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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일기(棲巖日記) / 1928년(무진) / 5월(五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1.0013.0006.TXT.0017
17일(을사)
-전몽대황락(旃蒙大荒落)-. 맑음.

〈무오사화의 여러 현인들을 신구하는 소[伸救戊午諸賢疏]〉-상동(上同)-
삼가 신은 평소의 성질이 세상과 함께 말살(抹殺)되어 말에서 구하면 말마다 서로 맞지를 않고, 일에서 구하면 일마다 서로 합당하지 않으니, 마침내 스스로 물러나 문을 잠그고 그림자만을 지키고 있는 것은 감히 몸을 웅크리고 스스로 편하게 살자는 방책이 아닙니다. 대개 몸을 웅크리고 세상을 사양한 것은 평소에 배운 것을 저버리지 않고 분수에 따라 독선기신(獨善其身)주 96) 하고자 하는 계책에서 그런 것입니다. 숨는 곳이 깊으면서도 오히려 혹 깊지 못할까 두렵고, 위축된 것이 견고하면서도 오히려 혹 견고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지위를 벗어나고 분수를 범하여 광고(狂瞽, 미친 사람과 장님)의 말을 낸 것에 이르러서는 주광(黈纊, 임금)을 모독하여 참월(僭越)한 죄를 얻게 되었으니, 실로 제가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일에 국가의 흥망과 세도의 오융(汚隆)과 사문의 성쇠(盛衰)와 생민의 안위(安危)가 관계되어 있으니, 어찌 하나같이 침묵으로 일관할 수 있겠습니까? 방외의 선비라면 과단성이 있어서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果哉末難之科哉]주 97)
가만히 생각건대 음양 숙특(淑慝)은 천지의 큰 한계라서 군자와 소인이 말미암은 바이니, 이것에 분명하면 다스려지고 이것에 밝지 못하면 어지러워진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이상견빙(履霜堅氷)주 98)의 경계와 이시부척(羸豕孚蹢)주 99)의 흉함을 머리카락 하나 실오라기 하나의 사이에서 기미를 변석하고도 오히려 잘못된 것에 의지해서 간택(揀擇)에 미혹됨이 있을까를 두려워하였습니다. 오늘날 조정에서의 용사(用捨)와 상벌(賞罰)은 하나같이 어떻게 분명하지 않고 애매모호한지요?
삼가 생각건대 선정신(先正臣) 김종직(金宗直)주 100)은 동방에서 우뚝 일어나 정학(正學)을 창도하여 밝혔으니 격치성정(格致誠正)의 공이 이미 그 극에 도달했습니다. 천인성명(天人性命)의 온축된 것을 남김없이 발휘함으로써, 주자(周子), 정자(程子), 장자(張子), 주자(朱子)의 대통 정맥을 한 세상에 환하게 다시 밝혔습니다. 그리하여 순정한 유학자와 바른 선비가 그 문하에서 나왔으니, 전(前) 정랑(正郞) 김굉필(金宏弼), 헌납(獻納) 김일손(金馹孫), 전(前) 현감(縣監) 정여창(鄭汝昌)은 특히 걸출한 인물들입니다.
인군(人君)으로 하여금 진실로 그 도(道)를 믿고 그 말을 수용하게 할 수 있다면, 양(陽)이 안에 있고 음(陰)이 밖에 있어서주 101), 군자(君子)의 도는 길어지고 소인(小人)의 도는 소멸되니, 삼대(三代)의 다스려짐을 오늘날에 다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순(舜) 임금의 신하는 다섯 명에 그치지 않았고주 102), 무왕(武王)의 신하가 열 명인 것 또한 부인을 제외한 것이 아닙니다.주 103)
신은 비록 일개 불초한 사람일 뿐이지만, 다행히 김종직(金宗直)의 문하에서 수학(修學)하는 행운을 가져 음양 숙특의 대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으로 보건대 요사이 조정에서 사람을 기용하고 정치를 하는 것이 비박(否剝)함이 매우 심하여 화를 장차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오직 다행히 김굉필, 김일손, 정여창 등 몇 사람이 있어서 홀로 서서 두려워하지 않고 바른 말하기를 굽히지 않으니, 거의 이편을 강하게 하고 저쪽을 어렵게 할 계책인 것입니다.
