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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8년(무진) / 9월(九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3.0010.TXT.0014
14일(경자)
-상장곤돈(上章困敦)-. 맑음.


〈서암기〉
세상에 태어나 이름과 자의 호칭이 없을 수 없지만, 또 스스로 '서암(棲岩)'이라 부른 것은 한갓 세속을 따라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다. 지학의 나이[志學之年, 15세]에 주부자의 〈회암시(晦岩詩)〉 "생각나는구나, 예전 병산옹께서 나에게 주신 한 마디 가르침. 오래도록 그 가르침 자신하지 못했는데, 이제 바위에 깃들어 작은 효험 바라네.[憶昔屛山翁, 示我一言敎。自信久未能, 岩棲冀微效。]"라는 구절을 탄식하며 읊조렸다. '일언(一言)'이라는 뜻을 탐구하고자 하여 그 주를 살펴보니, '일언'이라는 것은 곧 주부자의 스승인 병산 유옹[유자휘]이 부자의 자설(字說)을 지어준 것으로, 일언으로서 보여주어 말하기를 '나무는 뿌리에 감추지만 봄에는 화려하게 드러나고, 사람은 마음에 감추지만 신명스러운 밝음이 안에 그득하다'라고 한 뜻을 보였다. 그러므로 '서암(棲岩)' 두 자를 문미 위에 걸어놓고 출입하면서 보고 살피면서 '작은 효험을 바란다[冀微效]'는 뜻을 잊지 않고자 한 것이다.

박재연 부친상 만사에 차운하다〉(次朴在演親喪挽)
정의가 어찌 그리도 친밀했는데,(情好何其密)
홀연히 저세상 사람이 되었네.(忽焉至帝鄕)
자식 셋은 순수한 효자이고,(肖子三純孝)
손자는 모두 걸출한 사람이네.(人孫衆傑生)
책 속에 경계를 말하기도 전에,(維編戒未道)
기쁘게 해드리려는 마음 깊고 밝았네.(歡養按沈明)
죽음을 편안히 운명으로 받아들이니,(存沒順寧節)
상여소리 더욱더 처량하구나.(轉悽薤露聲)
긴 하늘이 끝나도록 산 하나 없고,(長天不盡無山地)
엷은 노을 피어나는 곳에 수촌이 있구나.(淡靄多生有樹村)
-월사 이정구, 차천로-
十四日 庚子
【上章困敦】。陽。

棲岩記。
生于世。 非無名字之稱。 而又自號棲岩者。 非徒循俗而然也。志學之年。 咏歎朱夫子〈晦岩〉詩 "憶昔屛山翁。 示我一言敎。自信久未能。 岩棲冀微效"之句。欲探一言之旨。 察其註。 則一言者。 卽夫子之師屛山翁爲著夫子字說。 以一言以示之曰 '木晦於根。 春容燁敷。 人晦於心。 神明內腴'之意也。故以'棲岩'二字。 揭于楣上。 出入觀省。 不忘冀微效之志也。

〈次朴在演親喪挽〉
情好何其密。忽焉至帝鄕.肖子三純孝。人孫衆傑生.維編戒未道。歡養按沈明.存沒順寧節。轉悽薤露聲.轉悽薤露聲。淡靄多生有樹村.
月沙廷龜車天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