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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9년(기사) / 7월(七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4.0007.TXT.0013
13일(갑오)
-알봉돈장(閼逢敦牂)-. 흐림. 잠깐 비가 오다가 개고 또 잠깐 비가 왔다. 오후에 개고 맑아졌다.

〈물이 이르면 도랑이 이루어진다는 설[水到渠成說]〉
어떤 사람이 묻기를, "물이 이르러 도랑이 만들어지는 것인가? 도랑이 만들어져서 물이 이르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내가 응답하여 말하기를, "물이 이르러 도랑이 만들어진다거나, 도랑이 만들어져서 물이 이른다는 것은 선유(先儒)들이 이기선후(理氣先後)의 설로 다툰 것과 같다. 물과 도랑은 모두 기(氣)이다. 물과 도랑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이(理)이다. 무슨 뜻인가? 물과 도랑은 모두 형상이 있다. 오직 이(理)는 형상이나 까닭이 없다.
만일 도기(道器)로써 말하여도 또한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는 형상이 없고 기는 형상이 있으며, 이는 짝[상대]가 없고 기는 짝이 있으니, 무엇 때문에 그러한가? 《역》에서 이르기를 '태극이 양의(兩儀)를 낳는다.[大極生兩儀]'고 하였으니, 태극은 이이고 양의는 기이다. 음양은 서로 짝이 되고, 태극은 정당(正當)하여 짝이 없다. 그러나 이기가 곧 도기이고 도기가 곧 이기여서 선후도 없고 이합(離合)도 없으니, 어찌 감히 입을 놀리겠는가?
주자가 이미 '유행의 측면에서 약간 선후가 있다.[流行上略有先後]'라고 하였으니, 모(某)주 68)가 침잠반복(沈潛反覆, 깊이 연구하고 거듭 공부함)한 것이 여러 해인데, 지금 수거(水渠)의 설을 듣고 하나의 절충한 것이 있다. 수와 거가 갖추어 이루어지나 그것을 이루어지게 하는 까닭은 곧 이이고 도요, 수거는 곧 기(氣)이고 기(器)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가 곧 태극이 조판(肇判)하는 때이고, 태극이 조판하기 전은 곧 혼돈의 세계이다. 나누어져 천지가 되니, 응당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떠서 천이 되고, 무겁고 탁한 것은 아래로 응집되어 땅이 되는 까닭에 양이 반드시 선이 되고 음이 반드시 후가 되는 것이다. 음양이 서로 나누어지기 전에 반드시 음양이 서로 나누어지는 이가 있으니, 이가 선이고 기가 후라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했다.
주석 68)모(某)
서암 김영찬 본인을 지칭한 듯하다.
十三日 甲午
【閼逢敦牂】。陰。乍雨乍晴又乍雨。 午後晴陽。

水到渠成說。
或問。 "水到渠成? 渠成水到?" 余應之曰。 "水到渠成。 渠成水到。 先儒爭理氣先後之說。水渠皆氣也。 所以成水渠者理也。何者? 水渠皆有象也。惟理無象故也。若以道器言之亦然。然則理無象而氣有象。 理無對而氣有對。 何其然也? 《易》曰 '大極生兩儀'。 太極理也。 兩儀氣也。陰陽互爲相對。 太極正當無對也。然理氣卽道器。 道器卽理氣。 無先後無離合。 豈敢容喙哉。子朱子旣曰 '流行上略有先後'。 則某沈潛反覆者多年所。 而今聞水渠之說。 有一折衷者。 水渠具成。 而所以成之故。 卽理也道也。 水渠卽氣也器也。成之時卽太極肇判之時。 太極肇判之前。 卽混沌世界也。分而爲天地。 應當輕淸上浮爲天。 重濁下凝爲地。 所以陽必先。 陰必後。陰陽相分之先有陰陽相分之理。 則理先氣後也明矣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