신은 강호(江湖)에 은거하며 오히려 스스로 믿는 바가 있어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군소(群小)의 사악한 것들이 임금의 총명을 가리고, 한 때의 선한 사람들을 원수로 보고서 일망타진할 꾀를 낼 것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인하여 사초(史草)의 문장을 들어 백가지로 얽고 날조함으로써 전하를 기만하였으니, 양으로 음을 삼고 음으로 양을 삼으며, 선한 것으로 악을 삼고 악한 것으로 선을 삼기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주고 뺏음이 마땅함을 잃고 상과 벌이 의(義)에 어그러지니, 국가의 일이 장차 어느 곳에서 끝맺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신이 엎드려 전하께서 종묘(宗廟)에 고하신 글을 대략 보니, "어찌 간신(奸臣)이 참람하게도 불궤(不軌)한 마음을 품고 고사(故事)를 가탁하여 문자(文字)에 퍼뜨릴 것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반역을 일으킨 죄가 극악무도합니다."라고 하였고, 사직(社稷)에 고한 글에서는, "무고(誣告)하는 말을 꾸며서 성덕(聖德)을 헐뜯었으니 죄가 부도(不道)에 해당하므로 대벽(大辟, 사형)에 처함이 마땅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마침내 김종직을 부관참시의 화를 당하게 하였고, 김굉필(金宏弼)김일손(金馹孫)정여창(鄭汝昌)권오복(權五福)권경유(權景裕) 등 제신(諸臣)은 혹은 능지처참에 처하거나 혹은 아주 먼 변방으로 장류(杖流)되었습니다.
아! 옛날부터 소인이 임금님의 마음을 미혹시켜 현량(賢良)에게 해독을 끼친 것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찌 금일의 참혹함과 같은 적이 있었겠습니까? 오호라. 하늘이여! 이 무슨 변고입니까? 군자(君子)를 안으로 하고 소인(小人)을 밖으로 하는 것이 천지가 태평해지는 까닭입니다. 소인을 안으로 하고 군자를 밖으로 하는 것은 천지가 막히게 되는 까닭입니다. 태평함을 기뻐하고 막히는 것을 싫어함은 사람이라면 같은 마음입니다.
전하께서는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에 기울어졌지만 태로 회복하는[傾否而回泰]주 104) 까닭을 생각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도리어 비를 기뻐하고 태를 싫어하는 것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군소배가 간사한 입으로 참소하는 기만을 당하셔서 현(賢)으로 불초(不肖)를 삼고 불초로 현을 삼는 이러한 행동이 있었으니, 이는 말로 다 논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넓은 대궐 아래와 고운 털방석 위에서 정사를 행하고 사람을 등용할 때 시험삼아 내 마음에 돌이켜 구해보고, 한 생각을 발하여 능히 나를 정도(正道)로 이끌고, 책난(責難)하고 폐사(閉邪)하는주 105) 사람이 누구인지, 나를 사도(邪道)로 끌어들이고 미열(媚悅, 잘 보이려고 아첨함)하고 승순(承順, 윗사람의 명령을 따르기만 함)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책난하고 폐사하는 사람이 이미 군자가 된다는 것을 아셨다면, 참하여 추방한 제신들은 하루가 급하게 그 벼슬을 회복시키고, 그 도를 시행하여 만세토록 태평할 큰 기반을 열어야 합니다. 미열하고 승순하는 사람이 소인이라는 것을 이미 아셨다면, 오늘날 나라와 임금을 기망하고 현량을 무고하여 해친 군소배들을 마땅히 그 직을 박탈하고 그 몸을 멸하며, 그 집을 웅덩이로 만들고 그 일가를 멸하되 그 종자(種子)의 뿌리 밑바닥까지 혹시라도 빠뜨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후에야 교묘하게 없는 죄를 얽어대는[萋斐成錦]주 106) 화를 없앨 수 있고, 군자가 비로소 띠 풀의 엉켜있는 뿌리를 뽑는 것과 같이[拔茅連如]주 107) 형통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임금 마음이 거경궁리(居敬窮理)하고 도로서 그것을 비추어 보는 것이 어떠한가에 달려 있습니다. 맹자가 말한, "오직 대인(大人)이라야만 임금의 그른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으니, 임금이 어질어지면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되고, 임금이 의로워지면 의롭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되며, 임금이 바르게 되면 바르지 않은 사람이 없게 된다."주 108)는 것이 이것을 말한 것입니다.
