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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9년(기사) / 7월(七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4.0007.TXT.0012
12일(계사)
-소양대황락(昭陽大荒落)-. 흐림. 오전에 잠깐 비가 내렸다. 작년에 지은〈재실에 거처하면서 우연히 느끼다[齋居偶感]〉를 기록한다.

태극(太極)이 처음 갈라져서 음양(陰陽)으로 비로소 나뉘어지니, 하늘은 위에 자리하고, 땅은 아래에 자리하게 되었다. 천기(天氣)는 하강하고, 지기(地氣)는 상승하여 엉기고 교감하니, 사람과 만물이 자연히 화생하게 되었다. 오직 사람만이 가장 신령스러워서 삼황오제가 번갈아 출현하였다. 복희(伏羲)가 처음 팔괘를 긋고 서계를 만들었으며, 문왕에 이르러서 팔괘를 부연하여 64괘를 만들어서 이름을 붙이고 괘사를 지었다. 주공에 이르러서는 효사를 덧붙이고, 공자에 이르러서는 십익(十翼)을 찬하고, 이어 '음양도기(陰陽道器)', '계선성선(繼善成性)'의 설을 자세히 말씀하시니 의리와 강령이 여기에서 크게 드러났다.
크도다! 공부자께서는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이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이 합하며, 사시와 더불어 그 절서가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이 합하니, 하늘보다 먼저 행할 때 하늘이 어기지 않으며, 하늘보다 뒤에 행할 때 천시를 받들게 된다.주 65) 그러므로 상고의 성인의 치적에 대해 계사(繫辭)로 밝혔으니, "복희씨는 그물을 엮어 사냥과 고기잡이를 하게 하였으니, 이괘(禽卦)에서 취한 것이고,주 66) 신농씨는 가래와 따비를 만들어 천하를 가르쳤으니, 익괘(益卦)에서 취한 것이다. 한낮이 되면 저자를 열고 물건을 교역하여 돌아갔으니, 서합괘(噬嗑卦)에서 취한 것이다.주 67)
황제(黃帝)와 요순(堯舜)씨는 그 변(變)을 통달하고, 신묘하게 화(化)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마땅하게 하였다. 그러자 옷을 늘어뜨리고 있어도 천하가 다스려졌으니, 대개 건곤괘(乾坤卦)에서 취한 것이다. 나무를 파내어 배를 만들고, 나무를 깎아 노[楫]를 만들어, 통할 수 없는 곳을 건너게 하였으니, 환괘(渙卦)에서 취한 것이다. 소와 말을 사용하여 무거운 것을 끌고 멀리까지 가게 하였으니, 수괘(隨卦)에서 취한 것이다. 문을 겹으로 세우고 딱따기를 쳐서 폭객(暴客, 도적)이 오지 못하게 대비하였으니, 예괘(豫卦)에서 취한 것이다.
나무를 잘라 절구의 공이를 만들고, 땅을 파서 절구를 만들어 만민을 구제하였으니, 소과괘(小過卦)에서 취한 것이다. 나무를 휘어서 활을 만들고, 나무를 깎아 화살을 만들어 천하에 위엄을 보였으니, 규괘(睽卦)에서 취한 것이다. 상고에는 굴이나 들판에서 거처하였는데, 후세의 성인은 이를 바꾸어 집과 방을 만들었으니, 대장괘(大壯卦)에서 취한 것이다. 옛날에는 장사를 지낼 적에는 섶을 두텁게 입혀서 하였는데 후세의 성인은 관곽(棺槨)로 바꾸었으니, 대과괘(大過卦)에서 취한 것이다. 옛날에는 매듭을 지어 다스렸는데 후세의 성인은 서계로 바꾸어서 백관을 다스리고 백성을 살폈으니, 쾌괘(夬卦)에서 취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것으로써 보면 성인의 도는 곧 역리(易理)이다. 역리는 곧 천리라는 것이 분명하다. 주자(朱子)는 심성정(心性情)을 논하여 말하기를, "심이 성과 정을 통솔한다."고 하였다. 그러니 심이란 것은 일신의 주관자이고 만사의 근본으로, 본래 스스로 광명(光明)하기 때문에 허령하고 어둡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성(性)은 곧 하늘이 부여한 이치로, 심에 갖추어진 것이다. 정은 곧 심중(心中)의 성이 감발(感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이 성과 정을 통솔한다는 것은 그 체(体)와 용(用)을 논한 것이니, 천명(天命)의 선(善)을 이은 것이 성(性)이다. 그러니 성은 체이고 심은 용이다.
