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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9년(기사)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4.0004.TXT.0018
18일(신미)
-중광협흡(重光協洽)-. 맑음. 돌아오는 길에 진곡(晉谷)주 46) 박응규(朴應圭) 댁에서 점심을 먹고, 안청(安淸)주 47) 고재붕(高在鵬)주 48) 댁에 이르러서 유숙했다. 《하남정씨수언》목록 상권에 대해서 물었다. 재붕이 말하길, "정자가 말하길, '일과 이를 합하면 삼이 된다. 삼을 보면 일과 이가 없어진 것이다. 삼을 분리하면 일과 이가 되는데, 일과 이를 보면 삼이 없어진 것이다.'라고 했는데, 바야흐로 일과 이를 베풀어 삼을 구함에 이미 삼이 이루어진 것인데, 또 일과 이를 말하니 이치를 알지 못하겠소."라고 하였다.
내가 답하길 "삼가 살피건대 이것은 도(道)와 기(器)를 겸해서 한 말이니, 도 또한 기이고, 기 또한 도이다. 합하면 하나가 되고 떨어지면 둘이 된다는 말을 숫자로써 비유한 것이오."라고 하였다.
재붕이 묻기를 "이천(伊川, 정이(程頤))이 부주(涪州)로 갈 때, 염여(灩澦)주 49)의 파도로 배안의 사람 모두가 두려워 하였는데, 이천 홀로 태연하였다. 강가에서 한 나무꾼이 노래하길, '목숨을 버리려고 작정하여 이런 것인가, 도리를 통달하여 이런 것인가?[舍去如斯, 達去如斯]주 50)'라고 한 뜻은 무엇인가?"라고 하였다.
내가 답하길 "삼가 살피건대 우임금이 강을 건널 때 황룡이 배를 짊어지니, 배 안의 사람들이 두려워하였지만, 우임금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면서 '생(生)은 부친 것이요, 죽음은 돌아가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그 뜻이요."라고 했다.
재붕이 도인법(導引法)주 51)을 행하기에, 내가 바로잡아 말하길 "요망스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니, 답하길, "예부터 장심(掌心)을 마찰하는 양생(養生)의 방법이 있었는데, 이천의 어머니 후씨(候氏)가 이미 그것을 행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이정전서(二程全書)》를 살펴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주석 46)진곡(晉谷)
당시 전남 광산군 하남면 진곡리로 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 진곡동을 이른다.
주석 47)안청(安淸)
당시 전남 광산군 하남면 안청리로 현재 광주광역시 광산구 안청동을 이른다.
주석 48)고재붕(高在鵬, 1869~1936)
자는 윤권(允拳), 호는 익재(翼齋), 본관은 제주이다. 광주 안청리(安淸里)에서 광규(光奎)의 아들로 태어났다. 전우(田愚, 1841∼1922)에게 나아가 수학하였는데 간재(艮齋)는 그에게 익재(翼齋)라는 호를 붙여 주었다. 만년에 전라북도 진안군(鎭安郡) 주천면(朱川面) 대불리(大佛里)로 이사하여, 이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본인의 수양에 더욱 힘써 호남처사라 불렸다.
주석 49)염여(灩澦)
염여퇴(灩澦堆)의 준말로, 배를 타고 무사히 건너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험하다는 장강(長江) 구당협(瞿塘峽)의 여울물 이름이다.
주석 50)목숨을 …… 것인가
송(宋)나라 이천(伊川) 정이(程頤)가 부릉(涪陵)에서 배를 탔는데, 풍랑이 극심하여 배 안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을 잃었으나, 정이는 신색(神色)이 자약하였다. 배에서 내리자, 언덕 위에서 어떤 사람이 소리를 높여 정이에게 묻기를, "사(舍)해서 이러한가, 달(達)해서 이러한가?[舍去如斯, 達去如斯]"라고 하였다. 여기서 사(舍)는 모든 것을 버린다는 뜻이고 달(達)은 모든 이치를 달관한다는 뜻이다.(《심경》 권2)
주석 51)도인법(導引法)
몸을 굴신하고 대기(大氣)를 마셔서 체내(體內)로 끌어들이는 도가의 양생법(養生法)을 이른다.
十八日 辛未
【重光協洽】。陽。回路入晉谷朴應圭宅午飯。 至安淸高在鵬宅留宿。問《河南程氏粹言》目錄上卷。在鵬曰 "子曰。 '一二而合爲三。三見則一二亡矣。離三而爲一二。 一二見而三亡矣。' 方爲一二而求三。 旣已成三。 又一二。 是不知理。" 余答曰。 "謹按此是兼道器而言。 道亦器。 器亦道。 合而爲一。 離而爲二之說。 譬諭以數。" 在鵬問 "伊川涪州行。 波濤灔澦。 舟中人皆懼。 伊川獨自若。岸上一樵夫歌曰。 '舍去如斯。 達去如斯。'" 答曰 "謹按禹濟江。 黃龍負舟。 舟中人懼。禹仰天嘆曰 '生寄也。 死歸也'之義。" 在鵬行導引。 余正之曰 "勿爲妖妄。" 答曰 "古有摩擦掌心養生之法。 伊川母夫人候氏。 已行之。" 考諸《二程全書》。 不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