예로부터 임금이 된 자가 누가 그 어질고 의롭고 바르게 되지 않고자 하겠습니까마는, 능히 어질고 능히 의롭고 능히 바른 자는 극히 적고, 사직을 보존하지 못하고 몸이 시해되고 나라를 망치는 자가 서로 잇달아 바라볼 정도가 되는 것은 또 어떤 까닭입니까? 이것은 대개 그 마음이 군자를 소인으로 여기고 소인을 군자로 여긴 소치입니다. 임금의 한 마음이 국가가 흥하고 망하게 하는 근원이니, 그 기미를 살펴서 그 결연함을 이루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은 자품이 졸렬하고 비루하며, 학식은 짧고 천박하니, 스스로 이 세상에 도움이 못되는 것을 알고 있어서, 스스로 묻혀서 병을 요양하는 것을 달게 여기고 있습니다만, 구구한 칠실 노처녀주 109)의 마음이 하루도 마음 사이에서 잊힌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오늘날 선류들이 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혼자서 국가와 세도(世道)를 위하여 애통해하고, 사문(斯文)과 생민(生民)을 위하여 슬퍼합니다. 이에 충정스런 마음이 모이는 바를 힘써 글로 작성하여, 몽매함을 무릅쓰고 진달합니다.
전하께서는 참으로 유념하여 맑게 살피실 수 있으니, 한두 가지라도 채용해 주시고 결단을 내려 주실 것이니, 이것을 미루어 상벌과 출척을 행할 때에 사용하신다면, 국가는 그 경사를 받을 것이고, 세도는 그 융성을 받을 것이며, 사문은 그 형통을 받을 것이고, 생민은 그 복을 받을 것입니다. 만일 살피지 않으셔서 외람되다는 죄와 칼로 베는 죽임을 만나더라도 나라를 위하여 죽고, 세도를 위하여 죽고, 사문을 위하여 죽고, 생민을 위하여 죽는 것이니 남은 미련이 없습니다. 마땅히 웃으며 지하로 들어가겠습니다. 신은 경통(驚痛)하여 부르짖음과 격절하고 망극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삼가 상소문을 올리고 죄를 기다립니다.
주석 96)독선기신(獨善其身)
홀로 자기 몸을 선하게 한다는 뜻으로, 본래는 자신의 수양에 중점을 두고 절조를 지키는 것을 가리켰으나, 뒤에는 시비를 야기(惹起)할까 두려워하여 오직 자기 한 몸만 생각하고 다른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많이 쓰이게 되었는데, 《맹자》 〈진심 상(盡心上)〉의 "곤궁할 때에는 홀로 자기 몸을 선하게 하고, 뜻을 얻으면 천하 사람들과 그 선을 함께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주석 97)과단성 …… 것입니다
《논어》 〈헌문(憲問)〉에, 삼태기를 메고 공자가 머문 집 앞을 지나가던 사람이 세상일에 연연해한다며 공자를 비판하자, 공자가 그를 두고 "과감하도다! 어려울 것이 없겠구나.[果哉! 末之難矣.]"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는 《집주(集註)》에서 "과감하다는 것은 그가 세상을 잊는 데 과감함을 탄식한 것이다.[果哉, 歎其果於忘世也.]"라고 하였다.
주석 98)이상견빙(履霜堅冰)
《주역》 〈곤괘(坤卦)〉 초육(初六) 상(象)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른다는 것은 음이 처음 응결한 것이니, 그 도를 점차 이루어서 단단한 얼음에 이른 것이다.[履霜堅冰,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冰也.]"라는 내용이 보인다. 작은 일이 점점 발전하여 나중에는 큰 일이 된다는 뜻으로, 여기에서는 일이 미약할 때부터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주석 99)이시부척(羸豕孚蹢)
《주역》 〈구괘(姤卦)〉 초육(初六)에 "파리한 돼지가 날뛰려는 마음이 간절하다.[羸豕孚蹢躅]"라고 하였다. 돼지는 성질이 조급하여 함부로 날뛰고자 하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는데, 이는 마치 소인이 아무리 미약해도 항상 군자를 해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늘 군자를 해치려는 마음을 가진 소인'으로 번역하였다.
주석 100)김종직(金宗直, 1431~1492)
자는 효관(孝盥)ㆍ계온(季昷), 호는 점필재, 본관은 선산(善山)이다. 현 경상남도 밀양 출신이다. 문장과 경술에 뛰어나 영남학파의 종조(宗祖)가 되었다. 저술로 25권 7책의 《점필재집》 등이 있다.
주석 101)양이 …… 있어서
《주역》 〈태괘(泰卦)〉 단사(彖辭)에 "양이 안에 있고 음이 밖에 있으며, 건장함이 안에 있고 유순함이 밖에 있으며, 군자가 안에 있고 소인이 밖에 있으니, 군자의 도가 자라고, 소인의 도가 소멸하는 것이다.[內陽而外陰, 內健而外順, 內君子而外小人, 君子道長, 小人道消也。]"라고 하였다.
