의 근심
춘추 시대 노(魯)나라 칠실 고을에 과년한 처녀가 자신이 시집가지 못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나라의 임금이 늙고 태자가 어린 것을 걱정하여 기둥에 기대어 울자, 이웃집 부인이 비웃으며 "이는 노나라 대부의 근심이지 그대가 무슨 상관인가."라고 하였다. 『列女傳』 분수에 지나친 근심을 뜻하는 말이다.
주석 177)서산(西山)이나……없네
은(殷)나라 백이(伯夷)와 숙제(叔齊)가 주 무왕(周武王)이 은나라를 정벌하자, 서산 즉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서 「채미가(采薇歌)」를 부르며 고사리를 캐어 먹다가 굶어 죽은 고사가 있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의 고사(高士) 노중련(魯仲連)이 "동해 바다를 밟고서 죽을지언정 차마 그 백성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有蹈東海而死耳, 吾不忍爲之民也.]"라고 하였다. 『史記 伯夷列傳, 魯仲連鄒陽列傳』
傷時偶題【七首】
厲階不在蕭墻外。速敗招亡惟日勤。如何喬木世家子。甘作仇戎開國勳。
緘口誰稱未嫁女。發文或斥同仇人。儒門義理已如此。復有阿誰不後親。
蘆沙夫子丙寅疏。大義森嚴日月明。當時若用二三策。安有今朝社稷傾。
前有長蛇後猛虎。孩兒失母泣呱呱。所恃只惟天在上。誰將哀怨訴清都。
鳴乎今日是何日。萬萬生靈絶命辰。環海茫茫千里地。胡無一箇丈夫人。
堂上書生已白頭。何須爲此漆嫠憂。可惜唐虞三代物。盡歸洪水滔滔流。
自古喪邦孰若今。天翻地覆日星沈。惟有杜門白靖計。西山東海不須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