만세의 심학(心學)이 어찌 유래한 곳이 없겠는가? 대개 자사(思子)의 신독(愼獨), 증자(曾子)의 근독(謹獨), 주자(周子)의 기자(幾字), 횡거(橫渠)의 예자(豫字)가 모두 심중에서 처음에 감동(感動)한 곳을 따라 그 선정(善正)의 묘결(妙訣)을 살피는 것이다.
주석 65)천지와 …… 받들게 된다
성인(聖人)의 덕이 지극함을 이르는 말.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에 있다.
주석 66)복희씨는 …… 것이고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노끈으로 매듭을 지어 맺어 각종 그물을 만든 뒤에 사냥과 고기잡이를 하게 하였으니, 이는 대개 이괘(離卦)에서 취한 것이다.[作結繩而爲網罟, 以佃以漁, 蓋取諸離.]"라는 말이 나온다. 망(網)은 조수(鳥獸)를 잡는 그물이요, 고(罟)는 어별(魚鱉)을 잡는 그물이다.
주석 67)한낮이 …… 것이다
《주역》 〈계사전 하(繫辭傳下)〉에 "한낮에 시장을 만들어 천하의 백성을 오게 하고 천하의 재화를 모아서 교역하고 물러가 각각 살 곳을 얻게 하였으니 서합괘(噬嗑卦)에서 취하였다.[日中爲市, 致天下之民, 聚天下之货, 交易而退, 各得其所, 蓋取諸噬嗑.]"라고 하였다.
十二日 癸巳
【昭陽大荒落】。陰。午前。 乍雨。記前年所著〈齋居偶感〉。

太極肇判。 陰陽始分。 天位乎上。 地位乎下。天氣下降。 地氣上昇。 絪縕交感。 則人物自然化生。惟人最靈。 三皇五帝迭出。伏羲始劃八卦。 造書契。至於文王。 演八卦。 作六十四卦。 以名之。 又作辭。至於周公。 添爻辭。至孔子。 贊十翼。 乃備言。 '陰陽道器 繼善成性之說'。義理綱領。 於是大著矣。大哉! 孔夫子。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先天而天不違。 後天而奉天時。故追述上古聖人之蹟。 繫辭而明之曰。 "伏羲氏。 結網罟以佃以漁。 取諸禽。神農氏。 作耒耟。 以敎天下。 取諸益。日中爲市。 交易而退。 取諸噬嗑。黃帝ㆍ堯舜氏。 通其變。 神而化之。 使民宜之。垂衣裳而天下治。 盖取諸乾坤。刳木爲舟。 剡木爲楫。 以濟不通。 取諸渙。服牛乘馬。 引重致遠。 取諸隨。重門擊析。 以待暴客。 取諸豫。斷木爲杵。 掘地爲臼。 萬民以濟。 取諸小過。弦木爲弧。 剡木爲矢。 以威天下。 取諸睽。上古穴居野處。 後世聖人。 易之以宮室。 取諸大壯。古之葬者。 厚衣以薪。 後世聖人。 易之棺槨。 取諸大過。上古結繩而治。 後世聖人。 易之以書契。 百官以治。 萬民以察。 取諸夬。" 以此觀之。 聖人之道。 卽易理也。 易理卽天理也。 明矣。子朱子論心性情曰。 "心統性情。" 然則心者一身之主。 萬事之本。 本自光明。 虛靈不昧者也。而性乃天所賦之理。 具於心者也。情乃心中之性。 感發者也。故心統性情。 論其体用。 則繼天命之善者性也。 然則性體心用也。萬世心學。 豈無所由來乎? 盖子思子之愼獨。 子曾子之謹獨。 周子之幾字。 橫渠之豫字。 皆從心中初感動處。 審其善正之妙訣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