주석 102)순임금의 …… 않았고
《논어》 〈태백〉 20장에 "순 임금이 어진 신하 다섯 사람을 두심에 천하가 다스려졌다.[舜有臣五人, 而天下治.]"라고 하였는데, 주자의 집주(集註)에 다섯 사람은 우(禹), 직(稷), 설(契), 고요(皐陶), 백익(伯益)이라 하였다.
주석 103)무왕의 …… 아닙니다
이 말은 《논어》 〈태백〉 20장에 보이는데, "무왕이 말씀하기를, '나는 천하를 다스릴 신하 열 명을 두었노라.'라고 한 말에 대해 공자가 말씀하기를, '인재는 얻기 어렵다는 말이 맞는 말이 아니겠는가? 당우(唐虞, 요순) 시대만이 주나라보다 성하였다. 그러나 주나라도 부인이 끼었으니 아홉 사람일 뿐이다.[武王曰, 予有亂臣十人. 孔子曰, 才難, 不其然乎? 唐虞之際, 於斯爲盛, 有婦人焉, 九人而已.]"라고 하였다.
주석 104)비에 …… 회복하는[傾否而回泰]
회태는 《주역》의 상곤하건(上坤下乾)으로 천지(天地)가 화합하여 만물(萬物)을 태평으로 인도하는 상(象)이다. 바로 천지의 기운이 막혔던 비괘(否卦)에서 태평의 태괘(泰卦)로 돌아온다는 뜻이다.
주석 105)책난(責難)하고 폐사(閉邪)하는
맹자(孟子)가 군주를 모시는 바른 신하의 모습을 설명하며 한 말로, "어려운 일을 임금에게 책하는 것을 공이라 이르고, 선한 것을 말하여 사심을 막는 것을 경이라 이르며, 우리 임금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을 적이라 한다.[責難於君謂之恭, 陳善閉邪謂之敬, 吾君不能謂之賊.]"라고 하였다.(《맹자》 〈이루 상(離婁上)〉)
주석 106)교묘하게 …… 얽어대는[萋斐成錦]
처비(萋菲)'는 '처비(萋斐)'와 통용으로. 남을 중상모략하는 말을 가리킨다. 《시경》 〈소아(小雅)·항백(巷伯)〉의 "알록달록 뒤섞어 조개 무늬의 비단을 이루네. 저 남을 참소하는 자여. 또한 너무 심하도다.[萋兮斐兮. 成是貝錦. 彼讒人者. 亦已太甚.]"에서 나온 말로. 여공(女工)이 색실을 한 올 한 올 모아 조개 무늬의 비단을 짜듯 작은 허물을 모아 큰 죄를 얽는 것을 의미한다.
주석 107)띠 …… 같이[拔茅連如]
주로 '拔茅連茹'로 쓴다. 띠를 뽑으면 뿌리까지 전부 따라 뽑히듯 훌륭한 한 사람을 진용(進用)하면 도(道)가 같은 사람을 서로 인진(引進)한다는 뜻으로 《주역》 〈태괘(泰卦)〉에 나온다.
주석 108)오직 …… 없게 된다
《맹자》 〈이루상(離婁上)〉에 나온다.
주석 109)칠실 노처녀
노 목공(魯穆公) 때 임금은 늙고 태자는 어려서 국사가 몹시 위태롭자 칠실에 사는 노처녀가 기둥에 기대어 탄식하면서 나라와 백성을 걱정하였다고 한다. 이는 자신의 분수에 넘친 근심을 뜻하는 말로, 국사에 대한 걱정을 나타내는 겸사로 쓰인다. 칠실은 노(魯)나라의 고을 이름이다. (《열녀전》 〈칠실녀(漆室女)〉)
十七日 乙巳
【旃蒙大荒落】。陽。

伸救戊午諸賢疏。【上同】
伏以。 臣素性與世抹殺。 求之於言。 則言言不相得。 求之於事。 則事事不相合。 遂自退藏杜門守影。 非敢爲螺休自逸之述。盖欲蝟縮謝世。 不負平日所學。 爲隨分獨善之計也。藏之深而猶恐其或不深。 縮之固而猶恐其或不固。至若出位犯分。 發狂瞽之。 以瀆黈纊。 以取僭越之罪。 實非區區所願欲也。但事有繫於國家之興喪。 世道之汚隆。 斯文之盛衰。 生民之安否。 豈可一於泯默自趨乎? 方外之士。 果哉末難之科哉。竊伏惟陰陽淑慝。 天地之大界限。 君子小人之所由分。 明此則治。 不明此則亂。 是故聖人於履霜堅氷之戒。 羸豕孚蹢之凶。 辨析其機微於毫髮絲縷之間。 猶恐其或疑似依違而轉迷揀擇也。今日朝廷之用捨賞罰。 一何䵝昧不明也? 伏惟先正臣金宗直。 崛起東方。 倡明正學。 格致誠正之功。 已到其極。天人性命之蘊。 發揮無餘。 使周程張朱之大統正脈。 煥然復明乎一世。純儒正士。 出於其門。 如前正郞金宏弼獻納金馹孫。 前縣監鄭汝昌。 尤其傑然者也。使人君。 苟能信其道。 而用其言。 則內陽而外陰。 君子道長小人道消。 三代之治。 可以復見於今日。 舜臣不止於五。 而武王之臣十人亦不於婦人耳。臣雖萬無一肖。 幸獲受學於金宗直之門。 得聞陰陽淑慝之大槪。 而目見近日。 朝家用人行政。 否剝殆甚。 禍將難測。惟幸有金宏弼金馹孫鄭汝昌等幾人。 獨立不懼。 讜言不回。 庶幾爲强此艱彼之計? 臣屛伏江湖。 猶有所自恃而不恐矣。豈意群小肆志掩蔽天聰。 讎視一時善類。 爲一網打盡之謀? 因擧史草之文。 百般搆揑。 以欺殿下。 不免以陽爲陰。 以陰爲陽。 以淑爲慝。 以慝爲淑。 與奪失當。 賞誅乖義。 未知國家事將脫泊何地耶? 臣伏見。 殿下告宗廟文畧曰。 "豈意奸臣潛懷不軌。 假托故事。 播諸文字? 逆亂罪大惡極。" 告社稷文曰。 "構爲誣辭。 非毁聖德。 罪在不道。 宜伏大辟。" 竟使金宗直。 罹剖棺斬尸之禍。 金宏弼金馹孫鄭汝昌權五福權景裕諸臣。 或凌遲處死。 或杖流極邊。噫! 自故小人蠱惑君心。 毒害賢良。 非日無之。 豈有如今日之慘且酷耶. 嗚呼。 天乎! 此何變也? 內君子外小人。 天地之所以爲泰也。內小人外君子。 天地之所以爲否也。喜泰而愕否. 人之同情。 以殿下愛國家之心。 不思所以傾否而回泰耶? 然而反未免喜否而愕泰者。特見欺群小讒邪之口。 以賢爲不肖。 以不肖爲賢。 有此擧措。 此不可言語爭也。殿下試於廣廈之下。 細旃之上。 行政用人之際。 反求吾心。 一念之發。 能導我以正道。 責難閉邪者誰歟。 納我於邪道。 媚悅承順者誰歟。責難閉邪者。 旣知爲君子也。 則其於斬放諸臣。 當不日復其爵用其道。 爲萬世開太平之大一根基。媚悅承順者。 旣知其爲小人也。 則其於今日。 欺國罔君誣賢害良之群小輩。 當奪其職。 滅其身。 瀦其家夷其類。 使其種子根基抵莫。 或致遺漏。然後可以無萋斐成錦之禍。君子始得拔茅連如之亨矣。此只在君心居敬窮理。 以道照之之如何。孟子所謂 "大人爲能格君心之非。 君仁。 莫不仁。 君義。 莫不義。 君正。 莫不正"者。 此之謂也。自古爲人君者。 孰不欲其仁。 其義。 其正。 而能仁。 能義。 能正者。 絶少。 不保社稷。 身弑國亡者。 項背相望。 抑又何也? 此盖其心。 認君子爲小人。 認小人爲君子之所致也。人主一心。 爲國家興喪之源。 可不察其幾而致其決耶? 臣姿稟劣陋。 學識短淺。 自知其無補於斯世。 甘自沈淪以養痍病。而區區嫠之心。 未嘗一日忘乎方寸之間。却見近日善類椓喪。 竊爲國家痛。 爲世道哀。 爲斯文悲。 爲生民憂。衷情所湊。 力疾繕草。 冒昧進達。殿下苟能留神澄省。 採用其一二。 廓揮乾斷。推而用之。 於賞罰黜陟之際。 則國家受其慶。 世道受其隆。 斯文受其亨。 生民受其福。苟使不見省。 遭猥越之誅。 刀鉅之斬。 而爲國家死。 爲世道死。 爲斯文死。 爲生民死。 無所餘戀。 當含笑而入地矣。臣無任驚痛號呼。 激切罔極之情。 謹奉疏以俟罪。